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 “내게 주어진 많은 기회가 기적 그 자체”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3 14:00
  • 호수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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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사자》의 격투기 챔피언으로 돌아온 박서준

박서준의 첫인상은 바르다. 대화를 좀 하다 보면 ‘진중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인터뷰가 끝날 때쯤엔 ‘와, 언변도 좋네’ ‘사람 냄새 폴폴 풍기네’ 하는 감정에 도달한다. 적절한 단어로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긍정적이며 솔직하다. ‘이상적인 인터뷰이’ 박서준. 그가 카리스마와 함께 컴백했다.

그동안 드라마 《김비서가 왜 이럴까》 《쌈, 마이웨이》 등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인을 입증한 그가 영화 《사자》에서 웃음기를 뺀 격투기 챔피언 ‘용후’ 역할을 맡았다.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용후(박서준)의 손바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생기고,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 신부(안성기)’와 함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는 악에 맞선다. 《검은 사제들》 《곡성》 《사바하》에 이어 오컬트를 소재로 다룬 이 영화는 박서준과 김주환 감독이 《청년경찰》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기획 단계부터 많은 얘기를 나누며 작업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연배우로서 영화를 본 소감은.

“재미있게 봤어요. 음악, 편집, CG 등 촬영하면서 확인할 수 없었던 것들이 덧입혀져 신선했어요. 준비한 만큼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해요. 음악도 좋았어요.”

많은 시나리오가 도착했을 텐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김 감독님과 영화 《청년경찰》(2017)로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신뢰가 있었어요. 저를 잘 아는 감독님이기에 제게서 끌어내고 싶었던 감정과 모습이 있으셨고요. 간혹 현장에서 제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대요.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 것들이 제가 원하는 것과 일맥상통했어요. 물론 시나리오도 신선했고요. 저는 역할을 선택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그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에요.”

김 감독의 장점은 무엇인가.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작업하죠. 촬영이 지연되면 현실적으로 제작비가 늘어나는데, 그런 부분을 철저하게 계산해 불필요한 컷은 찍지 않으세요. 《청년경찰》 때도 그러셨어요. 제작자가 좋아하는 감독님이죠(웃음). 그래서인지 연기를 하는 입장에선 오히려 긴장이 더 돼요. 내 실수로 감독님의 맞춰둔 시간과 동선이 어긋나면 어쩌나 하고요.”

그간 했던 역할과는 조금 다른 진중한 역할이다.

“이전 작품들은 주로 유쾌하고 에너지 넘쳤던 역할이었죠. 이번엔 진중하고 강인한 모습을 연기해요. 제가 원하는 모습이기도 하고요. 실제 모습요? 예능 《윤식당》에서 보여준 모습이 제 실제 모습과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요? 물론 연기를 할 때도 제가 가지고 있는 어느 한 부분을 확장시켜 해요. 그래서 어느 작품이든 제 모습이 투영돼 있는 것 같긴 해요.”

액션을 시도했다.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초반에 격투기 장면이 있어요. 그래서 몸 만들기에 주력했어요. 몸을 만들 땐 운동보다는 먹는 게 중요해요. 좋은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운동은 노동이나 마찬가지예요. 계획적으로 섭취하는 게 힘들었어요. 액션은 꾸준히 연습하는 게 정답이죠.”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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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킹’ 이미지가 강하다.

“제가 ‘킹’인가요? 글쎄요. 하하. 그동안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를 많이 하긴 했죠. 그 이미지를 깨고 싶어 진중한 역할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다양한 연기를 해야 제 개인적으로도 만족이 생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중점을 둔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을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라 그 표현의 강도가 중요했어요. 저만 아는 미세한 차이랄까요. 저도 이제 작품 수가 어느 정도 쌓이다 보니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도 내 얼굴이 어떻게 나왔을 것이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그 강도가 숙제였어요. 외국 스태프들과 작업하며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시작이 반이죠. 조금씩 적응했어요. 현장에서 오는 묘한 공기와 긴장감을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현장에서는 어떤 스타일인가.

“현장의 호흡과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요. 현장에서 재미있으면 결국 작품도 그 영향을 받게 되죠. 분위기는 유쾌하되 카메라 앵글 안에선 진지하게 임하는 스타일이에요. 설령 코미디가 강한 작품이어도요.”

대선배인 안성기와 호흡을 맞췄다.

“엄청 긴장이 됐죠(웃음). 극 중 신부님으로 출연하시는데, 캐스팅이 되고 난 뒤 김 감독님이 결혼을 하셨어요. 성당에서 신부님이 주례를 보셨는데, 즉흥적으로 안성기 선배님의 모습과 오버랩되더라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좋은 인생 선배를 만났어요. 격투기 선수를 맡아 중간중간 운동이 필수였는데, 지방에서 촬영할 때 아침 일찍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안성기 선배님이 항상 저보다 먼저 뛰고 계시더라고요. 현장에선 대사 한 번 틀린 적이 없으시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셨어요.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다. 부담은 없었나.

“받아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인물의 감정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략 없이 보여줄 수 있잖아요.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즐기려고 했어요. 물론 결과에 대한 부담은 있죠(웃음).”

비현실적인 장면을 연기할 때는 어렵지 않았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믿었어요. 그렇게 열어둔 채 연기를 했어요. 실제로 저는 가위에 잘 눌려요. 그래서 그 느낌을 알죠. 그뿐만 아니라 뉴스를 보면 ‘이게 말이 돼?’ 하는 사건들이 현실에서 연일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가능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믿어야 관객들도 믿지 않겠습니까. ‘이 상황이 말이 돼?’라는 고민보다 ‘그 상황에 던져진 용후는 어떤 감정일까?’가 제게 더 중요한 숙제였어요.”

신에 대한 애증이 있는 묘한 감정을 연기한다.

“개인적으로 종교가 있었다면 연기하는 게 힘들었겠지만 저는 종교가 없어요. 종교에 대한 선입견도 없고요. 종교적인 공간에서 촬영을 하면서 그 공간들이 주는 느낌들이 신선했고, 어딘가 홀리는 듯한 묘한 감정도 받았어요.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이 하신 ‘종교는 선입견 없이 다 체험해 보는 게 좋다’는 말씀이 기억나요. 덕분에 자라면서도 종교에 대해 선입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도 쉽게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좋아하는 배우가 있나.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를 좋아해요. 좋아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는 작품들마다 결과가 다 좋았다. 비결이 뭔가.

“저는 현장에서 즐거운 게 좋아요. 그 느낌이 결과로도 고스란히 넘어오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언론 배급 시사회가 끝난 뒤 호불호가 나뉘었지만, 생각해 보면 호불호가 없는 영화는 없으니까요. 오히려 저는 관객들에게 신선한 소재의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해외로 진출할 생각은 없나.

“‘진출’이라는 단어는 거창하고요. 국내 작품들이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건 사실이죠. 세계인들이 궁금증을 가지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기회의 장이 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은 거죠. 생각해 보면 데뷔 후 제게 주어진 많은 기회가 결국 기적 같은 일들이었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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