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주민자치위 조례,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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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부정 사태 당사자 조례제정 작업 직접 참여

지역 주민자치위 사태(시사저널 5월16일자 ‘불법과 탈세의 온상 오명’·5월22일자 ‘수천만원 비자금통장 들통’·5월28일자 ‘부천 주민자치위 사태는 보신행정 탓?’·6월17일자 ‘주민자치위 기부금영수증 발급이 관행?’·7월10일자 부천 주민자치위 비리 사태 ‘확전’·7월17일자 부천 주민자치위 사태 후폭풍 기사 참조)가 점입가경이다. 이 사태의 당사자가 버젓이 관련조례 제정에 참여하면서다. 이를 고발한 시민기자의 기고는 해당 지자체에서 보란 듯이 묵살됐다. 의회에선 제3자가 ‘셀프출석’ 해 관련자 변호에 열을 올리는 진풍경까지 나왔다. 이에 일각에선 지자체와 의회가 이 사태를 방조하며 들러리에 섰다는 지적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앞줄 왼쪽에서 6번째)이 지난달 26일 열린 주민자치회전환  민관협의회 위원 위촉식 후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시
장덕천 부천시장(앞줄 왼쪽에서 6번째)이 지난달 26일 열린 주민자치회전환 민관협의회 위원 위촉식 후 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천시

시, “관련자 조례 논의 참여 부적절” 기고 묵살

경기 부천시는 최근 민관협의회를 꾸려 주민자치회 조례를 논의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지난 1일 기존 36개 동을 10개 광역동으로 통합·운영하는 행정개편에 따른 것이다. 이 기구는 추천직 위원 16명(지역위원 10명·시민위원 6명)과 당연직 위원(업무담당 공무원) 10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지역위원에는 주민자치위 사태의 직·간접 당사자가 포함됐다. 강종태 심곡본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역위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그는 해당 주민자치위 회계부정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또 이상화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은 민관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한편에선 고양이에 생선을 맡긴 꼴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도 이를 문제 삼아 시정소식지 기고까지 시도했지만 외면당했다. 시민기자 A씨는 “형사고발된 강종태 주민자치위원장이 주민자치회 조례제정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되고, 그를 적극 비호한 이상화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은 무선거로 민관협의회 회장이 된 걸 부천의 시민기자로서 두고만 볼 수 없어 관보(복사골 부천)에 기고했지만 예상대로 기사승인이 안 났다”며 “앞으로 이들이 (광역동주민자치회를 통해) 더 커진 권력을 주물러 주민세를 근거로 하는 재정 배정에도 관여할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책제언 배제한 시정홍보가 본연 기능?

반면, 시는 비판 기능을 배제한 시정홍보 쪽에 방점을 뒀다. 시 편집기획팀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올바르고 유익한 정보 제공이 목적인 시정 소식지(복사골 부천)를 고유의 비판 기능을 가진 일반 언론과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시민기자의 기고 중 시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은 최근에도 올라온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시민기자에게도 시정홍보의 나팔수 노릇을 요구하는 모양새다. 전임 김만수 전 시장 때와는 딴 판이다. 당시 시정소식지는 독자신문고를 통해 지역여론을 수렴했다. 주로 대량 차량정비업소 허가 반대 등 다양한 정책제언이 실렸다.

 

“시의회가 제3자 끌어들여 범죄혐의자 변호 맡긴 꼴”

이 위원장이 의회에 자진출석해 이번 사태를 강변한 것도 논란이다. 앞서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제236회 부천시의회 심곡본동 행정사무감사에 이상화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시켰다. 이날 그의 출석은 자신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사태의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의 이른바 셀프출석인 셈이다. 정재현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장은 “당시 이상화 위원장은 강종태 위원장이 참고인으로 출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저한테 연락해 와 만나 자신도 참석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와 같이 오셔도 된다고 답했다”고 했다.

당시 이 위원장은 해당 공무원을 민-민 갈등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축제추진위원회는 금품이나 후원물품을 받아서 내 마음대로 쓰거나 하는 자리가 절대 아니다”라며 “열심히 봉사하는 민초들을 대상으로 오히려 공무원이 편을 가르고 민-민 갈등을 초래하는 게 정당한 일인 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사태의 확산은 지자체와 의회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민활동가는 “주민자치위원장이 회계부정 사태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이제 관련조례까지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판인데 시에선 이를 지적하는 시민기자의 입을 틀어막고 의회에선 제3자를 끌어들여 범죄혐의 당사자의 변호까지 맡긴 꼴”이라며 “시와 의회가 사실상 방조하며 이번 사태를 확산시켜 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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