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왜 자꾸 표절 의혹에 휩싸일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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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디자인 표절 의혹 이어 이마트 정수기도 표절 논란
이마트가 출시한 '일렉트로맨 혼족 정수기'(왼쪽)와 독일 브리타사의 '마렐라' ⓒ이마트, 브리타코리아 제공
이마트가 출시한 '일렉트로맨 혼족 정수기'(왼쪽)와 독일 브리타사의 '마렐라' ⓒ이마트, 브리타코리아 제공

신세계그룹 소속인 이마트가 1인 가구를 겨냥해 7월17일 출시한 자연여과 방식 정수기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에 선보인 이마트의 ‘일렉트로맨 혼족 정수기’는 전기 없이 필터로만 수돗물을 걸려내는 제품이다. 이마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과 필터 한 개로 최대 약 250ℓ 물을 걸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품은 독일 브리타사(社)의 히트상품 '마렐라'다. 1회에 최대 2ℓ까지 정수할 수 있다. 자연여과 방식은 브리타의 독창적 기술로 유명하다. 3년 전 세워진 한국법인 브리타코리아를 통해 수입된 마렐라는 올 4월까지 이마트와 가전계열 편집숍인 일렉트로마트에서 판매됐다. 지금은 계열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에서만 팔리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이마트의 자연여과 방식 정수기는 외형이 브리타 것과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출시 이후 네이버 등 주요포털에는 이마트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이마트가 유통혁명의 시스템이라고 자랑하는 PL(자체상표‧Private Label)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본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부터 유통 혁신 차원에서 PL 상품을 대거 출시하고 있다. 기존 PL 제품들이 식품 등에 국한됐다면, 지난해부터는 생활가전 등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시된 ‘일렉트로맨 혼족 정수기’도 이마트가 개발한 PL 상품 중 하나다. 이 제품은 국내 정수기 전문 제조사 피코그램이 개발한 것으로 약 3개월가량 개발과정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설계 단계부터 철저히 검토...표절 아니다"

표절논란에 대해 이마트 측은 “설계 및 제조를 책임진 피코그램에서 사전에 특허법률사무소를 통해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면밀히 검토했다”며 표절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개발사인 피코그램도 “주전자 타입으로 만들다보니 외형상 디자인이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켄우드, 라이카 등 다른 생활가전 브랜드에도 비슷한 디자인 제품이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국내 판매를 책임지고 있는 브리타코리아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브리타 제품 홍보를 대행하고 있는 브릿지컴퍼니 측은 “독일 본사에 관련 사실이 보고된 상태이며 향후 대응절차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리타코리아에 따르면, 마렐라는 그동안 이마트의 생활가전 라인에 배치됐다. 하지만 이마트가 리빙(Living) 라인으로 제품 배치를 바꾸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겼고, 그 결과 올 4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마트의 정수기가 3개월 가량의 개발과정을 거쳐 7월에 출시된 것을 역으로 계산하면 계약해지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유통업계에서는 대기업인 이마트를 상대로 브리타코리아가 법적 소송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1년 간만 판매키로 한 PL 제품에 소송을 걸 경우, 신세계그룹 전 라인에서 물건이 빠질 것이 뻔한데, 과연 누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마트 PL브랜드 '노브랜드'(왼쪽)와 캐나다 로블로의 '노네임' ⓒ이미지 캡쳐
이마트 PL브랜드 '노브랜드'(위)와 캐나다 로블로의 '노네임' ⓒ이미지 캡쳐

때문에 이번 논란은 법적 책임보다 윤리경영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진기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특허 침해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제품을 제작했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짝퉁 논란이 나오지 않으려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분명한 판단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자인 전문가인 나건 홍익대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제품은 부분적으로 보면 유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제품의 구성 패키지, 사용된 컬러 등을 고려할 경우 소비자가 유사제품이라고 오인할 만 하기 때문에 이마트의 제품이 부정경쟁방지법에 걸릴 소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법 제정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에스에스지닷컴'도 표절 논란 휩싸여

신세계의 표절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이마트 계열사인 에스에스지닷컴(SSG닷컴)이 운영하는 쓱닷컴의 앱(응용프로그램) 디자인이 네이버 것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네이버가 “특허청에 출원한 고유 디자인”이라고 주장하자 신세계는 “네이버의 독창적인 디자인이 아니다”고 맞섰다. 앱을 실행하면 화면 하단 가운데 ‘SSG’란 동그란 버튼이 나온다. 이 버튼을 누르면 반원 모양의 메뉴가 뜨는데 이것이 그릿닷과 비슷하다는 게 네이버의 주장이다. 당시에도 논란은 SSG닷컴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갔는지 여부였다.

이마트 온라인 쇼핑몰인 에스에스지닷컴 앱(왼쪽)과 네이버 앱 ⓒ앱 캡처
이마트 온라인 쇼핑몰인 에스에스지닷컴 앱(왼쪽)과 네이버 앱 ⓒ앱 캡처

이밖에도 신세계그룹은 2015년 PL전문 브랜드 ‘노브랜드(No Brand)’를 출시했을 당시 캐나다 유통기업 로블로가 만든 ‘노 네임(No Name)’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브랜드는 이름 외에도 브랜드 디자인, 색상 등이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주요 SNS에는 지난해 6월 서울 코엑스몰에 처음 문을 연 잡화점 '삐에로쑈핑'과 일본 '돈키호테',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와 유럽 중심으로 한 편집숍 '세포라',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호주계 대형 유통 체인 '웨스트필드'를 비교하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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