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시의회, 영화세트장 건립 재추진 놓고 ‘대립각’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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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진모지구 영화세트장, ‘효자콘텐츠’냐 ‘애물단지’냐?
여수시, 영화세트장 기반시설 지원비 18억 추경 편성 논란 재연

전남 여수시가 돌산 진모지구에 ‘명량’ 후속 영화세트장 건립을 재추진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지 두 달만이다. 여수시는 지난 4월 제1회 추경에 이 사업비를 편성했으나 시의회는 “사전보고와 의견 수렴이 없었다”며 전액 삭감했었다. 하지만 ‘명량’을 제작한 유력 영화사가 영화 2편의 연속 제작을 제안하자 이에 고무된 시는 추경을 편성한 뒤 시의회를 설득하면서 진모지구 영화세트장 기반시설 추진에 팔을 걷어 붙이고 있다. 

 

시 “관광객 유치효과 크다” vs 시의장 “종합개발계획 먼저 수립해야”
 

영화 ‘명량’ 세트장, 대형 짐볼트 위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명량’ 세트장. 대형 짐볼트 위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 ⓒCJ엔터테인먼트

그러나 두 기관의 영화세트장 건립을 바라보는 시각의 편차가 크다. 새 관광자원 확보에 목말라 있는 여수시는 영화세트장이 여수관광에 새로운 콘텐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역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여수시의회는 관광객 유치 측면에서 초반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임시 건물이라서 철거비 부담 등 결국은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며 세트장 건립에 신중론을 펴고 있다. 영화 세트장 효과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철저한 분석과 중장기 전략 마련이 우선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쪽에서는 영화세트장을 새로운 관광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고, 다른 한쪽에선 애물단지로 전락이 불 보듯 뻔하다며 잔뜩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형국이다. 관광 활성화에 매진해야 하는 집행부와 예산 낭비를 사전에 막아야 하는 의회의 처지가 낳고 있는 영화세트장 건립을 둘러싼 서로 다른 풍경(컷)이다. 

결국 여수시의 주장대로 ‘새로운 콘텐츠’로 평가받을지, 아니면 ‘철거대상 애물단지’로 여겨질지는 이번 시의회 임시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지난 15일 개회한 제194회 여수시의회 임시회는 25일까지 영화세트장 기반시설 지원비 18억원이 포함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다룬다.

여수시는 올해 추경에 진모지구 한산·노량 영화촬영 세트장 기반 정비사업으로 18억원을 편성했다. 여수시는 올해 초 영화사 빅스톤픽쳐스가 ‘명량’ 후속으로 ‘한산’과 ‘노량’ 등 2편을 여수에서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오자 세트장 기반 시설 예산을 세운 것이다.

여수시는 세트장 건립을 위한 상하수도 시설에 3억원, 진입 도로 개설 등에 15억원을 투입될 예정이다. 영화사 측은 세트장 건립비를 부담하고 촬영이 끝나면 세트장을 여수시에 기부채납한다.

하지만 시의회 의장까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반면 이에 질세라 여수시도 시의장의 공개 반대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반발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시의장 “안전 취약” 공개 반대 vs 시 “개회사서 의장이 언급 부적절” 

7월 15일 전남 여수시의회 제19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완석 의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7월 15일 전남 여수시의회 제194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서완석 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여수시의회

서완석 여수시의회 의장은 15일 임시회 개회식에서 “돌산 진모지구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아주 값진 자원”이라며 “영화세트장 건립 관련 시유지의 활용은 종합적인 개발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영화세트장 건립 계획을 세우기 이전에 임시적이고 부분적인 활용이 아니라 전체부지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계획 수립이 먼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 의장은 “가설 건축물이 대부분인 영화세트장은 부실해서 태풍, 폭우, 화재 등에 취약하고 가장 중요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세트장은 영화가 끝난 후에 해가 지날수록 관람객은 감소하지만 유지보수 등 관리운영비는 증가한다”며 “철거 비용 등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 사례로 완공 후 15년 만에 철거된 전북 부안의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을 비롯해 수마에 사라진 충남 금산의 ‘상도’, 방치 중인 춘천의 ‘청풍명월’, 철거된 여수 용주리의 ‘혈의 누’ 세트장 등을 들었다. 

그는 “기부채납 조건이라고 해서 6만6000㎡(2만평)의 부지를 3년 동안 무상 사용하게 하고, 시 예산 18억원을 투입해 기반시설을 만들어주는 것에 대한 기대효과와 시 부담 유지보수비 등을 냉정하게 분석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여수시 관계자는 “추경안을 심사할 의원들이 가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지, 의장이 개회사에서 미리 의견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의원의 의결권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어 매우 안타깝다”고 받아쳤다.

여수시 관계자는 특히 “국내 최대 흥행작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후속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산’과 ‘노량’ 2편이 연속 제작된다는 점은 여수를 새롭게 홍보하고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콘텐츠를 원하는 관광객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 제공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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