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트럼프 탄핵조사 돌입…북·미 협상도 ‘시계제로’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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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의혹’에 위기 맞은 트럼프 대통령
가시화하는 북·미 실무협상, 정상회담에도 영향 불가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판문점을 찾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 청와대

미국 민주당이 9월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 하원 차원의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군불을 지피던 북·미 협상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부당한 통화를 통해 취임 선서 및 헌법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공식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상과의 통화 며칠 전 군사원조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시인함으로써 '조사 외압' 의혹을 증폭시킨지 몇시간 만에 열렸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중상모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조력을 시도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거라고 했다. 

앞서 펠로시 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추진의 부작용 등을 감안해 신중론을 견지했다. 그러다 이번 의혹의 파문이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 입장을 전격 선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원 민주당 의원 235명 중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의원이 16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재선을 내다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국면에서 초대형 악재와 맞닥뜨렸다. 가시화하던 3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 비핵화 문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23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후 국가정보원이 남·북·미 사이 물밑접촉 내용을 바탕으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2~3주 내에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은 수개월간 표류해오다 가까스로 해소의 실마리를 찾은 북·미 비핵화 협상에 실(失)이 될 여지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삼는 대북 정책 성과를 더욱 확대해 국면 반전의 기회로 삼을 거란 관측도 있지만, 당장은 국내 현안 대응에 '올인'해야 할 판이다. 

이날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조사 개시 방침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유엔에 있는 이와 같은 중요한 날에 이처럼 많은 일과 성공을 이룬 가운데 민주당은 마녀사냥 쓰레기 속보로 이를 망치고 손상시켜야 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나쁘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탄핵 추진이 오히려 본인에게 긍정적인 일이 되리라는 주장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불거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 간 공모 의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로 취임 후 2여년간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지난 4월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수사 결과 보고서 공개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으나, 5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또다시 탄핵 압박에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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