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흥행 참패는 누구의 책임인가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7: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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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 및 야구 관계자들 쓴소리 “선수들 목표, FA 대박에만 맞춰진 듯”

2019 KBO 정규 시즌의 끝이 보인다. 9월19일 현재 팀당 10경기 미만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들의 윤곽도 거의 드러났다. 그런데 올 시즌 리그 전체를 바라봤을 때 유난히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관중 수 하락이다. 경기 자체도 박진감이나 재미가 없어졌다는 쓴소리가 많다.

실제 관중 수의 경우, 9월19일까지 38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685만 명을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7년 역대 최다 관중인 840만 명이 동원된 이후 작년에도 800만 명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올 시즌의 경우, 남은 관중 수를 경기당 1만 명으로 추산해도 80만 명 정도의 급격한 추락이 예상된다. 이렇듯 2년 사이에 전체 관중 동원의 7분의 1 정도가 줄어든 것은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큰 폭의 변화는 홈런 수의 급감이다. 리그 홈런 수는 201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는 1756개의 홈런이 터져 나오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난 5년 사이 4차례나 최다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현장에서는 공인구의 반발력에 강한 의구심을 표해 왔고, 공교롭게도 공인구를 교체한 올해 들어 홈런 수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9월19일 현재 968개로 남은 경기를 감안해도 무려 45% 이상 폭락하는 또 다른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재미없어지니 자연히 TV 시청률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4년간 프로야구 전 경기를 중계하는 케이블사의 평균 시청률은 0.9%에 가까웠다. 특히 작년에는 0.97%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0.85% 수준으로 하락하며 201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에 그치고 있다.

관중 감소와 시청률 저조 현상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이미 개진되고 있다. 절대 인기 구단인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이른 가을야구 탈락이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KBO의 안일한 대처와 경기 일정도 수시로 도마에 올랐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필자가 중계 현장에서 만나본 많은 야구인 및 야구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선수들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었다.

8월13일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다. ⓒ 연합뉴스
8월13일 2019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관중석에 빈자리가 많다. ⓒ 연합뉴스

실력과 인성, 카리스마 겸비한 ‘절대 스타’의 부재

‘방망이 야구’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3년의 시즌과 올해의 기록을 비교하면 홈런과 리그 평균 타율이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지난 3년간 평균 타율이 0.287이었는데, 올 시즌은 0.268로 떨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력 저하의 첫 번째 요소로 꼽히는 수비 관련 수치는 실책을 비롯해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견제사나 패스볼 등이 예전과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올 시즌 유난히 경기력이 떨어져 보이고 마치 선수들의 기량이나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느슨하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야구인들은 절대적인 존재감을 갖는 ‘슈퍼스타’의 부재를 꼽기도 한다. 프로야구 초창기의 백인천·박철순·이만수·최동원·장효조부터 선동열·장종훈·구대성·이종범·양준혁·이승엽·류현진에 이르기까지 소속팀을 초월해 프로야구 전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투수로는 김광현·양현종 그리고 외국인 투수지만 린드블럼 등이 존재하고 있고, 야수들도 이대호·박병호·김현수·김태균·최정·양의지 등 수년간 국내 야구를 평정했던 타자들이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된 선배 선수들과 비교해 아쉬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즉 평범한 스타가 아닌 ‘절대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절대 스타는 수년에 걸쳐 자신이 강점을 보이는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절대 존재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 강민호가 9월3일 롯데전에서 6회 2루 주자로 나가 상대선수와 잡담하다 허무하게 견제사를 당해 큰 비난을 받았다. 사진은 9월5일 키움 대 삼성의 경기, 5회초 1사 2루에서 키움 유격수 김하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민호 ⓒ 연합뉴스
삼성 강민호가 9월3일 롯데전에서 6회 2루 주자로 나가 상대선수와 잡담하다 허무하게 견제사를 당해 큰 비난을 받았다. 사진은 9월5일 키움 대 삼성의 경기, 5회초 1사 2루에서 키움 유격수 김하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강민호 ⓒ 연합뉴스

프로답지 않은 황당한 플레이와 실수 연발

현역 시절 이미 레전드라는 칭호를 들었고, 이후 코치·해설위원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한 야구인은 절대 스타의 조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치 홈런은 이만수 또는 이승엽, 탈삼진은 최동원, 평균 자책점은 선동열, 타율은 장효조 등과 같이 확실한 이미지가 각인되고, 만약 이들이 그 타이틀을 내어주면 오히려 이변으로 여길 정도의 수년에 걸친 업력이 쌓여야 한다. 그리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범적인 플레이와 생활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본인만의 개성, 즉 카리스마까지 갖춰야 절대 스타로서 손색이 없는 것이다.”

물론 지금 프로야구에도 홈런의 박병호와 최정, 타율의 김현수, 탈삼진의 김광현, 평균 자책점의 양현종 등이 존재하지만, 해외 진출과 부상 등으로 잦은 부침이 있었다. 이들이 KBO 리그 전체를 지배하는 절대 스타로 인정받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쉽게 잊히지 않는 몇몇 황당한 플레이가 속출하며, 전체 수치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전체 수준을 떨어져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다. 사상 초유의 끝내기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이나 끝내기 보크가 발생했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선수의 괴성이 터져 나오는가 하면, 누상의 주자가 상대편 수비수와 잡담을 나누다 견제사를 당하는 등 프로야구를 오랫동안 봐왔던 팬들에게도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의 한심한 상황이 연속으로 연출되며 전체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최근에 벌어진 강민호의 ‘잡담 견제사’를 두고 ‘한국 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의 이순철 회장은 ‘은퇴 선수들이 현역 선수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글’을 각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글의 요지는 프로야구 관중과 시청률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플레이에 보다 더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경각심을 가져 달라는 호소였다.

역시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전 코치였고, 현재 방송사에서 해설을 하는 한 위원은 “후배 선수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도 속칭 ‘꼰대’ 취급을 받기 일쑤라 말을 꺼내기도 꺼려진다”고 했다. “선수들의 궁극적인 목표가 FA 대박 외에는 잘 보이지 않고, 플레이 또한 철저히 여기에 맞춰 뛰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프로 선수가 좋은 성적을 통해 높은 연봉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받는 만큼 팬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줄 의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라운드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이들을 존재하게 하는 팬들에게 선수 본연의 의무와 권리가 불투명하게 느껴진다면 주인공은 무대의 뒤편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마치 연기력이 떨어지는 배우가 서서히 사라져가듯 선수들도 그런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선배들의 조언인 것이다. 흥행 없는 프로 스포츠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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