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2008년처럼 일시적 충격 이후 반등 전망
  • 홍춘욱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7 11:00
  • 호수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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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를 하려면 어려워도 알아야 할 신호들

최근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하 뉴욕 연은)은 흥미로운 보고서 한 편을 내놓았다. 뉴욕 연은은 미국 12개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로 뉴욕의 금융기관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뉴욕 연은은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해 ‘1년 뒤의 불황 확률’을 예측한다. 장·단기 금리차란 10년 만기 장기 국채금리에서 3개월 만기 단기 국채금리를 뺀 것을 의미한다. 과거 미국 경제가 장기금리보다 단기금리가 더 높아질 때 불황을 경험했던 것에 착안해 ‘1년 뒤의 불황 확률’을 추정한 것인데 2019년 7월 기준으로 1년 뒤에 불황이 출현할 확률이 31.5%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물론 불황 확률이 아직 30% 초반 수준에 불과하기에 불황이 내년에 발생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더 나아가 미 연준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통화공급 확대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불황의 위험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기확장이 10년 넘게 지속된 만큼 꼭 2020년이 아니더라도 불황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가능성은 높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저금리 시대’ 장기화 가능성 높아져

이제 한발 더 나아가 불황의 가능성이 높아질 때 부동산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미리 예행연습을 해 볼 때다. 전쟁에 대비해 주요국의 참모본부가 이른바 ‘워 게임(War Game)’을 하듯 불황이 닥칠 때를 대비해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불황이 출현할 때 어떤 경제적인 변화가 나타날지 예상해 보자.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불황이 오면 ‘고금리’ 국면이 출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2008년에는 정반대였다. 예를 들어 2008년 10월 한국은행은 기존 5.25%였던 정책금리를 단번에 4.25%로 인하했다. 2009년 2월에는 2.0%까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2년 7월 유럽 재정위기 때는 기존 3.25%였던 정책금리를 3.0%로 인하한 데 이어 2016년 6월에는 1.25%까지 금리를 낮췄다.

1997년에는 고금리 정책을 시행했는데 2008년과 2012년에는 왜 금리인하가 단행됐을까. 그 이유는 한국 경제의 여건이 지난 20년 동안 극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7년에는 외환보유고 고갈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돈을 빌려야 했지만 2019년 7월말 기준 4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가 있다.

외채 만기연장이 안 될까 가슴 조리던 예전과 달리 2018년 말 외환보유고를 제외한 한국의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1168억 달러에 이른다. 다시 말해 이제 한국은 순채권국가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 상반기에만 217억7000만 달러의 경상수지를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1997년 이후 22년째 경상흑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만에 하나 불황이 출현하더라도 한국 정책당국이 금리인하로 대응할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가 인하되면 시장금리가 함께 떨어지며 채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부동산 투자자들은 이자 부담이 크게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독자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혹시 1997년이나 2002년처럼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경영이 어려워지며 대출받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2008년 미국 그리고 1997년 한국 사례를 보더라도 은행 경영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대출이 얼어붙는다. 그리고 대출이 얼어붙을 때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수년 내 은행 위기를 경험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한국 주요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대단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자본금에 예금으로 조달한 돈을 활용해 이익을 창출한다. 일반적으로는 기업과 가계에 대출해 이자를 수취하며 때때로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를 통해 돈을 번다.

문제는 불황 등으로 인해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다. 이때 은행이 가진 자산(=대출)이 예금과 자본금 수준을 밑돌 때는 ‘경영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 대출을 줄이고 또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며 이런 노력이 다시 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주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들이 ‘급박한 경영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감독을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감독 지표가 ‘자기자본비율’이다. 정부가 은행에 요구하는 최저 자기자본 수준은 10.5%다. 간단하게 말해 100조원의 위험자산(=대출 등)을 가진 은행이라면 최소한 10조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확보하라는 뜻이다. 즉 자기자본비율이 높다는 것은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금을 확보하고 있어 예상하지 못한 대출의 부실화에도 대처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2019년 3월말 기준 한국의 주요 은행들은 대부분 14~16%의 자기자본비율을 확보하고 있다.

 

은행 위기 가능성 ‘희박’

물론 기업과 가계 대출이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면 아무리 건전한 은행이라 해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5월 기준으로 한국 은행들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단 0.51%에 불과하다. 참고로 1998년에는 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무려 8.9%에 달했고, 2002년 카드 위기 때는 2.0%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최근의 은행 연체율 수준은 ‘상전벽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불황이 출현한다 해도 한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은행 위기의 충격에 넘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더 나아가 정책당국의 금리인하까지 가세할 것을 감안하면 부동산시장은 2008~09년처럼 일시적 충격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과다한 차입에 의존한 투자자들은 ‘투자심리 위축’ 속에 급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지만 저금리 여건을 감안할 때 연쇄적인 가격 하락의 위험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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