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폭 관리하랬더니…” 뇌물 의혹 휩싸인 경찰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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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조폭 두목 “경찰에 향응·접대했다”…대전경찰청 감찰조사 착수

조직폭력배를 단속해야 할 경찰관이 관리를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이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한 이는 대전 지역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올라 있는 강아무개씨다. 그는 최근 진정을 통해 “대전 지역 일선 경찰관들에게 7~8년 동안 수십 차례에 걸쳐 금품과 향응 접대를 했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조폭을 관리·단속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담당 조폭과 유착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파문이 예상된다. 시사저널은 조폭 두목 강씨가 직접 작성한 진정 내용을 단독 입수했다. 30여 장에 달하는 진정 문건에는 접대와 관련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강씨는 “형사들이 나를 위해 주는 척하면서 술값과 2차 성관계, 명품 옷 등을 받아갔다”고 폭로했다. 반면 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형사들은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음해성 투서”라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2010년부터 수십 차례 금품 등 제공”

시사저널 취재 결과, 대전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와 광역수사대에 근무한 조아무개·김아무개 형사에 대한 비위 의혹이 지난 6월 대전경찰청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대전 지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신유성파’ 두목 강씨로부터 수천만원대에 이르는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의 진정인인 강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직접 술자리 및 2차(성관계) 접대를 했고, 금액으로는 수천만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씨는 대전 지역 내에서 호빠와 룸살롱 등을 운영했다. 형사들에게 대한 술접대도 강씨가 운영하는 유흥업소와 근처 지인들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이뤄졌다. 강씨 측 인사는 “강씨와의 술자리에서 대전 지역 형사들 소개를 몇 번 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강씨와 조 형사·김 형사의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씨는 20대의 나이에 ‘신유성파’ 두목으로 분류돼 있었고, 폭행 등 혐의로 7번째 징역을 치르고 나온 상황이었다. 출소한 강씨는 대전 유성구에 있는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조 형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강씨는 “조 형사와 과거 사건 당시 다툰 적이 있었다. 2009년 7번째 징역을 살고 출소한 후 조 형사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삼겹살집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사과하고, 이때부터 내 가게뿐만 아니라 대전 시내 룸살롱에서 접대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사건으로 인해 알게 된 형사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하며 자연스럽게 ‘접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강씨는 “형사들이 나를 위해 주는 척, 의형제인 척하면서 내게 수십 차례 접대를 받고 명품 옷과 술값 등 접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접대 관계는 2017년 5월8일 강씨가 또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기 4일 전인 5월4일까지도 이어졌다. 강씨는 “조 형사의 소개로 알게 된 김아무개 형사에게도 룸살롱 접대를 했고, 술자리에서 제가 아는 유흥업소 아가씨와 애프터(2차 성관계)까지 나갔다”고 밝혔다.

대전 지역 조폭 ‘신유성파’ 두목 강아무개씨가 자필로 작성한 진정 문건 

해당 경찰 “음해성 투서일 뿐 근거 없어”

강씨는 이 같은 내용의 진정을 경찰에 제출했고, 6월 중순경 해당 첩보 내용이 대전경찰청 청문감사실에 접수됐다. 진정을 접수한 대전청에서는 현재 수감 중인 강씨를 접견해 조 형사, 김 형사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진정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강씨는 2017년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다.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지만 현재까지 조 형사와 김 형사에 대한 조사는 시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전청 관계자는 “현재 진정인인 강씨와 주변인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 교도소에 수감 중인 강씨도 만나고 왔다. 아직까지 두 형사에 대한 확실한 혐의점을 포착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감사실에 접수된 감찰 내용은 수사의뢰로 이어지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다. 이후 뇌물수수 혐의 등 본격적인 비위 사실에 대한 수사 착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형사들도 강씨를 알고는 있지만 자신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조폭 두목이 음해성 투서를 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강씨가 가장 많이 접대한 인물로 꼽은 조 형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강씨도 알고 있고, 나에 대한 진정이 접수됐다는 얘기는 소문을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와의 부적절한 자리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사건 때문에 자신들에게 앙갚음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조 형사는 “과거 강씨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 형사를 비롯해 사건 담당 경찰관들에게 강씨가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조폭 관련 사건을 하다 보면 이런 음해성 투서들이 매우 많이 들어오는데, 이것도 전혀 근거 없는 사실로 나와 김 형사를 음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는 강씨 사건을 직접적으로 처리한 것이 없다. 만약 나에게 접대를 했다면 그 대가로 내가 특혜를 제공한 것이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다. 왜 나를 지목해서 그런 음해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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