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는 왜 수시로 카디즈를 침범할까
  •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07.26 11:20
  • 호수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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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대한 대응, 한·미·일 안보협력 균열 등 노림수

7월23일 한국 동해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 각각 2대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 1대 등 총 5대의 군용기가 합동으로 거의 동시간대에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은 전투기 18대를 출격시켜 이에 대응했다. 특히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는 두 차례에 걸쳐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한국 공군은 독도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의 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해 대응 매뉴얼에 따라 경고방송, 차단비행 단계를 거쳐 경고사격을 했다. 조기경보통제기 진행방향 1㎞ 앞에 섬광탄 20여 발과 기관포 360발을 쐈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다른 나라 군용기가 한국의 영공을 침범한 것도 처음이었고 한국 전투기가 타국의 군용기에 대해 경고사격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는 러시아 공군기의 침범이 기기 오작동 때문이라고 하면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국제법을 어기지 않았고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상충된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위)와 중국 H-6 폭격기 ⓒ 연합뉴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위)와 중국 H-6 폭격기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의 카디즈와 일본의 자디즈(JADIZ)를 침범하면서 한국 동해에서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했을까? 크게 3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러의 군사적 대응 개념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올해 6월초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핵심은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어떤 분쟁에 대해서도 승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존의 동맹 및 새로운 파트너들과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지역 내의 각종 요소들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러의 연합 공군훈련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연합 함대의 구성으로 보장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에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유조선 피격, 유조선 억류, 드론 피격 등의 사건들이 터지면서 해상 수송로 안전 문제가 크게 부상했다. 이에 미국은 연합 함대를 구성해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연합 함대가 구성되면 미국의 대이란 압박 증가와 함께 중동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이 더 강화되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면 연합 함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중·러가 일본과 한국으로 하여금 연합 함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차원에서 동해상에서 연합훈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한·일 관계를 파탄으로 이끌어 결과적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균열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들은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면서 연합훈련을 했다. 카디즈를 침범했으니 한국 공군기들이 출격할 수밖에 없고 자디즈를 침범했으니 일본 공군기들이 출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한·일 간의 영토 갈등 대상인 독도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은 러시아 공군기에 대해 자위적 차원의 조치를 취했으나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일본은 공중 자위대가 발진하긴 했는데 언제 했는지 몇 대가 했는지 그리고 어떤 작전 임무를 수행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독도(다케시마) 영공에서 한국 공군이 경고사격을 한 것을 문제 삼았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발언이었다. 중·러의 의도는 독도 영공 침범을 통해 한·일 간의 경제 갈등을 역사와 영토 갈등으로 확대함으로써 한·일 간의 관계 파탄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안보협력의 완전한 균열을 초래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우리나라 영공 침범과 관련해 7월24일 정석환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 전동진 합참 작전기획부장(왼쪽 두 번째) 등이 국회를 방문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러시아와 중국 군용기의 우리나라 영공 침범과 관련해 7월24일 정석환 국방부 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 전동진 합참 작전기획부장(왼쪽 두 번째) 등이 국회를 방문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러 군사협력은 군사동맹 수준

사실 세 번째 의도는 오히려 중·러에 역풍이 될 수 있고 한·일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미국은 중·러의 합동 도발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중·러의 전략적 의도를 분석할 것이다. 한·일 관계를 그대로 둔다면 파탄 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도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일 간의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 태도에서 벗어나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한·일 갈등에 관여할 수도 있다. 미국의 관여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유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중·러가 한·일 관계 파탄과 한·미·일 안보 균열을 목적으로 한 도발은 오히려 실패할 수 있다.

중·러의 군사협력은 거의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연합훈련도 점차 규모와 빈도를 크게 그리고 많이 하고 있다. 작년 9월에 실시된 ‘보스토크(동방)-2018’ 군사훈련에는 러시아 측에서는 러시아군 30만 명, 전투기 1000여 대, 함정 80척, 탱크와 차량 3600대 등이 참여했고 중국 측에서는 중국군 3200명, 전투기 100여 대, 전투기 및 헬기 30대, 그리고 차량 1000여 대가 참여했다. 올해 5월초에는 중·러 해군합동군사훈련(해상연합 2019)이 산둥반도의 칭다오 해상에서 실시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폭격기와 공중조기경보기가 참여하는 공중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향후에도 중·러는 이번과 비슷한 경로를 거치는 연합 공군훈련을 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준비해야 한다. 우선 외교적으로 중·러의 무단침범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CADIZ)에 한국 공군기가 들락날락해야 한다. 또한 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영공을 지속적으로 침범할 경우에는 상대방 공군기를 강제 착륙시켜야 한다. 2001년 중국 공군은 당시 허난성 일대를 정찰하던 미국의 전자전정찰기 EC-7기의 날개를 손상시킴으로써 중국 비행장에 강제착륙을 유도한 바 있다. 이런 결기가 있어야 영공 침범을 당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피아(彼我)는 더욱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국의 어깨 너머에 한·미 동맹이 딱 버티고 있을 때 그나마 이런 공중 도발은 약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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