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용의자, 30여 년 전 조사 받고도 수사망 벗어난 이유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3 16:3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 ‘신발 사이즈 달라 용의선상 제외’ 보도 부인
“DNA 이외에 행적 등 관련 증거 수집하는 데 초점”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청 2부장이 9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본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브리핑을 열고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인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이 9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본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씨가 30여 년 전 사건이 한창일 당시 경찰 조사를 받고도 수사망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팀은 9월23일 이씨가 화성사건 발생 당시 경찰 조사를 받은 기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씨가 30여년 전 경찰 조사를 받은 게 맞다고 확인하면서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화성사건 당시 용의자 조사 기록 등 자료가 15만 장에 달한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씨는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총 9차례의 화성사건 중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최근 새롭게 검출한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됐다. 

그는 화성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북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쭉 살았다. 당시 경찰 조사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됐는데, 경찰이 이씨가 조사 받은 기록을 확인하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까지 받았던 이씨가 왜 경찰 수사망에서 벗어났는지는 의문이다. 당시 확보된 용의자의 신발 사이즈와 이씨 것이 달라 용의자로 보지 않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신발 사이즈는 당시 탐문수사 과정에서 참고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인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경찰 안팎에선 일부 사건의 증거물 분석 등을 통해 과거 경찰이 용의자의 혈액형을 B형(이씨는 O형)으로 추정했던 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한편, 이씨는 지난 9월20일까지 3차례 이뤄진 조사에서 "나는 화성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서류를 다 가지고 와서 분석해서 DNA 이외에 행적이라든지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특정 작업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교도소 가서 면담도 해야 하고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에 용의자를 면접했고 이번 주도 (방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DNA 검사 의뢰한 부분은 신속히 해달라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독촉했다. 결과에 따라서 (조사)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