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시대 열렸다…정치 판도 ‘들썩’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7.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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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과 권력에서 독립된 수사 사이 진짜 시험대 오른 ‘강골 검사’
문재인 대통령이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7월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 먼저 입장할 것을 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의 임기가 7월25일 시작됐다. 총장 후보에 올랐을 때부터 '어총윤', 즉 '어차피 총장은 윤석열'이란 수식어를 달고다닌 그다.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화제의 중심에 선 검찰총장이기에, 벌써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중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윤 신임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16일 윤 총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임명장 수여 후 이어진 환담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에 이렇게 국민 관심이 모인 건 역사상 없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을 정도로 윤 총장의 위상과 인기는 대단하다.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와 대중적 관심 속 결국 총장이 된 그를 기다리는 것은 '행동'과 그에 뒤따를 '평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권력형 비리에 대해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의 희망을 받았는데, 그런 자세를 끝까지 지켜주기 바란다"며 "그런 자세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 그래야만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게 되고 권력부패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권 눈치를 보지 말라고 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은 숙원인 검찰 개혁을 강하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은 검찰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길 바라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보여왔던 정치검찰의 행태를 청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를 받으면서 국민을 주인으로 받드는 검찰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세부계획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못할 수 있어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수사'와 '개혁에 미온적인 검찰을 변화시키는 일'은 상충하는 측면이 없지 않은 프레임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했던 2년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청산' 대(對) '(야당이 주장하는) 정치탄압' 프레임이 대부분이었다. 돌파가 어렵지 않았다"며 "이제 이 구도는 비중이 줄어들고 '개혁을 뒤엎으려는 검찰의 역습' 대 '살아있는 권력 눈치를 안 보는 엄정한 수사' 구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윤 총장이 이제 진짜 시험대에 오를 거라고 윤 실장은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앞에서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는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과거처럼 지탄받는 큰 권력형 비리라고 할만한 일들이 생겨나지 않았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윤 총장으로서는 당장 권력형 비리가 불거지지 않는 한 정권의 핵심 공약인 검찰 개혁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구체적으로는 청문회에서 신중론을 폈던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의지를 나타냈던 공수처 설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 리얼미터
ⓒ 리얼미터

공수처 설치 이슈는 2020년 총선 판세와도 직결된다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분석했다. 배 소장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3월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3월27일 발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고)한 내용을 들었다. 조사 결과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5.2%(매우 찬성 46.1%, 찬성하는 편 19.1%)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3.8%였다. 

보수층(찬성 37.1%·반대 48.1%)과 자유한국당 지지층(찬성 34.1%·반대 54.9%)을 제외한 모든 이념 성향, 정당 지지층, 지역, 연령에서 찬성 여론이 더 높았다. 배 소장은 "내년 총선 때 가장 많은 의석수가 걸려 있는 수도권에서 공수처 설치 찬성 여론은 66.6%로 압도적"이라며 "이른바 '공수처 매직'으로 총선에서 부리지 못할 마술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시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의미한다. 총선을 포함해 정치권 판도가 뒤집히는 첫 단추가 될 공산이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정권 색채'는 자연스레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6월17일 윤 총장 지명 직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라면서 "청와대는 하명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정치적 인사로 보이지 실무적 인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사안인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보기 어렵다. (개혁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여러모로 국민 기대가 높고 나도 기대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기대와 국민의 기대가 완전히 일치할 순 없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 윤 총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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