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디지털 세상, 문제는 ‘세금’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8 10:0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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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국제적 차원의 과세 방안 마련 가능성 높아져

지난 7월11일 프랑스 상원은 연간 매출액 7억5000만 유로(약 9570억원) 이상, 프랑스 내 매출액 2500만 유로(약 319억원) 이상을 올리는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액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9년 1월부터 소급 적용될 예정인 이 법률에 따라 구글, 페이스북 등 30여 개 기업들로부터 프랑스 정부는 연간 약 53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프랑스의 이런 방침에 대해 미국은 자국 기업에 부당한 차별을 가하거나 부담을 주는 조치라고 간주하고 미국 무역법 제301조에 따라 해당 과세 방안에 대한 불공정 여부 조사에 착수할 것임을 밝혔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음악, 영화, 책 등을 모두 인터넷을 통해 파일 형태로 다운받거나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은 구글이나 아마존 등 대형 인터넷 업체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형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 업체들은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이렇게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세금은 어디에 내는 것일까?

과거 제조업 위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고정 사업장과 유형자산을 근거로 기업에 대해 과세를 해 왔다. 대한민국에 본사가 위치한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해 운영하면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 세금을 낸다. 물론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양국의 조세 당국이 협정을 체결해 한 곳에 세금을 낼 경우 이를 인정해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 세금을 내는 것이 관행이다. 그렇지만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은 전혀 다른 사업방식을 가지고 있다. 문제의 시작이다.

국경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

특정 국가에 사업장이 없어도 이용자들은 국경을 넘어 이들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함이 커졌지만 국가로서는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소비활동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없게 됐다. 지사나 사무소 등 소규모 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도 이런 사업장은 제조업의 생산 및 판매시설과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과세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타 산업의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 시가총액 기준으로 볼 때 2006년에는 전 세계 상위 20대 기업 중 디지털 기업의 비중은 7%에 불과했으나 2017년 54%로 급증했다. 연매출 증가율 역시 디지털 기업들은 14%에 이르렀지만 다른 분야 기업들은 3% 미만에 그쳤다. 그런데 세금은 거꾸로다. EU를 기준으로 할 때 전통적 기업은 23.2%의 실효세율을 기록한 반면 디지털 기업은 9.5%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전통적 과세 방식으로는 이들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2010년을 전후해 유럽 각국 정부들은 구글 등 미국계 디지털 기업들이 불공정하게 많은 과세 혜택을 받아왔던 것으로 간주하고 이들 기업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해 왔다. 프랑스의 경우 2010년 온라인 광고세, 일명 구글세 도입을 추진했으며 2016년 구글 파리지사에 대한 압수수색 및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영국은 2015년 4월 우회이익세를 도입해 연매출 1000만 파운드(약 22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본사나 다른 국가에 위치한 지사로 송금한 소득에 대해 25%의 세율을 적용했다. 이탈리아는 구글을 대상으로 압박을 가한 끝에 2017년 5월 3억6000만 유로(약 472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10년간 미납세금 명목으로 징수하는 데 합의했다.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과세를 시도하는 이런 국가들과 달리 일부의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유럽지사 설치를 유도하기도 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애플에 대해 1%, 심지어 0.005% 수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도 했으며, 룩셈부르크는 아마존에 수익의 75%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이러한 행위를 차단하고자 했으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었다.

 

G7, 2020년까지 디지털 과세 방안 마련키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OECD와 G20 등은 관련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7년 3월 G20은 OECD에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방안을 2018년까지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18년 EU 집행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디지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과세 방안을 마련했다. 미국의 경우 이런 국제적 흐름에 반대한다. 특히 디지털 기업의 설비를 이전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입장은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기로 합의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디지털 통상과 관련한 사항을 포함하면서 구체화됐다.

하지만 미국 역시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 7월18일 G7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방안을 2020년까지 도출하기로 합의했다. 기본 원칙은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국가보다 이들 기업의 서비스가 실시되는 국가의 과세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국가로의 이전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세율을 정하는 ‘글로벌 최저한세’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런 방침이 실제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기본 방향이 정해진 이상 국제적 차원에서 디지털 기업을 대한 과세 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글 등 외국계 디지털 기업들이 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세금 부담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국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12월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면서 소비자 대상 매출에 대해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세 부담을 강화하기도 했다.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돼 왔지만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물리적 시설 없이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경제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기본적인 권리는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개별 국가 차원의 과세 강화 노력은 이들 기업의 자유로운 이전과 서비스 방식 변경 등으로 쉽게 무력화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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