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생식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5 15:00
  • 호수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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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대안, 소화 흡수율 높아---영양불균형`위생은 단점

반려동물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인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제는 양질의 사료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생식을 먹이는 보호자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생식이 반려동물의 건강에 주는 이로운 점과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생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에는 2007년 멜라민 파동이 있다. 중국의 사료업체가 단백질 함유량을 높게 보일 목적으로 원료 안정성 평가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멜라민을 넣어 납품한 사건이다. 생식은 가공돼 나오는 사료에 비해 어떤 원재료로 만들어졌는지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 첨가물이 사용되지 않고 심한 성분의 변화를 일으킬 만한 가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사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줄 대안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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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있는 업체 통해야

생식의 장점은 이것뿐이 아니다. 신선한 원재료를 사용하고 영양소 파괴가 최소화되며, 특히 가공을 거치지 않은 동물성 단백질의 경우 소화 흡수율이 매우 높다. 건사료에 비해 가공되지 않은 육류나 채소는 수분 함량이 많아 자연스럽게 수분 섭취도 가능하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생식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은 영양의 불균형이다. 2013년 미국에서 서적이나 인터넷에 공개된 생식 레시피 200여 가지를 분석한 논문이 공개됐다. 논문에 따르면 95%는 최소 한 가지 영양소가 부족했고, 83.5%는 2가지 이상의 영양소가 부족했다. 성장 주기별 필요한 영양소와 칼로리를 생식을 통해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영양 불균형은 생식을 만드는 전문업체가 아닌 ‘홈메이드’ 생식의 경우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 단기간 먹이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장기간 먹이면 영양의 불균형이나 결핍으로 발육이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나이, 품종, 크기, 활동량에 따라 체계적으로 식단이 구성돼야 하는 펫푸드 특성상 생식이 이런 부분을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두 번째는 위생 문제다. 가공되지 않아 신선하다는 게 장점이라면, 반대로 유통기한이 짧고 보관상 주의를 요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중에 팔리는 200개 상업생식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7%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바 있다. 이처럼 식중독을 유발하는 세균과 기생충 감염 우려뿐 아니라 잘못된 보관으로 인해 상하기도 쉽다.

아울러 생식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을 유발한다. 생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경우 재료 선정, 손질, 조리, 보관 등 들어가는 수고가 적지 않다. 물론 판매되는 생식 제품을 먹이면 이런 수고가 덜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사료에 비해 최대 8~9배가량 비싸다.

생식은 잘 알고 올바르게 먹인다면 분명 반려동물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다. 하지만 개인이 식단을 짜서 적절하게 먹이기에는 여러모로 많은 어려움이 있다. 가급적 생식을 먹이더라도 전문성 있는 업체를 엄선하고, 위생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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