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영방송] 왜 MBC는 ‘괴롭힘 1호 신고 사업장’이 됐나
  •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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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개연성 높다" 밝혀

16·17사번 MBC 아나운서 10명은 지난 7월16일 MBC를 상대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날 첫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 1호 신고 사업장’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해직 PD 출신이 사장인 MBC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16·17사번 MBC 아나운서들은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인 2016~17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지난해 초 사측은 계약직 아나운서 11명에게 계약 갱신이 아닌 특별채용 계획을 통보했다. 이들 가운데 특별채용된 이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된 아나운서들은 지난해 6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3개월 뒤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 1월 이 판정을 유지했다. MBC는 이에 불복해 노동위 판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7월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중구 서울고용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나운서들도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은 본안 판결 시까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하지만 MBC는 이들 아나운서를 기존 아나운서 업무 공간(9층)이 아닌 별도 공간(12층)에 배치하고 업무를 주지 않았다. 회사 게시판과 이메일 등 전산망도 차단했다. 아나운서들이 진정서를 접수한 까닭이다.

뉴스데스크 앵커였던 손정은 아나운서는 7월17일 페이스북에 “어떻게든 MBC에 다시 들어와야겠다며 몸부림치는 너희 모습이 더 이상 안쓰럽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글을 남겼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2017년 파업에 불참하는 등 이른바 과거 ‘적폐’ 경영진에 순응했다는 비판이었다. 과거 경영진 시절 정규직 아나운서들은 퇴사하거나 비제작부서로 배치되는 아픔을 겪었다. 배제로 인한 아픔은 계속돼야 하는 걸까. 고용노동부는 이날 MBC 조치에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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