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지 건조시설 특혜의혹 ‘수사의뢰 카드’ 꺼내 든 익산시
  • 호남취재본부 신명철 기자 (sisa618@sisajournal.com)
  • 승인 2019.07.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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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시의원, 하수슬러지건조시설 인허가 놓고 ‘갈등’
한 시의원, 익산시가 업자에 특혜 제공했다며 지속적 의혹 제기
결국 커내 든 ‘승부수’ 왜?…“공무원 사기저하·행정신뢰도 실추”

전북 익산시가 사법기관에 수사의뢰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정 시의원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의 허가과정에 대한 특혜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익산시는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과정에 대해 일부에서 특혜의혹을 제기함에 따라 행정신뢰도 저하 방지를 위해 전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날이 갈수록 특혜의혹 증폭…익산시 “더 이상 못 참아, 바로 잡겠다”

전북 익산시청 본관 ⓒ익산시
전북 익산시청 본관 ⓒ익산시

익산시가 ‘검찰 수사의뢰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과정을 둘러싼 특혜의혹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지금까지 한 시의원이 익산시의 평안엔비텍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허가과정에 대해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시는 허가 과정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그 과정을 조사해 ‘위법사항이 없음’을 석명했다. 

그럼에도 특혜의혹이 가라앉기는커녕 퍼져나가면서 방아쇠 효과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사법당국의 ‘판단’을 빌려 진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를 두고 지역정가 일각에선 비이공계 출신으로 환경문제 비전문가인 정헌율 시장이 던진 회심의 승부수이자 ‘신의 한수’라는 평이 나온다.

익산시는 인허가 과정에 대해 문제가 없음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시의원과 일부 언론에서 특혜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행정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시의원 “업자에게 특혜제공 의혹” vs 시 “권한 밖의 일” 

앞서 임형택 시의원은 시정질문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인허가 과정에서 익산시가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익산시가 문제의 업체에 96톤 처리용량의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변경하도록 허가했으며, 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도록 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해당 업체 대표 A씨가 인허가 직후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와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다른 업체에 매각했는데 익산시가 이를 방관하면서 개인의 배를 불려줬다는 게 임 의원의 주장이다.

임 의원에 따르면 A씨 업체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허용기준을 각각 8~20배 초과하는 악취를 배출해 개선권고와 조치명령을 받고 대기배출시설을 불법 운영해 과징금 1200만원을 내는 등 환경문제를 일으켜왔다는 것. 

하지만 이 업체는 2017년 12월부터는 악취 및 대기검사에 적발되지 않았다. 최초 가동 당시부터 있던 5m 이상의 굴뚝(악취배출탑)의 높이를 단속기준 이하인 4m 가량으로 낮추면서부터다. 이후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인허가를 받은 A씨 업체는 인허가 직후 다른 업체에 음식물 처리업체와 하수슬러지 건조시설을 모두 매각했다. 

임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A씨가 특혜를 제공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 배후로 익산시를 지목했다. 악취배출탑의 높이가 5m 이하일 경우 행정당국은 악취 배출구가 아닌 해당 사업장 부지 경계에서 악취 배출량을 측정한다. 따라서 A씨 업체가 별다른 노력 없이 단순히 악취배출탑만 낮춰 단속을 피한 건 꼼수라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러나 익산시 입장은 정반대다. 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일방적 추측에 의한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우선 악취배출탑 높이를 낮추는 걸 시가 허가한 적도 없고, 허가해서 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 익산시의 입장이다.

익산시 관계자는 “악취배출탑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시의 허가나 승인 없이 임의로 조정하거나 낮출 수 있다”며 “하수슬러지 건조시설도 익산시로선 최종 처리장이 없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A씨가 다른 업체에 허가권을 매각해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개인 간의 거래를 시가 나서서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익산시는 검찰수사를 의뢰한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하수슬러지 건조시설 건립을 위해 관련 규정과 절차, 주민 민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신공법을 도입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며 재차 조목조목 반박했다. 

익산시는 평안엔비텍이 최초로 신청한 폐기물처리업에 대해서는 환경기초시설 밀집 지역인 동산동의 고질적인 악취 민원 등을 감안해 지난해 3월 불허처분했다고 밝혔다. 

또 2차 변경허가는 1차 불허가 주요 원인인 민원을 해소하고 전문기관 자문절차 이행과 타 지역 하수슬러지 반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조건을 부여하는 등 허가조건을 강화해 법령에 따라 처리했다며 인허가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익산시는 특히 평안엔비텍이 악취배출탑을 제거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에 대해 대기환경보전법에 높이 제한 규정이 없고 허가 또는 신고대상이 아닌 사업주 재량사항으로 위법·부당한 사항이 없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시가 하수슬러지 공급을 전제로 변경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하수슬러지는 입찰을 통해 위탁처리업체를 선정하므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허가과정에서도 시가 발생한 민원을 해소하고 주민단체 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반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익산시 관계자는 “절차에 문제가 없는 만큼 강력하게 대응하는 한편 이 같은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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