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제용 안보지원사령관, 文정부 비난” 靑에 보고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0 16:00
  • 호수 156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보지원사령관 임명 막후 물밑 힘겨루기 있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와 검찰의 기 싸움이 정국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군에서도 심상찮은 분열음이 나오고 있다. 군사안보지원사령관 임명을 둘러싸고 여권과 군내에서 벌어진 인사검증 논란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9월19일 전제용 소장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안보지원사령관에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은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다. 정부가 군을 견제·감시하는 데 첨병 역할을 하는 핵심 기관으로, 정권과 밀착된 사실상의 군내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다. 실제 역대 정권마다 기무사령관은 권력과 가장 가까운 군 장성이 임명됐다.   

전제용 군사안보지원사령관 ⓒ 연합뉴스
전제용 군사안보지원사령관 ⓒ 연합뉴스

“천군만마에 가서 빨갱이들 도와주고…”

군내 핵심 요직인 안보지원사령관에 임명된 전 사령관이 사석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무사 해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의혹 제기의 출처가 군과 여권 내부라는 점이다. 여권과 청와대 및 국방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전 사령관 임명 직전 청와대에 그와 관련된 보고서가 올라갔다. 이 보고서에는 “2018년 초, 전제용 당시 준장이 군 출신 지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기무사 해체 등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을 비난했으며,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단체 ‘천군만마’에 참여한 군 인사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전 사령관 임명을 강행했다. 보고가 정확히 안 된 건지, 아니면 보고가 됐음에도 정확한 진상 파악이나 검증절차 없이 임명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진상조사 결과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전 사령관은 공군 출신으로, 역시 공군 출신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국방부 일각에서는 ‘공군 천하’에 위기를 느낀 육군 측의 반발이 이런 의혹 제기로 이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민정실)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문제의 발언이 나왔던 자리에 전 사령관과 함께했던 지인은 “(전 사령관과) 대화 도중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을 한 기무사 출신 지휘관 A씨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전제용은 ‘A씨에 대해서 얘기하지 마라. 창피하다’면서 ‘(기무사에서) 평생 빨갱이 잡으면서 전 정권(박근혜 정부)에서 장군까지 됐으면 (기무사를) 지켜줘야지, 그걸 뒤집겠다고 천군만마에 가서 빨갱이들 도와주고 그런다’라고 얘기했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전 사령관이 문재인 정부를 빨갱이 정권으로 매도했다는 것이다.

2017년 4월10일, 기무사 출신 전직 장군 및 지휘관 20여 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여기에는 A씨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안보 무능의 극치를 보여왔다”면서 “지극히 정상적인 안보관과 국가관을 가진 분들에게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종북세력’이라고 덧칠하는 정치풍토는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4월26일에는 전직 군 장성, 경찰, 국정원 인사 등이 참여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이 열렸다. 위에서 언급된 천군만마는 바로 이 지지선언을 말하는 것이다.

대선 승리 후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군도 개혁 대상이었고 당연히 기무사가 도마에 올랐다. 전 사령관의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란 게 의혹을 제기한 측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전 사령관은 기무부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전 사령관이 문재인 정부의 기무사 개혁 움직임에 반발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 사령관은 제103기무부대장, 제606기무부대장 등을 지냈다.

2018년 7월, 기무사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기무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위수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이를 군의 ‘친위 쿠데타 모의’로 규정했다. 여론 역시 들끓었다. 기무사 해체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8월3일 “기무사를 해편(解編)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는 ‘해편’이라는 용어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재편한다는 것으로, 이전의 기무사령부와는 다른 새로운 기무사령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18년 9월1일 안보지원사령부가 탄생하게 됐다. 이때 전 사령관은 준장에서 소장으로 승진하며 사령부 서열 2위인 참모장에 전격 발탁됐다. 군 관계자는 “이때에도 뒷말이 많았다”면서 “전 사령관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 개혁을 못마땅하게 여긴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사령관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사실무근”이라면서 “군인으로서 군 통수권자(대통령)에게 그런 불경한 말(빨갱이)을 쓸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 어디에서도 이와 같은 보고서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인사에서 흔히 나오는 음해인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월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7월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전 사령관 “그런 말 한 적 없다...음해다”

전 사령관이 안보지원사령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정경두 국방장관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 사령관은 정 장관이 공군참모총장일 당시 공군 기무부대장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전 사령관은 정 장관의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전 사령관은 2018년 당시 준장에서 소장으로 승진하지 못했으면 예편했어야 할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참모장으로 전격 승진했다”면서 “참모장 역시 임기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또 사령관으로 승진했다. 마치 누군가가 애써 정년을 늘려주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이 취임한 이후 공군 출신들이 대거 중용됐다. 이수동 국방부 검찰단장,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최현국 합동참모본부 차장, 이성용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등이 모두 공군 출신이다. 이 때문에 육군이 중심이었던 국방부 내 갈등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인사 직전에 전 사령관에 대한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실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민정실은 전 사령관에게조차 해당 사실을 물어보지 않았다”면서 “이렇게 급하게 인사를 낸 이유를 모르겠다. 인사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듯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전제용 안보지원사령관, 文정부 비난” 靑에 보고」 관련 반론보도

본 언론은 지난 9월20일 인터넷 시사저널 정치면에 「“전제용 안보지원사령관, 文정부 비난” 靑에 보고」라는 제목으로 전제용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2018년초 軍 출신 지인과 함께한 자리에서 ‘기무사 해체 등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을 비난했으며, 19대 대선에서 천군만마에 참여한 軍 인사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전제용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은 현 정부와 軍 통수권자를 비난하는 내용을 발언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천군만마에 참여한 軍 인사에 대해서도 비판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혀 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