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설’ 김수현이 말하는 ‘분양가 상한제’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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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질서 잡히지 않고 인플레 심리 난무하는 상황엔 불가피”

‘분양가 상한제.’ 문재인 정부가 꿈틀거리는 집값을 잡기 위해 꺼내 든 비장의 카드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34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자 내놓은 강력한 정책 수단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에 대한 목소리와 함께 강력한 반발과 저항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 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주택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비장의 카드를 꺼낸 사람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지만, 그 밑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꼽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고, 다음 개각 때 국토교통부 장관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하는 그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그가 쓴 《부동산은 끝났다》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할 가능성이 높은 분양가 상한제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그의 생각을 알면 향후 시행될 분양가 상한제의 강도와 파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결론부터 보자. 그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원가 공개나 상한제가 비록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람직한 조치는 아닐지언정 부동산 시장의 질서가 아직 잡히지 않고 인플레 심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그는 ‘반대 논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책에는 “건설업체나 이른바 시장주의자들은 원가를 공개하거나, 가격을 규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업상 노하우가 사실상 원가에 들어 있는 셈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영업 비밀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물건 가격의 상한을 통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회주의식 계획경제여서, 상품은 획일화되고 갖가지 편법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업체의 사업 의욕을 떨어뜨리며, 이런 이유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는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는 반대 논리의 목소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 배경은 뭘까. 대다수 국민들의 찬성을 이유로 든다. 그는 대다수 국민은 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를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당시 이 제도 도입을 미적거리는 통에 집값이 더 올랐고, 이를 아직도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이미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한 번 호되게 당한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논리’라며 그 논리를 소개한다. 비록 원가 공개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주택은 워낙 고가의 상품인데다가 그야말로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인데 도대체 얼마를 들여 지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다못해 커피도 원가가 얼마인지 알 수 있는데, 수억 원까지 주택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 공급량은 상관이 없다는 주장도 소개한다(사실상 그의 입장처럼 읽힌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 경기 진작책의 일환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된 뒤 불과 5년 만에 분양가가 2~3배 오른 것은 상한제 폐지가 건설업체의 폭리를 보장한 증거라는 것이다. 2003년부터 5년간 서울의 주거용 토지 가격은 약 34% 오른 반면, 분양가는 125%나 올랐다는 예도 든다. 그러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량의 대부분이 공공택지에서 이뤄지는 마당에 그 위에 건립되는 아파트에서 폭리를 취하지 말라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도 알린다.

김 전 수석은 “결국 문제는 민간토지에서 공급되는 주택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그는 여기서 ‘거품(버블)’이 생긴다고 봤다. 그는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디벨로퍼들의 ‘모험 정신’ 때문에 자투리땅도 아파트로 개발되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기도 한다”면서도 “이들의 모험 정신이 지나쳐서 원가에 거품이 생긴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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