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킬 박사, 부메랑, 그리고 언행일치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1 17:00
  • 호수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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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에게 소설 《보물섬》으로도 잘 알려진 로버트 스티븐슨은 19세기 후반에 활약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일생 호흡기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20세기를 보지 못하고 4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작품활동 기간 중 중반에 해당하는 1886년에 중편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이상한 이야기(Strange Case of Dr Jekkyl and Mr Hyde)》를 출간했다. 그는 악몽 속에서 본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단 3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체면 등에 구속감을 느끼던 지킬 박사라는 사람은 체면을 차리거나 책임을 질 필요가 없이 ‘나쁜 짓(vices)’을 저지를 수 있는 또 다른 존재로 변신하고자 약물을 개발했다. 이 약물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면서 지킬 박사는 하이드라는 존재로 변신해 일탈을 즐겼으나 이 공격적인 캐릭터는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야 공포를 느낀 지킬 박사는 약물 복용을 중단했으나 약물을 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이드로 변신하는 일이 많아졌고 결국 지킬 박사는 이 괴물을 없애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소설의 제목은 이후 다중 인격이나 표리부동한 이를 일컫는 용어로도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2: ‘부메랑’은 호주 원주민들이 사냥 도구나 전쟁 무기로 썼던 것이다. 19세기 초 영국의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이 이 도구를 쓰는 것을 보고 본국에 소개하면서 원주민의 호칭인 이 단어도 영어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 도구는 이집트 파라오였던 투탕카멘의 고분에서 발견되는 등 오래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호주에서 원주민들이 사용한 부메랑은 길이 30~80cm, 양날이 70~120도 벌어졌고, 단면은 밑이 평평하고 위쪽은 불룩한 반원형이다. 이를 손목을 이용해 공중으로 던지면 회전하면서 상승해 지름 50m 정도의 원을 그리고 되돌아온다. 부메랑이 되돌아오는 원리는 위 날개와 아래 날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압력의 차이가 생겨 비행궤도가 계속 휘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되돌아온 부메랑을 잡다가 손이나 얼굴을 다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내가 던진 부메랑에 내가 당한 것이다.

#3. 장자크 루소는 “우리는 좋은 행동으로 선하게 된다(By doing good we become good)”라는 말을 남겼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행동이 그와 일치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선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겠다. “행동이 그 사람(의 정체)을 결정한다(Action performs human)”는 경구도 비슷한 뜻이리라. 이는 필자가 대학 신입생으로서 수강했던 철학개론의 첫 시간에 약간은 충격적으로 들어 일생 뇌리에 남았던 구절이다. 

요즘 저명한 교수 하나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 10여 년 넘게 학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며 정치, 사회문제에 대해 행한 수많은 코멘트와, 그와 가족의 실제 행동 간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여러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시간의 ‘기자간담회’ 이후 청와대와 여권 및 지지층은 “의혹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전반적인 여론은 오히려 더 싸늘해진 모습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아직 그와 가족들에 대한 의혹을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해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자기 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심판관 노릇을 하게 된 경우” “언행불일치의 전형” 같은 말이 나돈다. 이런 말들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길 바라면서도, 필자도 이에 자꾸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역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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