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국민과 다투는 정치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09: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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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 제가 윤석열 총장을 임명하자고 한 것이 아닙니다.
유성엽 : 그럼 누가 (임명을) 한 것입니까?
조국 : 문 대통령께서 임명하셨습니다.
유성엽 : 민정수석이 그런 일을 정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정하십니까?
조국 : 제가 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께서 하셨습니다.

8월17일 조국 법무부 장관과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가 나눈 대화입니다. 이 내용대로라면 조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내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조국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시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 둘 다 상처를 입고 퇴진할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검찰 개혁의 기수’로 내세웠던 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질 것 같습니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공허합니다. 현실에서 작동하기 힘든 메시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2017년 5월10일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습니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입니다.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한마디로 소통과 통합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년4개월이 지난 지금 취임사를 다시 읽어보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이 역시 공허합니다.

지금 전개되는 문제들의 밑바탕에는 소통의 문제가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과 잘 소통하고 있을까요. 지난해 8월 이해찬 대표 체제가 등장한 뒤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여당과의 관계가 이러니 야당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외국처럼 대통령이 수시로 언론과 만나 현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장면을 기대했던 것도 헛된 일이 됐습니다. 국민과 소통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을 전후해서는 어느새 국민과 싸우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착한 대통령에 더해 유능한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요즘 ‘대통령의 고집’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대통령 주변에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동종교배’ 식으로 인물이 포진되면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치는 실종되고 갈등과 분열이 판을 치게 됩니다. 국민이 마음 둘 곳이 없어집니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일 좋은 정치는 국민의 마음에 따르는 것이고, 다음이 이익으로 국민들을 이끄는 것이다. 세 번째는 도덕으로 설교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형벌로써 겁박하는 것이다. 국민들과 다투는 것이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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