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 PK, 새 바람 일으킬 인물은?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9.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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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지수·이상호 '20년 집권 플랜' 실현할 카드로 밀어
한국당, 김미애·강민국 '정권 심판론' 호소할 적임자 부각

문재인 대통령은 6월5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24회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경남(PK) 지역 방문은 올 들어 다섯 번째였다. 당시 내년 PK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7월30일 경남 거제시 저도(猪島)의 대통령 별장지를 방문하기까지 몇 차례 더 PK를 찾았다.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연합뉴스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연합뉴스

PK가 내년 총선의 격전지로 부상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내년 총선이 2022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PK는 여야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명운을 걸며 이기고 싶어하는 지역이다. '영남=보수 텃밭'이라는 '불패 공식'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깨진데다 인구도 많기 때문이다.  

'20년 집권 플랜'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낙동강 벨트를 교두보로 PK를 공략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재검토, 남부내륙고속철도 추진 등을 통해 영남에서 PK를 TK와 분리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PK 전체 40석 가운데 27석을 얻는데 그친 자유한국당은 '경제 실패', '탈원전 철회' 등 정권 심판론으로 설욕을 노리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거물급 정치 신인이 벌써부터 거론되는 이유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사진 왼쪽)과 이상호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 ©김지수, 이상호 제공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사진 왼쪽)과 이상호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 ©김지수, 이상호 제공

김지수, 경남 민심 바로미터 창원서 '바람'…이상호, '낙동강 벨트' 탈환 선봉장 기대

민주당은 내년 4월 PK 총선을 어떤 인물로 치를지를 구상 중이다. 현장 민심을 다독거릴 수 있는 '간판'을 내세우자는 것이다. 그 중심에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과 이상호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있다. 이들은 PK 출신의 대선 주자급 인물은 아니지만, 총선 바람을 일으키며 승리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은 민주당 안팎에서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총선 차출론이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다. 김 의장이 출마할 수 있는 선거구도 구체적으로 언급된다. 한국당의 아성(牙城)으로 꼽혀온 창원의창구다. 이 지역은 민주당 인물이 단 한 차례도 당선된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현역 도의회 의장인 김 의장을 출마시킬 태세다. 김 의장이 경남 민심의 바로미터인 창원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적임자라는 민주당의 판단이다. 김 의장은 "PK 특히 창원의창구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지역"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은 한국당 박완수 의원이다. 그는 황교안 대표의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낙동강 벨트'의 한 축인 부산 사하을 선거구에 남다른 공을 들이고 있다. 2016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에 맞서 비주류 길을 걷다가 탈당해 새누리당에 입당한 4선의 조경태 의원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의 현장 조직을 담당했던 이상호 지역위원장이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을 해결할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장은 2002년 16대 대선 당시 노사모 부산 대표 등을 맡아 '이기는 선거'를 할 줄 안다고 인정받아온 인물이다. 이 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 있다"고 했다.

김미애 한국당 해운대을 지역위원장(사진 왼쪽)과 강민국 경남도의회 의원 ©김미애, 강민국 제공
김미애 한국당 해운대을 지역위원장(사진 왼쪽)과 강민국 경남도의회 의원 ©김미애, 강민국 제공

김미애, 흙수저 출신 변호사 '공정·정의' 상징…강민국, 세대교체와 정치혁신 아이콘

반면 한국당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과 '경제 실패'를 부각시킬 수 있는 호소력 짙은 '실력파'를 내보내 PK를 석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문 대통령이 9월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기대했던 PK의 민심이 요동하고 있다. 길거리엔 '조국 퇴진,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1인 시위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여권엔 빨간불이 켜진 반면 한국당은 "해볼 만 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실패, 실업률 폭등, 조국 장관 의혹 등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코너에 몰아넣을 계획이다. 부산 해운대을 선거구에 김미애 지역위원장을 공천하려는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변호사인 김 위원장은 젊은 시절 공장을 다니며 끼니를 때운 흙수저 출신이다. 김 위원장은 변호사가 된 후엔 보호소년과 미혼모에 관심을 쏟았고, 부산지방변호사회가 성폭력 피해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미투(Me Too)지원단'을 이끌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로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공정과 정의가 죽었다"며 "'흙수저' 성공 신화의 대표적 인물인 김 변호사를 내보내 정의가 무너진 한국 사회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구민들로부터 총선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인물도 있다. "내년 총선이야 말로 젊은 피로 세대 교체해 문재인 정부와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의 적임자, 경남 진주을 지역구의 강민국 경남도의원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경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경남도의원 절대 다수의 지지 선언을 받은 인물이다. 한국당의 청사진을 새롭게 제시하고 보수의 가치를 세울 적임자란 평가다. 하지만 그 앞엔 같은 당 4선의 김재경 의원이 버티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당내 세대교체와 정치혁신이 필수다"며 "민주당과 싸워 이길 줄 아는 강 의원 같은 젊은 세대를 출마시켜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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