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와 의료 연결하는 롤모델 만들어야”
  • 세종취재본부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1 15: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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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민호 충남대병원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립대병원도 역할 해야”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조만간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절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 7월1일 기준, 국내 총인구 5170만9000명 중 수도권 거주가 49.9%인 2584만4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도권 과밀화는 지방 소멸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다양한 원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의료 서비스 문제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주거지 선택의 조건으로 좋은 병원 인근을 고려하는 경향이 큰데, 그런 면에서 아직 국내 여건은 서울과 지방의 의료 서비스 차이가 크다. 미국 뉴스위크지가 최근 발표한 2019 세계 병원 순위 가운데, 대한민국 병원 순위 10위권 내 모든 병원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 진료비 청구액 상위 10위 병원 중 9개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상위 10위권 내에 유일하게 포함된 지방 병원은 충남대학교병원(9위)이었다.

대전광역시는 의료 도시다. 150만 명이 채 살지 않는 도시에 종합병원만 10곳이 있고, 그중 대학병원도 4곳에 달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병상 수만 5000병상이 넘는다. 많은 의료시설과 함께 의료 질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간한 ‘2018년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은 지역 의료 시스템의 성과 비교 항목 중 ‘주요질환별 의료효과성’과 ‘시스템 인프라’ ‘환자안전’ 분야에서 수도권을 제치고 전국 최고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대전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의 역할이 컸다. 조만간 세종충남대병원의 개원도 앞두고 있다. 2016년 11월부터 3년의 병원장 임기를 수행해 온 송민호 충남대병원장은 10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임기 동안 지방 병원이 수도권 병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충남대병원은 2017년 4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Xi를 도입해 수술에 본격 활용하고 있다. ⓒ 충남대병원
충남대병원은 2017년 4세대 로봇수술기 다빈치Xi를 도입해 수술에 본격 활용하고 있다. ⓒ 충남대병원

의료 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생각

무엇보다 송 원장은 가장 기본에 충실하고자 했다. 바로 의료의 질이다. 특히 중점적으로 신경 썼던 것이 암환자 진료 서비스다. 암 진단부터 호스피스 완화의료까지 암 치료의 처음과 끝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암 생존자 통합지지 서비스와 치료 이후 부족한 서비스를 충족하고, 2차 암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전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개소는 그 노력의 일환이었다.

암 외 중증질환 치료 증진에도 힘을 쏟았다. 송 원장은 “임기 동안 간 이식 시술과 이식 대기 환자도 늘었다”며 “그동안 비교적 평가가 낮았던 심장혈관 수술도 1등급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의료 질이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수도권으로 향하던 환자들의 발길이 돌아왔다. 외래환자는 2017년 대비 2018년 약 2만 명 증가했고, 수술 건수도 1000여 건 늘어났다.

국립대병원은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산업 발전에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송 원장의 철학이다. “충남대병원이 그동안 교육과 진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할 때”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병원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등과 충남대병원이 공동연구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송 원장은 임기 중에 다양한 융합연구 모델을 만들어왔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한 대전시의 특성을 살려 여러 연구기관을 만나 그들이 연구하고 싶어 하는 과제를 발굴하고 학교 내 관심 있는 교수들과 연결했다. 학계·기업 및 출연연구기관과의 연구개발에 대한 기술교류를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보유한 총 7곳의 벤처·중소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또한 테크노파크를 주관기관으로 선정한 ‘바이오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등 개방형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송 원장은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병원이 참여하는 융합 연구가 한 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송 원장은 임기 중 진행하진 못했지만 지역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대학병원의 활용법도 제안했다. 그는 “대전 지역 대학병원들 대부분이 구도심에 있는 것도 하나의 기회”라며 “대학병원 주변에 스타트업 기업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의 요구를 최종 수요로 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구도심에 유치해 병원과 함께 육성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건의했다. 교통이 편리하고 주거비용이 신도심보다 저렴한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송민호 충남대병원장 ⓒ 시사저널 김상현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송민호 충남대병원장 ⓒ 시사저널 김상현

세종시와 함께 미래 의료사업 시험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의료산업과 병원도 많은 변화에 당면해 있다. 2020년 개원 예정인 세종충남대병원은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인 세종시와 함께 미래 의료사업을 시험해 나갈 좋은 기회다. 송 원장은 이 병원을 차세대 스마트병원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메디컬 클러스터를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위해 바이오·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했고, 정부 중점 추진 사업인 ‘스마트시티 융합 얼라이언스’ 헬스케어 4개 분야에 대해 선제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세종시의 헬스케어 분야 구축에 참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 구축과 함께 병원 앱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영상 판독 보조, 음성인식기록, 중환자 모니터링 및 위험 조기예측 솔루션, 만성질환자를 위한 챗봇 및 홈 헬스케어 서비스, 일반영상을 활용한 3D프린팅 기술 등 다양한 최첨단 스마트 의료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스마트시티가 의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델을 만들어 추후 스마트시티가 상업화될 때 대표적인 병원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모델이 해외에 수출될 때까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송 원장은 퇴임 후에도 병원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의료의 질적 개선만큼은 지속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빠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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