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바른미래, 조직적 '일감 몰아주기’ 의혹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2 08: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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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무감사보고서 입수…조원C&I 대표 등 경찰에 수사 의뢰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 선거홍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든 뒤, 당이 내야 할 용역비 2억1000여만원을 인쇄업체와 TV광고 대행업체들이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기소돼 큰 홍역을 앓았다.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 관계자가 무더기로 기소된 이 사건에 대해 올 7월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하면서 일단락됐지만, ‘깨끗한 개혁 정당’을 추구했던 당의 이미지는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런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져 탄생한 바른미래당이 또다시 부정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관련 사실은 당무감사위 조사 결과 드러났으며, 이를 토대로 바른미래당은 사건에 연루된 당 산하 바른미래연구원 박아무개씨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C&I)의 김아무개 대표 등을 사기, 업무상 횡령과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보고서의 핵심 쟁점은 지난 4·3 창원 성산 재보선 기간 중 바른미래연구원이 의뢰해 실시한 조원C&I의 여론조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2월20일경 조원C&I를 여론조사기관으로 결정했다. 당시 바른미래연구원은 조원C&I와 전화면담 방식의 여론조사를 3회 실시하고 대금으로 6600만원을 주는 계약을 맺었다. 3월3~4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1차 조사 후 바른미래연구원은 2200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논란이 된 것은 3월16~17일 실시된 2차 조사다. 당시 오신환 사무총장(현 원내대표)과 총무국에서 진행한 특별 예비조사 결과, 2차 조사는 조원C&I가 쿠키뉴스 의뢰로 조사해 3월27일 공표한 결과와 똑같았다. 연령별, 지역별, 성별 정당지지도 등 모든 조사 결과가 똑같게 나온 것이다. 비당권파는 이를 토대로 “조원C&I가 실제 조사를 하지 않고 마치 한 것처럼 속여 2200만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 성산 재보선 후보가 3월6일 경남 창원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손학규 대표를 업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 성산 재보선 후보가 3월6일 경남 창원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손학규 대표를 업고 있다. ⓒ 연합뉴스

당무감사위 “조원C&I 여론조사 않고 돈 받아”

조원C&I가 바른미래당의 의뢰를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은 국민의당 시절부터다. 국민의당이 해산되기 전에 사인한 여론조사 계약서에 따르면, 조원C&I는 2018년 국민의당 정책기관인 국민정책연구원으로부터 총 6회의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6490만원의 비용을 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당은 지난해 2월 공식 합당했지만 별도 산하기관인 국민정책연구원은 그해 말에 바른정당 산하 연구기관과 통합했다. 조원C&I는 지난해 12월에도 3회에 걸쳐 정치·사회 현안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지급한 비용은 회당 275만원이었다. 이랬던 여론조사 비용이 재보선 직전에 와서 2200만원대로 8배가량 뛴다. 논란이 일자 3차 여론조사는 실제 진행되지 않았다. 

5월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원C&I가 여론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가상번호 제공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답하면서 허위조사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에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요청하는 것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지역선거의 경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조사기관이 아닌 정당이 선관위에 번호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1차 때는 해놓고서 2차 때는 요청하지 않은 것은 오해를 살 만하다”고 말했다. 조사를 의뢰한 바른미래연구원에 관련 사실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면 불순한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바른미래당 조사 이후 곧바로 실시한 쿠키뉴스 조사는 가상번호가 신청됐다. 

이렇다 보니 당 일각에서는 조원C&I와 일부 당직자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지 모른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환 바른미래당 창원 성산 지역위원장은 “후보로 공천받고 나서 손학규 대표가 선거총괄기획으로 이아무개 소장을 추천했고 그 사람이 조원C&I 김아무개 대표를 소개했다”고 밝혔다. 당내 비당권파 관계자는 “이재환 위원장에게 김 대표가 ‘괜찮은 선거기획사’라고 소개한 곳이 단아커뮤니케이션이었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단아커뮤니케이션은 김 대표가 2월초까지 대표로 있던 회사”라고 주장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단아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송아무개씨로 기재돼 있으며, 조원C&I 김 대표는 2월12일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으로 돼 있다. 당무감사보고서는 단아커뮤니케이션 송 대표를 조원C&I 회계담당이라고 지목했다. 사실이라면, 조원C&I는 대표인 김씨가 관계된 또 다른 회사를 통해 바른미래당의 선거기획 업무까지 맡은 것이다. 

왜 이렇게 했을까. 한 바른미래당 의원실 보좌관은 “선거기획과 여론조사를 한 업체가 맡게 되면 정확한 민심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정당들이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게 일상적인 관례”라면서 “두 업무를 한 업체가 총괄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와 여론조작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조원C&I 사무실. 단아커뮤니케이션과 사무실이 같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조원C&I 사무실. 단아커뮤니케이션과 사무실이 같다. ⓒ 시사저널 최준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조원C&I 사무실. 단아커뮤니케이션과 사무실이 같다. ⓒ 시사저널 최준필

조원C&I, 사실상 당 일감 독점하다시피

당내 일각에서는 이러한 논란을 의식해 조원C&I가 애초부터 또 다른 관계사 명의로 계약을 따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통상 선거 전략기획은 당과 후보자가 결정하고, 여론조사는 연구기관과 같은 별도 기구가 책임진다. 바른미래연구원은 당 산하에만 있을 뿐 모든 결정을 독립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이재환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손 대표와 함께 만난 분이 소개해 준 J(조원C&I로 추정)사 대표 김아무개씨가 사실상 4·3 선거 총괄기획자였다. 처음에는 보조를 한다더니, 어느 순간 실무를 봐온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 기사에서 이 위원장은 “김 대표 주도의 당 차원 여론조사가 기획된 일도 선거 후에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관련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시사저널은 이 위원장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지난 4·3 재보선에서 이 위원장의 득표율은 3.57%에 불과했다. 같은 지역에서의 지난 20대 총선 득표율(8.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조원C&I가 실시한 2차 여론조사 결과에선 예상 득표율이 7.1%였다. 당 관계자는 “당시 지역에서 중앙당으로 최소 두 자릿수 득표율은 나온다는 소식이 계속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못된 정보였다. 제대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잘못된 결과가 나오다 보니 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가운데, 조원C&I가 바른미래당의 홍보물 제작을 책임져왔던 디자인샘터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등록된 이 회사 역시 단아커뮤니케이션 대표인 송씨 소유라는 것이다. 종합하면 조원C&I 관계자들이 바른미래당 여론조사는 물론 선거 전략기획, 당 홍보물 제작에까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볼 수 있다. 특정 업체에 일방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사례는 정치권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조원C&I 김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언론에 해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수사기관에 나가 정확하게 설명하되 명예가 실추된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 법적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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