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가상화폐 업체 차명 소유 의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8.16 10:56
  • 호수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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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 은닉 자금 실체 드러나나…가상화폐 개발업체 ‘네오로켓’ 경영 관여

‘청담동 주식부자’로 널리 알려졌다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된 이희진씨가 가상화폐 개발 회사를 차명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이 포착됐다. 해당 회사는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를 개발하는 회사로, 이 회사에서 개발해 상장한 가상화폐는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서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지난해 먼저 출소한 동생 이희문씨를 통해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사저널은 동생 이희문씨가 이 회사 매각을 위해 외부 인사와 협의한 내용, 형인 이희진씨가 매각과 관련한 의사를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 등을 입수했다. 해당 자료들엔 이씨 형제가 회사의 경영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는 정황들이 담겨 있다. 이달 말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이희진씨는 구속된 이후에도 은닉한 자금이 많을 것이란 의혹을 꾸준히 받아 왔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3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가 3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시가총액 1조 돌파, 이후 급락 거듭

문제의 법인은 반려동물 관련 애플리케이션과 가상화폐 ‘GOM(고머니)’을 발행한 ‘네오로켓’이란 회사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애플리케이션 ‘애니멀고’와 가상화폐 ‘고머니’를 개발했다. 고머니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네와 비트소닉 등에 상장돼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베네에서 한때 1GOM당 약 120원까지 가격이 올랐었다. 총 100억 GOM을 발행해 시가총액만 약 1조2000억원에 달했다. 네오로켓 측의 자체 발표에 따르면 최고 113배까지 가격이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해 8월14일 현재 1GOM당 4원가량에 거래되고 있다.

고머니를 개발한 네오로켓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사내이사로는 대표인 노아무개씨 한 명만 등재돼 있고 이희진씨와 동생 이희문씨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희문씨가 뜻밖의 상황에서 등장한다. 네오로켓을 매각하는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희문씨였다. 당시 이희문씨 측은 고머니 상장 직후인 7월초, 네오로켓을 300억원가량에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매수 희망자가 나타났고, 희망자 측과 매각 협상을 주도한 것이 이희문씨였다. 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양측이 인수의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까지 진전됐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인수의향 양해각서’에 따르면 네오로켓은 싱가포르에 소재한 법인 소유로 돼 있다. 이희문씨가 매수 희망자 측에 보낸 메시지에 따르면 싱가포르 법인은 양아무개씨와 양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이며 양씨는 네오로켓의 지분 100%를 소유했다. 싱가포르 법인의 소유자인 양씨는 이희문씨가 대표로 있는 스톤에그파트너스의 감사로 등재돼 있다. 이희문씨는 이 같은 지분구조를 네오로켓 매수 희망자 측에 전달했다. 매각 금액은 300억원이었다.

양측은 7월10일 양해각서 초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양측은 네오로켓이 발행한 고머니의 현황 및 법인의 자본금 규모 등 경영 정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틀 뒤인 7월12일, 한 통의 편지로 양측의 매각 협상은 중단됐다. 바로 옥중에 있는 이희진씨가 매각에 반대 의사를 표했기 때문이었다. 이희진씨는 옥중에서 외부로 보낸 편지에서 “내가 MOU를 반대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네오로켓의 의사결정 전반에 이희진씨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은 이희진씨가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애니멀고 MOU 작성 얘기 동생에게 잘 들었습니다. 진행 안 된 이유는 제가 반대했습니다. (중략)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일부는 남기고 경영권을 보장해 주는 등의 조항이 있어야지만 진행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중략) MOU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이희진씨가 옥중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모든 매각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네오로켓을 인수하려 했던 A법인 관계자는 “네오로켓의 운영 전반에 대한 사항과 사업 내용 등은 모두 이희진씨 측에서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때문에 대리인 격인 이씨의 동생과 협상을 했다. 하지만 계약이 이뤄지기 직전에 이희진씨가 경영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모든 논의가 없던 일로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편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네오로켓은 사실상 이씨 형제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이희문씨 역시 형인 이희진씨가 매각 반대 의사를 표시하자 매수 희망자 측에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봐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형의 의사를 그대로 따랐다.

또 네오로켓에는 이희진씨를 지지하는 모임의 대표 격 인물도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네오로켓의 마케팅 팀장을 맡고 있는 최아무개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있는 ‘아싸 이희진 지지자 모임’의 운영자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의 박아무개 대표는 네오로켓 홈페이지와 고머니 백서에 있는 최씨의 사진을 보고 “이씨 지지자 모임 대표가 맞다. 이씨 재판정에서 자주 얼굴을 봤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지자 모임을 주도하면서 회원들에게 이씨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 제출을 독려하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6월14일 열린 이씨의 항소심 공판에 다녀와 지지자 카페에 글을 남기고 “이번 항소심 결과는 1심 결과와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탄원서를 부탁드린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씨는 “지지자 카페는 자발적으로 운영된 것이며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네오로켓에 근무하게 된 계기가 이씨 형제와의 이해관계 때문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희문 대표 출소 이후 몇 차례 만났었고, 이 대표의 부탁으로 내 경력을 살려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게 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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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적인 행위 없어…모두 음해·사실무근”

이희진씨는 자본시장법 위반과 유사수신,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동생인 이희문씨에게도 징역 2년6월과 벌금 100억원이 선고됐다. 동생인 이씨는 지난해 말 출소한 상태다. 피해자들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씨 형제가 은닉한 자금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피해자모임 대표는 “실제로 검찰이 몇 차례 은닉 자금을 찾아내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차명으로 비상장 주식을 사거나 무기명 채권을 샀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씨 형제가 운영 전반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네오로켓 역시 이씨 형제가 은닉 재산을 통해 차명으로 소유한 법인이라는 의혹이 따라붙는 이유다.

일단 네오로켓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허위”라는 입장이다. 네오로켓 측은 “이씨 측이 투자자로서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현재 투자를 철회하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설립자금을 출연한 주주는 따로 있다”고 밝혔다. 이희문씨는 차명 소유 의혹에 대해 “지난해 출소한 이후 범죄수익은닉과 관련해 7~8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몇 년간 수많은 계좌를 공개해 전부 무혐의 처리됐다”며 “은닉 자금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씨는 또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이나 행동을 한 적은 없으며, 매수를 희망했던 인사들이 오히려 공갈 및 협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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