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사건’ 현장 경찰관이 ‘112만원 소송’ 제기한 이유
  • 김재태 기자 (jaitaikim@gmail.com)
  • 승인 2019.07.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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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공무집행방해 피의자 상대로 손배소…“경찰 어려움 알리고자 소 제기”

이른바 ‘대림동 여경’ 사건의 현장 경찰관들이 당시 피의자들을 상대로 112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림동 여경 사건은 지난 5월 서울 구로구에서 술 취한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출동한 여성 경찰관이 일반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도마에 오른 일을 말한다. 당시 해당 경찰은 난동을 부려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은 피의자에게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7월8일 경찰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 신구로지구대 소속 A경위와 B경장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피의자인 장아무개(41)씨와 허아무개(53)씨에게 112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두 경찰관은 피의자들의 폭행과 욕설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데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까지 일어 공무원으로서 사기 저하를 겪었다는 점 등을 소송 사유로 명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당 경찰관 측은 소송 금액을 상징적으로 범죄신고 전화번호인 112를 연상시킬 수 있는 112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A경위는 경찰 내부망에 게재한 글에서 "'대림동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본질인데도 '대림동 여경 사건'으로 왜곡돼 개인적으로 안타까웠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작은 계기를 만들려고 '112 소송'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A경위는 "금전적 배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소송은) 돈을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경찰관을 공격하는 사람 중 70%가 주취자"라며 "경찰의 공권력은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현장 경찰관들이 설 자리는 더 축소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에도 제대로 응하는 사람이 드물고 오히려 경찰을 공격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주취자들 관리하는 것이 현장 업무의 전부인 것처럼 변한 지 오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이 무너지면 그 피해가 모두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되는 만큼 후배·동료들이 현장에서 위축되서는 안 되는데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 유튜브 캡쳐
ⓒ 유튜브 캡쳐

그는 "오랜 고민 끝에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매일 대형 사건·사고가 넘치는 현실에서 '112 소송'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에 대한 목소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A경위는 "이제야 논란이 수그러들었는데 또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변질될까 우려했지만 장고 끝에 현장 경찰관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며 "피의자들에게 보상받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공권력 확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는 계기로 청구금액도 112만원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A경위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5월 악성 댓글을 올린 네티즌들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지난 5월13일 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술값을 둘러싼 시비가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피의자 2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남성 경찰이 자신을 때린 피의자 한 명을 즉시 제압한 상황에서 또 다른 피의자가 심하게 저항하자 여성 경찰이 무전으로 경찰관 증원을 요청하는 모습 등이 동영상으로 찍혀 온라인에 공개됐고, 이후 경찰이 피의자들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너무 미숙한 모습을 보인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현장 경찰관들의 대응이 차분하고 당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해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해 검거된 건수는 평균 1만 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가운데 70∼80% 이상이 주취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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