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중단은 아베가 쳐놓은 덫에 걸려드는 것”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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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외교갈등을 안보동맹 폐기로 만드는 나라" 일본이 역공 펼 수도
일본 정부는 8월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 했다. 화면은 문재인 대통령. ⓒ시사저널
일본 정부는 8월2일 오전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를 열고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 했다. 화면은 문재인 대통령. ⓒ시사저널

한·일 양국 관계가 1965년 국교 수립 후 최악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예상대로 일본 정부는 2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과 아베 총리가 서명하면 공표 절차를 거쳐 21일 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빨라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이 카드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군사안보동맹의 핵심축이다.

하지만 지소미아 중단은 한‧미‧일 군사안보동맹의 균열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칫 북한의 오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동북아 역내 안보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北 "지소미아는 일본의 군국화 상징, 폐기해야"

실제로 북한은 일본 정부의 발표가 예고된 2일 새벽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새벽에 쏜 미상 발사체가 최대 비행속도 마하 6.9를 기록하며 220㎞ 이상 날아간 것으로 탐지됐다”면서 “이 단거리 발사체의 고도는 약 25㎞, 추정 비행거리는 220여㎞로 탐지됐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중단을 언급한 뒤 나온 것이라서 더욱 주목받는다. 일본 내부에서는 “북한이 이틀 간격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표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를 중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주변에서는 북한의 이번 도발이 이달 초부터 진행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에 대한 반발이자, 실무급 사이 진행중인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7월25일 진행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남측이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 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데 대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8월2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8월2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번에 발사된 미상의 발사체가 신형 이스칸데르급으로 판명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한 군사전문가는 “지난달 25일에 발사된 발사체는 하강 단계에서 갑자기 급상승하는 이상궤적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스칸데르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소미아 중단은 미국이 구상하는 동북아 안보전략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을 중심으로 나온다. 지소미아를 토대로  한‧미‧일 세 나라는 주요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지소미아는 한·미, 미·일 동맹을 연결해주는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일 무역 갈등이 동북아 안보 시스템 균열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정부 여당 내에서 지소미아 중단 조치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승찬 연세대 겸임교수는 “일본 정부가 왜 지소미아 연장을 꺼냈겠느냐. 미국을 향해 ‘한국은 외교 갈등을 안보동맹 파기로까지 만들 수 있는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만드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한·일 간 무역갈등이 자칫 한미동맹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 교수는 그러면서 “아베가 만든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도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8월24일 연장을 앞둔 지소미아에 대해 묻는 질문에 “협력해야 할 과제는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상의 기밀 정보를 공유하는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체결된 이후 매년 갱신돼 왔다. 일본 우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산케이신문은 2일 “GSOMIA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한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가운데, 잇따른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일 안보 협력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우리가 마땅히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소미아로 인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받는 군사정보는 많지 않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7월28일 논평에서 “지소미아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발판을 제공하는 매국 전쟁 협정”이라면서 폐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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