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 ‘인어 자매’들이 살려낼까
  • 기영노 스포츠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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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임다솔·한다경 등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주목

지난 7월12일 시작된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개최국 한국은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김수지가 사상 첫 메달을 따고 우하람이 자신이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제 메인 종목인 경영이 시작됐다. 경영은 76개 종목 가운데 55%가 넘는 42개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은 경영에 29명의 선수가 출전하고 있는데, 여자 개인혼영의 김서영에게 가장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여자 개인혼영의 김서영 선수(경북도청) ⓒ 연합뉴스
여자 개인혼영의 김서영 선수(경북도청) ⓒ 연합뉴스

김서영은 지난 2017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개인혼형 200m에서 A풀(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올랐으나 2분10초40의 기록으로 6위에 그쳤다. 김서영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자신보다 무려 2초49나 앞선(2분07초91) 기록으로 은메달을 땄던 일본의 오하시 유이를 0.52초(김서영 2분08초34, 오하시 2분08초86)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김서영과 오하시 유이 외에도 헝가리의 카틴카 호스주, 일본의 오모토 리카도 강력한 라이벌이다. 카틴카 호스주는 체격(1m74cm) 조건에서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경력(30살)에선 더욱 압도적이다.

카틴카 호스주는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으로 헤엄치는 개인혼영 종목 가운데 평영만 빼놓고 3종목 모두 세계 정상권 수준에 올라 있다. 지난 2016 리우데자이루 올림픽 때는 개인혼영 200, 400m는 물론 배영 100m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개인혼영 200m, 400m는 2013 바르셀로나, 2015 카잔 그리고 2017 부다페스트 대회까지 2관왕 3연패를 기록하고 있어 이번 광주대회에서 2관왕 4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그 밖에 일본에서 오하시 유이를 제치고 1위로 선발된 오모토 리카도 메달권에 들어가는 선수라도 볼 수 있다. 오모토 리카는 200m 최고기록이 2분08초대지만 이번 광주대회에서는 2분07초대까지 바라보고 있다.

김서영은 그동안 약점이었던 평영을 많이 보강해 이번 광주대회에서 A풀에 진입하는 것은 확실하나, 결승전에서 2분07초대 이내에 들어야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서영은 대회 마지막 날인 7월28일 벌어지는 개인혼영 400m는 일단 A풀 진출을 목표를 삼고 있다. 만약 A풀에 오르면 당일 컨디션에 따라 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다. 여자 개인혼영 200m는 21일 오전에 예선, 오후에 준결승 그리고 22일 결승전을 벌인다.

2019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대회 여자일반부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 김서영(경북도청)이 힘차게 독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9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대회 여자일반부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 김서영(경북도청)이 힘차게 독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다솔·한다경, A풀 진입이 목표

이번 광주대회를 앞두고 급격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선수가 여자 배영의 임다솔이다. 임다솔의 1차 목표는 한국신기록 경신이다. 그리고 A풀 진입을 2차 목표로 정했고, 만약 A풀에 들어가게 되면 후회 없는 역영으로 메달까지 노린다. 임다솔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다.

지난 5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배영 100m에서 1분00초44로 한국신기록을 세우면서 이번 광주대회 출전 기준기록(1분00초59)를 거뜬히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이번 광주대회 예비대회 성격으로 벌어진 제91회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신기록을 한 달 만에 0.28초 경신한 1분00초16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임다솔의 기록은 세계신기록(미국의 캐슬린 베이커 58초00)과 2초 이상 차이가 난다. 배영 200m에서도 2분09초49의 한국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200m 역시 미국의 미시 프랭클린이 보유한 2분04초06의 세계신기록과 5초 이상 차이가 난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여자선수는 미국의 케이티 레데키다. 수영 사상 가장 뛰어난 여자선수인 레데키는 자유형 400m와 800m 그리고 1500m 3종목을 3연패했다. 레데키는 이번 대회에서 3관왕 4연패를 노린다. 레데키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낸 금메달만 14개다.

레데키의 독주가 유력한 종목에 한다경이 출전한다. 한다경은 지난 5월 선발전 자유형 800m(8분39초06)와 1500m(16분32초65)에서 모두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레데키가 갖고 있는 세계신기록(800m 8분04초79, 1500m 15분20초48)에 각각 30초, 1분 이상 뒤지고 있어 역시 A풀 진입을 최종 목표로 삼아야 할 것 같다.

남자 자유형의 이호준은 이번 대회 개막식에서 여자 평영의 백수연과 함께 선수 선서를 했다. 중학교 때부터 ‘제2의 박태환’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이호준은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와 400m에 출전한다. 이호준은 벌써 18살이 됐지만 체격조건(1m84cm)만 박태환과 비슷하고, 기록은 아직 아시아권에서도 중하위권이다. 이번 대회도 400m는 A풀 진출이 목표지만, 200m는 B풀(16명이 겨루는 준결승전) 진출도 버겁다.

이호준의 성장속도가 더딘 이유는 역시 열악한 환경 때문이었다. 국내에선 훈련에 적합한 수영장을 찾기 어렵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훈련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KB금융에서 지원하기 시작해 박태환 선수처럼 해외 전지훈련도 가능해졌다. 이호준은 이번 대회보단 2020 도쿄올림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영은 미국과 세계의 싸움이다. 특히 경영은 더욱 그렇다. 미국은 1973년 1회 베오그라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후 모두 248개 금메달을 따내 전 세계가 따낸 금메달의 40% 가까이 가져갔다. 특히 경영에서만 208개 금메달을 획득해 절반이 넘는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수영 종목은 미국과 세계의 싸움

1회 베오그라드 대회부터 지난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까지 17번의 대회 가운데 미국이 13번이나 종합 1위를 했다. 다른 나라가 종합 1위를 한 것은 1986년 마드리드 대회의 약물에 중독된 동독, 1999년 로마 대회 다이빙을 석권한 중국, 2001년 후쿠오카 대회에서 이언 소프와 그랜트 헤킷 등이 주름 잡았던 호주 그리고 2015년 카잔 대회 다이빙과 쑨양 등이 출전한 경영에서 많은 금메달을 딴 중국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미국은 카엘렙 드레셀이 2007년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펠프스, 2017년 부다페스트 대회(드레셀)에 이어 세 번째 7관왕에 도전하고 있고, 여자 자유형 천재 케이티 레데키가 부다페스트 대회에 이어 또다시 5관왕을 노리고 있는 등 경영에서만 20개 안팎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수영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중국의 쑨양은 비록 ‘약물 복용’이라는 얼룩진 과거를 갖고 있지만, 호주의 멕 호튼을 넘어서면 자유형 400m에서 대회 4연패의 대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일본은 ‘연못과 강 위에서 핀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천부적인 수영 선수 이케에 리카코(19세, 1m70cm, 발바닥 265mm)에게 최소 2개의 금메달을 기대했었는데, 리카코가 지난 2월13일 급성백혈병에 걸리는 바람에 광주대회 출전이 무산됐다. 리카코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대회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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