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 완치?…간독성 부작용 사례 발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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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복용 금지”

강아지 구충제로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내용이 해외 블로그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9월4일 유튜브에는 2016년 말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1월 암세포가 전신에 퍼져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미국인 60대 남성이 강아지 구충제(펜벤다졸)를 복용하고 3개월 뒤 암세포가 사라졌다는 내용을 올렸다. 2018년 세포 실험에서 펜벤다졸이 암세포를 억제한다는 인도 연구팀의 결과도 덧붙였다. 그는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의사가 아니다. 나에게 효과가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펜벤다졸을 먹으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펜벤다졸은 세포 내 단백질 기능을 억제해 기생충의 체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해 고사시키는 약물이다. 이와같은 매커니즘이 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약 30건이 있다. 그러나 실험실 연구와 일부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본데 그친 상황이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구충제나 항암제의 성분으로 사용된 바 없다. 인체에 사용시 심각한 부작용 우려가 크고 효능도 완벽히 입증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폐암 판정을 받은 한 개그맨은 페이스북에 이 영상을 소개하며 강아지 구충제 복용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암 환자가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암을 찍은 영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사람 임상을 거치지 않은 세포 실험 연구일뿐이므로 체력이 저하된 말기 암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식약처는 "강아지(동물용) 구충제의 주성분인 펜벤다졸은 사람을 대상으로 효능‧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지 않은 물질이다. 특히 말기 암 환자는 항암치료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 상태이므로 (강아지 구충제)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강아지 구충제를 복용한 후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펜벤다졸은 현재까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환자 복용 연구 결과는 단 한 건도 발표되지 않았다. 말기암 환자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펜벤다졸 고용량을 46세 여성이 먹고 간수치가 10배 이상 급증하고 황달이 생기는 등 간독성이 발생한 사례가 2017년 미국에서 발표된 바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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