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경제학…롤러코스터 양파 가격, 왜?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4 10:00
  • 호수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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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인데 수입하는 ‘모순’…문제 원인 찾아 해결해야

퇴근해 집에 도착했는데 문 앞에 택배박스가 놓여 있다. 어느 기관에서 보내온 양파 선물세트. 양파 가격 폭락으로 인해 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지자체는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이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백종원씨가 양파를 주제로 한 요리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양파 소비 촉진에 나서고 있다. 양파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고 무슨 요인으로 인해 가격의 급락이 나타나는 걸까?

양파는 서아시아 또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라고 추측되는 채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와 비슷한 종이다. 한국에는 조선시대 말기에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가끔씩 쓰는 ‘다마네기’라는 일본어의 뜻은 ‘둥근 파’라는 뜻이다. 

양파는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남 무안군을 중심으로 대량 재배되고 있다. 대부분 가을이나 초겨울에 파종한 후 봄에 수확한다. 양파는 구성 성분 가운데 물이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공급 여부에 따라 작황이 결정된다. 봄철에 비가 적게 오면 생산량이 감소한다.

한국 사람들은 1인당 연간 28.6kg의 양파를 소비한다. 쌀 소비량 65kg의 거의 절반 가까운 양이다. 유엔 농업기구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7위의 양파 생산국이다. 양파는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작물이기도 하다.

2018년 5월15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마늘·양파 전국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열린 마늘·양파 가격안정 대책마련 촉구 전국 생산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2018년 5월15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마늘·양파 전국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열린 마늘·양파 가격안정 대책마련 촉구 전국 생산자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독 급등락 거듭하는 양파 시세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건들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농산물의 경우 특정 시기에 생산이 집중된다. 저장·보관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시세 변화폭이 매우 크지만, 그 가운데서도 양파는 유독 가격 변화가 크다. 양파는 저장성이 좋아 공급량 조절이 비교적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6월 양파 상품 kg당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440원으로 전년(690원)과 평년(790원) 대비 각각 37%, 45% 하락했다. 시계를 뒤로 돌려보면 2013년의 경우 kg당 1300원대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이다가 2014년에는 500원대까지 하락한 이후 2015년에는 다시 1600원대를 기록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흐름이다. 양파는 왜 이렇게 가격변동이 심할까?

10월에 심어 이듬해 4~6월에 수확되는 특성으로 수확된 양파 대부분은 0~1도의 저온 저장창고에 보관된 후 시중에 연중 출하된다. 농민들은 대부분 출하시점에 유통주체들과 계약을 마치고 정산을 마무리한다. 이후 유통업체→도매상→소매상을 거치는 유통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양파의 경우 저장기간이 길기 때문에 저장물량 파악이 가격 예측과 적절한 대책 마련의 핵심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양파 주산지인 무안에만 저장창고 100여 개가 있다. 전체 규모로 보면 4만 평이 넘는 규모로 이곳에 저장된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단 저장된 물량들은 상호 거래를 통해 이동하기도 하는데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농업관측센터에서 양파의 경우 표본 저장업체 조사치를 바탕으로 추정 재고량을 파악하고 있으나 민간업체의 경우 저장량 공개를 꺼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경작지 면적과 생산량은 파악되지만 핵심이 되는 저장량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양파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책집행 수단 미비와 혼선

정부는 2019년 초부터 양파 파종 및 생산량 증가에 따라 평년 대비 15만5000톤 이상의 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파악하고 수차례에 걸쳐 다양한 대책을 시행했다. 3월에는 2017년산 재고 출하 독려, 사전 면적 조절, 수매 비축, 수출 등을 통해 9만2000톤 이상의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후 5월에는 초과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17만8000톤에 이를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시장 격리 물량을 확대해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2019년 들어 양파 가격 안정을 위해 발표한 대책만 해도 6차례에 이르지만 가격 폭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격 조정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재배면적에 대한 조사와 더불어 파종량 자체에 대한 조정이다. 그러나 생산과잉이 예상되더라도 정부가 이를 통제하거나 조절할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주요 국가의 경우 품목별 생산자 단체가 존재하고 있어 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전적 조절이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는 이러한 품목별 단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기능이 미약해 전국적인 물량 통제 및 조직화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예산을 들여 수매, 산지 폐기, 수출 유도 등 시장 격리 조치를 시행하지만 비용에 비해 효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산지 폐기의 경우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비용 책정으로 인해 참여율이 낮거나, 산지 폐기 과정에서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경우 폐기에 참여하지 않고 포전거래(밭떼기)로 물량을 공급하는 등 지역별로 이행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과잉물량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를 통해 수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양파 수입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의 경우 5월 1008톤, 6월 1만264톤이 이뤄진 반면 수입은 527톤이 이루어졌다. 물론 4월의 4452톤에 비해서는 대폭 감소한 수치지만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음은 뭔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매년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데는 양파의 절대 다수가 신선 양파 형태로 구매돼 활용되는 데 원인이 있다. 2014년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양파 구입액 가운데 92%는 신선 양파 형태로 구매되는 데 비해 가공식품은 7.1%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가공식품의 경우 양파즙이 97%로 절대적이며, 절임·피클 등은 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가공식품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지만 안정적인 수요 창출을 통해 가격 안정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개발돼야 하지만 양파의 경우 유독 이러한 가공식품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역시 가격 급등락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양파 선물세트의 경우도 양파 장아찌와 양파김치였다.

상황의 급변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파의 경우 거의 매년 가격 급등락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양파 파동은 단순한 양파 가격의 급등락을 넘어 한국 농업 생산, 유통, 가공 정책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존재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58년 양파 가격 폭락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이 시카고 선물업자들의 농간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으며, 농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지금까지 양파에 대한 선물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는 극단적 사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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