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주식 수익률 누른 채권 수익률에 주목하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11: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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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 등급 회사채와 금융지주회사 신종자본증권 관심 가져볼 만

‘돈 좀 있는 나라’ 중 저성장과 저금리를 모두 겪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그래서 지난 20년간 일본인들이 어떻게 투자해 왔는지 살펴보면 저금리·저성장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있다.

일본은 금리가 내려가는 동안은 물론 금리가 제로(0)가 되고 나서도 채권이 중심이었다. 은행에 예금을 들어 1년에 0.1%의 이자를 받을망정 주식 투자는 하지 않았다. 금리가 떨어지는 동안 채권 가격이 올라 이득이 발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디플레가 발생해 채권 보유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이유도 있다.

일본인들은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할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난 후에야 해외 채권을 사기 시작했다. 2011년 일본의 국내 주식형 펀드가 10조 엔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해외 채권과 고위험 채권 펀드의 잔고가 35조 엔을 넘을 정도였다. 2000년 해당 펀드의 잔고는 3조 엔에 불과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 채권에 투자해 매달 수익을 지급하는 펀드가 특히 인기가 있었는데 환 헤지 비용을 감안해도 일본 채권보다 수익률이 2~2.5% 높았다.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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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난 20년간 투자가 반면교사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아지면 보상이 줄기 때문에 채권 같은 확정이자 상품에서 주식으로 돈이 이동한다고 알고 있다. 일본은 달랐는데 오랜 시간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게 원인이다. 1989년 닛케이지수가 3만891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30년이 지났지만 지금 주가는 사상 최고치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주식 투자로 오랜 시간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투자하려는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몇 년 사이 채권이 일방적으로 독주를 했다. 주식형 수익증권이 2011년 88조원에서 작년 38조원까지 줄어드는 동안 채권형은 8조3000억원에서 30조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채권 수익률이 주식보다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2011년 2050으로 시작한 종합주가지수가 여전히 2000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에 투자한 사람의 경우 9년 동안 손해를 봤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A등급 회사채에 투자한 사람은 이자만으로도 30% 넘는 수익을 올렸다.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른 것까지 생각하면 수익률 차이는 더 벌어진다. 위험은 적고 수익이 크다 보니 돈이 채권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기간을 더 넓혀봐도 결과는 똑같다. 코스피 상승률을 가지고 계산할 경우 1990년에 투자한 1000만원은 현재 2403만원이 돼 있을 것이다. 서울 지역 아파트에 투자했다면 4061만원, 채권은 8161만원이다. 주식이 다른 자산보다 수익이 훨씬 낮았음을 알 수 있다. 30년 넘게 채권 수익률이 주식을 압도하다 보니 당분간 획기적 변화가 없는 한 채권과 주식의 선호도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채권 중 BBB+ 등급 회사채와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채권은 발행한 회사가 부도만 나지 않으면 기대했던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BBB+ 등급에 속해 있는 기업 중 대한항공 등 몇몇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우량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유망하다. 그리고 현재 금리가 4% 부근에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높은 대신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면 채권 이자 지급이 중단되는 채권이다. 청산 때 원리금 상환 순위도 밀린다. 일반 은행채보다 위험도가 높지만 은행이 부실해지지 않을 경우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처럼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은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현재 해당 채권의 금리는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 정도에 있다.

주식 투자는 배당주 중심으로

최근 한국 시장에서는 해외 채권 투자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브라질 국채다. 그동안 헤알화 약세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많은 손실을 안겨줬는데 이번 상반기에는 20% 가까운 수익을 거둬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수익이 많이 난 건 환율이 나쁘지 않은 데다 금리가 7~8% 정도 됐기 때문이다. 브라질 헤알화가 다시 달러당 4헤알을 넘었다. 과거 최악의 상황 때도 4.2헤알을 넘지 않았던 걸 감안하면 브라질 환율이 추가로 약해질 가능성이 낮다.

1년 전부터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하고 있는 선진국 은행채도 좋은 투자 대상이다. 시티은행이나 엘스파고 등 미국 은행의 후순위채가 이에 해당하는데 지금 수익률이 2%대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그동안은 달러가 강세였기 때문에 환과 금리 모두에서 이익이 났지만 앞으로 원화가 강세가 될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이 날 수도 있다.

주식 투자는 배당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2% 밑으로 떨어짐에 따라 배당주의 매력이 높아졌다. 똑같은 배당률이라도 금리가 하락할 경우 더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금리보다 훨씬 높은 배당을 주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가 상승 시 투자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배당에 대한 기업 태도도 달라졌다. 우리 기업들은 차입을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에 배당을 할 수 있는 재원이 많지 않았다. 설혹 영업을 통해 재원이 생겼다 해도 빚을 갚는 데 썼다. 최근에 주주 중심의 경영이 정착되고 기업의 내부 유보가 많아져 배당률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은 실적이 안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경기 변동이나 새로운 기술 도입 등 다양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변동폭이 크지 않다. 또 이들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다. 미래 위험에 대비해 자금을 비축할 필요성이 약해지기 때문에 현금 배당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해당 기업이 과거 얼마나 배당을 했는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수익이 급변하지 않는 한 과거 배당을 많이 준 회사가 계속 많은 배당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통신, 유틸리티 기업들의 배당률이 높았다. 회사가 공공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어 주주에 대한 보상에 적극적인 데다 새롭게 투자할 부분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료 등 전통적인 기업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개념을 달리해 삼성전자처럼 분기 배당을 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매 분기 배당을 주는 회사는 일 년에 한 번 배당을 주는 회사보다 많은 돈을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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