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핵심 요직 10여명 총선 예열…'이재명, 대선 포석'
  • 경기취재본부 서상준 기자 (sisa220@sisajournal.com)
  • 승인 2019.08.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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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경험' 없는 이재명, 내년 총선 세력 확장 포석 염두
이화영 부지사, 김용 대변인 등 최측근 10여명 총선 준비
경기도 고위급·산하기관장 줄사표 우려…'경력쌓기용' 비판도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측근들이 내년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본격적인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했다.

내년 4월 치러질 총선은 차기 대선(2022년 3월)에 앞서 펼쳐지는 일종의 전초전이나 다름 없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이 지사로서는 내년 총선이 세(勢) 확장을 위한 필수 코스이면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측근들이 얼마나 당선되느냐에 따라 2022년 대선의 밑그림이 그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청사(왼쪽)와 국회의사당 전경 ⓒ시사저널 서상준
경기도청사(왼쪽)와 국회의사당 전경 ⓒ시사저널 서상준

◇이재명 최측근 최소 10명 총선 출사표 만지작 

시사저널 취재결과, 직간접적으로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힌 이재명 지사 측근 인사들은 최소 10명에 달한다.  

먼저 출마가 확실한 인물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다. 제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는 이 부지사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이면서, '원외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대표적 인사다. 전국 최초의 '평화부지사'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사는 경기 용인갑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 또한 총선 채비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사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대변인은 성남시의원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을 맡고 있는 김병관 의원의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변인은 출마를 결심한 상태로 사표 제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조계원 경기도청 정책수석 역시 총선 출마가 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지사의 정책 보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조 수석은 전남 여수갑 출마가 유력시 된다. 여수갑 선거구는 무소속 이용주 의원의 금배지 수성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거센 도전을 예고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타천으로 거론되지만 곽윤석 경기도 홍보기획관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으로 지난해 지방선거 때 캠프 전략기획실장, 인수위원회 기획실장을 역임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시절 임 전 실장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다만, 곽 기획관은 현재까지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히진 않은 상황이다.

서남권 경기도 소통협치국장도 총선 예비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민주당 경기도당 공보국장, 교육연수국장, 정책실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 1월 경기도 소통협치국장에 선임됐다. 그간의 경력을 토대로 도의회는 물론 중앙 정치인들과의 가교역할을 담당해왔다. 서 국장은 서울 관악갑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경기도 산하 기관장 등 고위급 인사들도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서서히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김기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장은 파주 지역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 19대 국회의원이기도 했던 김 원장은 지난해 부임 당시부터 총선 출마설이 나돌았고, 주위에서는 파주 지역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기 광명시장 출마 전력이 있는 김경표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도 광명 지역 총선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광명시의회 의장과 경기도의원을 역임했다.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광명을 선거구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서울시의원을 역임한 김문수 경기신용보증재단 상근이사는 서울 성북구 지역구에, 201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캠프에서 이재명 지사와 호흡을 맞춘 임근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는 경기 의정부을 지역구에 각각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부천시의회 의장 출신인 한선재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은 부천소사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고위급 줄사표 우려…'경력쌓기용' 비판도

하지만 이들을 지켜보는 경기도민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경기도에서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고위급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 대거 출마할 경우 도정(道政)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직제상 1~3급으로 고위직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경기도에서 근무한 시간을 따져봤더니 1년 남짓에 불과했다. 부임한지 고작 3개월 된 인사도 있다. 내년 총선까지 8개월 가량 남았다치더라도 사실상 '경력쌓기'만 하고 그만두는 셈이다.

공무원과 공기업 상근 임원 등은 내년 총선(4월15일)에 출마하려면 90일 전(내년 1월16일)까지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주요 핵심 인사들이 한꺼번에 줄사표를 낼 경우 행정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병욱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이재명 지사가 문제 제기에 대해 책임있게 설명을 해야 하고 또한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지사 개인의 정치적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참모진을 이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공무원은 자칫하면 정치 인생을 끝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이 지사가 승산 없는 싸움터에 참모진을 내모는 모양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청 한 간부는 "내년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재명 지사와 개인 친분내지는 선거를 도왔던 최측근 인사들"이라며 "(이들이) 경기도 핵심 요직에 앉아있는데 소위 떠나면 그만인 사람들이다. 아무한테도 책임을 지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 지사가 자신의 입신출세(立身出世)를 위해 측근들을 '총선터'에 내모는 듯한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도 이같은 상황을 모를 리 없다. 당 내부 장악력은 물론 향후 공식화될 '대선 캠프'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측근 인사 한명이라도 국회에 입성해야 하는 만큼 이 지사의 속내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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