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반일 행보 갑론을박…“능동적 활동” vs “지나쳐”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8.0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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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청·중구청 “보이콧 재팬!”…동조·비판 반응 엇갈려
서양호 중구청장, 결국 ‘1100개 깃발 설치’ 정책 철회
서울 구로구청이 8월6일 구로역 광장에서 개최한 '구로구민과 함께하는 일본 경제 침략 규탄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 구로구청이 8월6일 구로역 광장에서 개최한 '구로구민과 함께하는 일본 경제 침략 규탄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반일(反日)' 행보를 놓고 갑론을박과 진통이 벌어지고 있다. 주로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추진하는 반일 활동에 응원이 따라붙는 한편 '순수한 시민 운동을 변질시킨다'는 항의도 거세다. 보수·진보를 막론한 비판에 한 지자체는 반일 문구를 적은 깃발 설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서울 구로구청은 8월6일 구로역 광장에서 '구로구민과 함께하는 일본 경제 침략 규탄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성 구로구청장 등 구청 관계자, 구민 등 참석자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을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도 외쳤다. 

구로구청은 지난 8월2일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한 직후에도 자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청장 등 직원들이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예스·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이 문구는 다시 대형 현수막에 새겨져 8월4일 구로구청 청사 본관과 신관에 내걸렸다. 많은 네티즌들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사진이 게시되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청 청사에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예스·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서울 구로구청 청사에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예스·아이 러브 코리아(I love Korea) : 많이 이용하겠습니다 자주 다니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한 네티즌은 "일반 국민 주도의 항일(抗日)·극일(克日) 투쟁이 더 효과적"이라며 "국가나 지자체에서 나서면 골치 아파지는데, (구로구청의) 생각이 짧다"고 댓글로 지적했다. 여기에는 동조와 반대 댓글이 동시에 달렸다. 구로구청을 지지하는 네티즌은 "나중에 중앙정부에서 자제시키는 모양을 취하더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강력히 나가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구로구청에 앞서 서울 중구청도 적극적인 반일 행보로 화제가 됐다. 중구청은 8월6일 관내에 '노·보이콧 재팬(NO·Boycott Japan) :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쓰인 깃발 50여개를 설치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이를 포함해 깃발 총 1100개를 걸겠다고 공언했다. 

중구청의 정책을 향해 찬성과 비판이 함께 쏟아졌다. 시간이 흐르며 비판의 목소리가 더 확대됐다. 중구청 홈페이지에 깃발을 철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깃발 설치를 중단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등 보수권을 넘어 정의당도 "아베 정권과 일본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개념적인 반일과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정치인들의 돌발적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반일 운동으로 화제가 된 구청의 수장들은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지난 7월30일 52개 지자체가 모여 출범한 '일본 수출 규제 공동 대응 지방정부연합' 역시 민주당 소속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의 순수한 불매 운동이 관제 정치 활동으로 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페이스북
ⓒ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페이스북

한편,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SNS에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느냐"며 비판에 맞서던 서양호 중구청장은 항의와 자제를 촉구하는 여론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깃발을 내리도록 하겠다"면서 꼬리를 내렸다. 그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에 국민과 함께 대응한다는 취지였는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처드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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