박용진 “삼성 리스크 방치하면 훅 갈 수도 있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07.08 10:00
  • 호수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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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저격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하는 삼성의 위기

‘저격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해 ‘유치원 저격수’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하지만 원래 박 의원은 ‘재벌 저격수’ 특히 ‘삼성 저격수’로 유명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제기해 수십 년간 금융 당국이 방치해 온 과징금 징수와 차등 과세를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까지 발의한 상당수 법안도 주로 재벌 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등을 지적하며 계속해서 삼성 문제를 사회문제로 환기시키고 있다.

박 의원이 삼성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지켜내야 삼성이, 한국 경제가, 우리 사회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한국 경제의 표준과 같다. 좋은 표준이기도 하고, 나쁜 표준이기도 하다. 삼성이 만들어낸 나쁜 표준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지워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7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삼성 저격수’에게 ‘삼성의 위기’를 물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계속 삼성 이슈를 쫓는 이유는 뭔가.

“‘삼성’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대한민국 제1의 기업이다. 삼성이 하면 모두가 따라 한다. 삼성은 대한민국 기업의 기준이자 표준이다. 초일류 기업답게 좋은 표준도 많이 남겼지만, 나쁜 표준도 적잖이 만들어냈다. 기업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은 삼성의 유산이다. 한국 사회의 법과 제도, 규칙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을 들춰보면 삼성이 그 전례를 만들어낸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삼성 리스크’의 핵심은 무엇이라 보나.

“오너 리스크다. 삼성과 삼성 총수 일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삼성이라는 세계 초일류 기업의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을 뛰어넘는 특혜와 특권을 행사하는 게 삼성의 가장 큰 리스크다. 총수 일가의 부당한 기업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놓쳤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니 무슨 뜻인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말이다. 구글을 보자. 2014년 딥마인드라는 유망한 인공지능(AI) 벤처회사를 7000억원에 인수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AI 시장을 선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등 경쟁기업들이 AI, 드론,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준비에 매진할 때 삼성은 무엇에 집중했는지 아나. 자사주 매입이다. 반도체 호황기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해마다 경신될 때였다. 미래를 대비할 최적의 골든타임이었던 것이다. 저는 삼성이 ‘자사주의 마법’을 통해 지배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려 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안타깝지만 이미 삼성은 세계적 기업들과의 AI 산업 경쟁력에서 뒤처졌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됐을 때 우리의 삼성이 그들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제겐 있다.”


삼성을 옥죄는 일은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저는 삼성을 옥죈 적이 없다. 엄밀히 말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옥죈 것이다. 부당한 기업 지배를 막는 것은 삼성을 위한 일이다. 삼성이라는 훌륭한 기업이 올바른 투자를 하기 위해 이를 가로막는 위험 요소, 핵심 뇌관을 사전에 제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삼성을 옥죄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삼성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해 삼성을 위한다는 말인가.

“저는 삼성전자가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서는 ‘노키아가 망했다고 핀란드가 망했냐’고 하지만 전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한다. 단일 기업이 이 규모를 차지한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위대함을 보여준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50만 명에 가까운 직간접 고용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경제와 고용 등에 삼성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난 셈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삼성전자가 지금 같은 리스크를 계속 방치하면 정말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다. 무조건 잘한다고 칭찬만 할 때가 아니다. 삼성이라는 한국 경제의 자산을 위해서라도 체질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거꾸로 삼성의 승계를 인정해 주고 ‘받아낼 것은 받아내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감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삼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 그리고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다만 거꾸로 삼성에 묻고 싶다. 삼성은 정말 그럴 생각이 있는지, 사회적 대타협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는지 말이다. 삼성이 아직도 삼성만을 위한 특혜나 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저는 삼성이 삼성의 또 다른 숙원 사업인 일정한 요건하에서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계열사 지배를 허용하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고 본다. 삼성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계속 관심을 갖고 파헤칠 삼성 이슈가 있나.

“저는 ‘불공정 필망국’이라 생각한다. 공정하지 못한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삼성 문제 역시 ‘공정’과 ‘상식’이라는 틀로 보고 있다. 당연히 ‘부의 대물림’ 문제를 보게 된다. 한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력을 차지하는 삼성 등 재벌기업의 경영권 대물림은 계속해서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다. 그저 DNA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능력이 확인되지도 않고, 선출되지도 않은 사람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는데, 그 기업이 망하게 되면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비상식적인 부의 대물림, 세습 문제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총수 일가의 부당한 기업 지배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를 변경하고 무시하려고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감시자 역할을 충실하게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삼성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공정과 상식의 삼성이 되길 기대한다. 반칙과 특혜, 특권과 로비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삼성은 전 세계에서 구글, 애플, 아마존, MS와 경쟁하는 초일류 기업이다. 그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네 점방 수준의 경영 지배 방식으로는 안 된다. 삼성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초일류 기업다운 경영 방식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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