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참모 복, 야당 복’보다 중요한 것은?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5:00
  • 호수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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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참모 복은 없지만, 야당 복은 있다.”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한 말이다. 공감할 수도 있고, 달리 볼 수도 있다. 국익을 위한 최선의 대책을 충언하기보다는 ‘보신처를 찾아 총선에만 나가려고 한다’며 참모 복이 없다고 했다. 야당 복은 약세 야당, 자충수 두는 야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만만한 야당이니 집권여당에 좋다는 것이겠지만, 견제와 대안 야당의 역할이 취약한 정당정치가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국민적 차원에서는 야당 복도 없는 셈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상황에 이르기까지 참모들의 역할 부재를 박 의원은 지적했다.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우회해 참모 책임으로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물론 청와대에서는 그동안 심도 있는 논의와 더불어 대응책을 모색해 왔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고 수렴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대다수 분석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참모들의 역할이 정책이념 옹호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다양한 전문적 정보와 여론을 취합해 국가 이익을 최대화하는 역할은 뒤로 밀린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 국정이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무대가 아니라고 했다. 당연히 신념이 있어야 하지만, 국가 운영은 그런 특정한 신념만을 관철하는 무대가 아니라는 인식은 매우 적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안타깝게도 초반의 이런 다짐과는 다르게, 국정 운영이 오히려 협소한 이념 계몽의 무대처럼 보였다. 이견과 반대를 악으로, 적폐세력으로 성토하는 경향까지 보였다. 유사 종교화된 일부 지지 세력의 비판을 용인하지 못하는 폐쇄적 태도의 영향도 컸다. 그러나 지지 세력의 구심점인 국정 주도 세력 또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국민적인 에너지를 모으는 문제 해결 능력은 위축되고 문제는 미봉된다. 이러다 보니 문제 해결에 대한 책임보다는 다시 총선 승리가 답이라는 권력게임으로 회귀하고 있다. 참모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참모들의 역할 논란은 언론에 과도하게 나서면서 정쟁의 한가운데 서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박 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오히려 호의적으로 평가했지만 말이다. 청와대 비서진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인식이다. 실질적인 효과도 부정적이다. 민정수석처럼 SNS 등을 통해 나서는 참모들은 이념 성향이나 자기 주관이 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나설수록 정부의 이념 편향성은 부각된다. 국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자기 과시나 계몽적 태도다. 그만큼 권력의 오만으로 비치게 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너무 말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지적이 그분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이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청와대에서 쓴소리를 하는 게 국민들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야당 의원이 질책하자, “쓴소리하고 있지만 일부러 들리게 하는 것이 총리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 중 역할 인식에서 가장 호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참모 복’ 논란은 단지 참모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겸손한 권력과 포용적 국정 운영을 과제로 던지고 있다. 더불어 취약한 야당은 여당의 복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적 민주주의를 위한 한국 정당정치의 과제라는 점을 다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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