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호텔 델루나》는 비밀스러운 세상 알아가는 작품”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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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엘리트 호텔리어로 휴식 없이 직진

여진구는 성실하다. 어느 촬영장에서도 그를 둘러싼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여진구는 지난 3월 종영한 tvN 《왕이 된 남자》에서 임금과 광대라는 상반된 두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드라마 흥행을 이끌었다. 당시 여진구는 기자에게 “행복하다”는 말을 반복했을 만큼 이 드라마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타이틀롤이니만큼 전력을 다한 작품이었다. 한데 종영 후 휴식 없이 바로 차기작을 선택했다. 가수 아이유와 공동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바로 그것. 그만큼 작품이 매력적이었다는 방증이다.

《호텔 델루나》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 《화유기》 등을 쓴 홍자매의 작품으로, 지난 2013년 홍작가들이 집필한 《주군의 태양》의 초기 기획안이었다. 《닥터스》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연출한 오충환 감독이 연출을 맞아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아니나 다를까. 1회부터 시청률 7%에 육박하며 포털사이트 검색어를 장악했다. 《호텔 델루나》는 밤이 되면 떠돌이 귀신에게만 그 화려한 실체를 드러낸다는 호텔 델루나에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지긋지긋하게 존재하고 있는 호텔 사장 장만월과 귀신 손님을 받는 호텔 지배인 구찬성의 특별한 호러와 심쿵 로맨스를 그린다.

극 중 여진구는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 역을 맡았다. 구찬성은 세계 100대 호텔 중 3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만큼 완벽한 스펙을 갖춘 엘리트 호텔리어지만 귀신만 봐도 까무라치는 연약한 심성을 지녔다. 빛나는 미모와는 달리 사치와 욕심이 많으며 괴팍한 호텔 사장 장만월 역은 아이유가 맡았다. 가장 핫한 청춘스타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

ⓒ 하은정 제공
ⓒ 서울문화사

연이어 작품을 선택했다. 드라마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호텔 델루나’란 특별하고 유일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어요. 그리고 제가 맡은 ‘구찬성’이란 인물이 전작 《왕이 된 남자》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새로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결국 소재와 캐릭터가 매력적이었죠. 덧붙이자면, 전반적으로 모든 걸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호텔의 사연도, 캐릭터도 궁금하고, 스토리도 궁금한 그런 작품요. 그런 이유로 지금 행복하게 촬영 중입니다.”

어떤 캐릭터인가.

“연기를 하면서 늘 변화하고 싶고 감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해 왔는데, 그 말 그대로예요. 찬성이라는 인물은 있는 척도 잘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남자예요. 제가 이전에 맡아보지 않았던 역할이죠. 출연을 결정하기 전에 감독님과 작가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그때 든 생각이 ‘내가 더 준비할 수 있는 게 있겠구나’였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죠. 처음에 간략하게 ‘귀신 이야기’로만 들었어요. 실제로 제가 겁이 좀 있는 편이에요. 찬성이가 귀신과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실제로 놀라는 제 모습을 녹여보려 했어요.”

이번 작품에선 슈트를 입고 ‘엘리트’한 변신을 한다.

“호텔리어란 직업, 하버드 MBA를 수료했다는 찬성에게 배어 있을 서구적인 행동이나 말투 등 여러모로 고민하고 있어요. ‘구찬성’은 자존감이 높고, 자존심도 세고, 잘난 체하기 좋아해요. 말 그대로 성실한 완벽주의자면서 또 감성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 능력이 높은 인물이죠. 의상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여진구는 지난 2005년 영화 《새드 무비》로 연기를 시작해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아역을 연기했고, 지난 2012년 방영된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는 김수현의 아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또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는 주연 ‘화이’ 역을 맡아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등 선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제34회 청룡영화상, 제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이후 여진구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많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서 힘들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선배나 감독에게 많이 기댔다. 한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 한구석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연기를 못하지?’라며 자책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슬럼프를 극복한 방법은 정면 돌파였다. 어떤 자세로 연기해야 하는지, 어떻게 역할을 준비해야 하는지 답을 찾던 중에 만난 작품이 바로 《왕이 된 남자》였다. 연출을 맡은 김희원 감독은 그를 믿어줬다. 현장에서 ‘놀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온전히 그의 생각대로 캐릭터를 표현하게 했다. 그는 그 분위기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왕이 된 남자》를 통해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드라마에 늦게 합류한 것으로 아는데, 부담은 없었나.

“《왕이 된 남자》를 촬영하면서 섭외를 받아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부족한 모습을 보일까봐 조금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상대역인 아이유씨는 이미 만월의 모습에 몰입하고 있는 상태였어요. 덕분에 호흡에 대해서는 걱정되지 않았죠.”


아이유는 여진구와의 호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먼저 캐스팅된 후에 진구씨가 확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든든하고 기뻤어요. 찬성과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미팅을 할 때도 캐릭터처럼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왔더라고요. 나도 중심을 가지고 제대로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은 늘 ‘찬성이는 복덩이야’라는 말을 하세요. 현장에서 진구씨의 에너지 덕에 모든 스태프들이 기분 좋게 촬영하고, 저 역시 힘이 나거든요.”

 

《왕이 된 남자》 종영 이후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차기작을 통해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기대해도 되나.

“지금까지 작품에서는 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찬성이가 델루나에 와서 느끼는 점도 많겠지만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손님들을 치유해 주고 지배인으로서 인도해 주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 부분을 ‘남성적’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웃음). 평가는 시청자분들이 해 주시는 거라, 어쨌든 열심히만 하고 있습니다.”

주연배우가 말하는 관전 포인트는.

“제게 《호텔 델루나》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세상을 알아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 역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고요. 특별하고 유일한 공간과 귀신 손님들의 다양한 사연들이 뭉쳐져 재미있을 거예요. 만월과 찬성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등장하는 귀신분들과의 호흡도 중요해요. 귀신 연기자분들이 누구보다 열심히 해 주시는 것 같아 늘 감사드리고 있어요.”


배우 여진구에게 《왕이 된 남자》가 변곡점이 된 작품이라면 《호텔 델루나》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배우가 되고픈 그의 첫 무대일지도 모른다. “배우는 평가받는 직업이에요. 평가받는 것이 부담스럽고 두려울 수 있지만, 하다 보면 또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지금은 그런 마음이 충만해요.” 여진구는 지금 연기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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