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대비한 ‘보수적 투자전략’ 가져라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10: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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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달리 경기침체 지속될 수도…채권·외화·금 등 안전자산 주목

세계경제가 점차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얼마간 갈등 후 종료될 것으로 전망됐던 미·중 무역분쟁은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다. 교역량은 감소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이다. 각국은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 평가절하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여러 지표들이 보여주는 미래는 최소한 장밋빛은 아니다. 과거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등장해 해결해 주던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국가 간 공조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들이 취할 수 있는 투자전략엔 무엇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잃지 않음’에 주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능하다면 현금 보유를 늘리고 적극 투자보다는 원금을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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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 투자’보단 ‘원금 지키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분류되는 대표 자산은 채권이다. 금리 하락 시 이미 확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 가격은 상승하면서 좋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당분간 금리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채권시장은 안정적 투자 대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게 된다. 일반 회사채 외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등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는데 이런 상품들을 잘 분석할 경우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2009년 기아자동차가 발행했던 BW의 경우 초기 3000원 수준이었던 신주인수권이 1년 사이에 6만원까지 급등하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채권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으며 신주인수권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은 어렵게 느껴지지만 최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펀드나 ETF 등 간접투자 상품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경험한 국민들은 외화 보유에 대한 관심이 높다. IMF 이전 800원대였던 달러가 2000원대까지 급등하면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록한 사례들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다. 수출 둔화 및 경기침체로 인한 원화 약세가 예상될 경우 적절한 외화 자산 보유는 원화 평가절하로부터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경기침체마다 선호되는 외화 자산은 일반적으로 달러, 엔 그리고 스위스 프랑 정도로 요약된다. 달러의 경우 미국이라는 배경을 토대로 언제나 선호되는 자산이다. 엔의 경우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3조 달러가 넘는 대외 순자산을 토대로 위기마다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가 지나친 강세를 보일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를 비롯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주요국들은 경쟁적으로 대량의 화폐를 시장에 투입한다. 당연히 화폐 가치는 낮아지게 되는데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금 등 귀금속이 대안으로 등장하곤 한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거나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2019년 들어 금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경향은 지속될 수 있다. 금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부담스러울 경우 대안으로 은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은의 경우 금과 일정한 차이를 두고 움직이는데 최근 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은 가격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금과 은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보다는 급격한 변동으로부터 자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국제적으로 금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만큼 급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 매입,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부동산은 금융시장의 변덕을 피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돼 왔다. 과거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 하락 시 부동산은 가치 하락을 방지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주요 국가의 대도시 주택은 좋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돼 왔다. 한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부동산은 가장 확실한 재산 증식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주택, 그중에서도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모두가 선호하는 자산으로 변모했다. 아파트 가격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대출규제를 비롯한 제어장치들을 도입했으며 이런 조치들은 역설적으로 자산 가격 급변으로부터 부동산 가격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역시 경기 흐름과 함께하는 자산 가격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2010년대 초반 침체기를 겪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다른 지방 대도시와 달리 2015년 이후 뒤늦게 상승했다. 2018년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높게 나타나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경우 과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2019년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가격 상승의 경우 합리적 수준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즉 주택 매입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인하되고 있어 대출이자로 인한 직접적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경기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 및 고용 불안정은 대출금 상환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구조 변화와 주 52시간으로 대표되는 노동환경 변화는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기대했던 수익보다는 공실로 인한 관리비 부담 등을 짊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은 금융시장에 짧은 시간 큰 충격을 주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이때 시장에 참여한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을 기회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진행될 경우 과거와 다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1990년 이후 20년 넘게 진행돼 온 새로운 시장 창출과 유효수요 확대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이를 극복할 방안 역시 뚜렷하지 않음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는 과거와 달리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수익률을 쫓기보다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힘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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