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1차 무역협정…농산물 내주고도 車개방 못 얻은 일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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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산품·악기 개방하고 자동차 관세 철폐 미뤄…“완벽한 해결 아니란 건 명백”

미국과 일본의 무역협상이 9월25일(현지시각) 타결됐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이 매년 70억 달러(8조4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일본이 기대했던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은 이번 협정에서 결의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월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무역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새로운 미·일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소고기, 돼지고기, 밀, 치즈, 옥수수, 와인, 그 외 많은 상품들에 대한 일본의 관세가 상당히 낮아지거나 철폐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한 자유무역협정)탈퇴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농가가 일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앞으로는 미국산 농산물이 일본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개방에 따라 미국은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그 대상 품목은 공작기계, 증기 터빈, 고정용 철물, 자전거, 자전거부품, 악기 등이다. 또 화훼나 녹차, 간장, 껌 등에 대한 관세 장벽도 낮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비디오, 음악, 게임, 소프트웨어 등 전자 상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시장 개방은 사실상 미뤄졌다. 원래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이번 협정에서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해 “추가 협상을 통한 관세 철폐”라고만 명기했다. 

일본은 대신 자동차 관세가 오히려 더 부과되지 않았다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 법적 근거는 “수입품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경우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인 676억 달러(81조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자동차였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이번 협정이 충실히 이행되는 한 무역확장법 232조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에 관한 이번 협정 결과를 두고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일본은 더 안심하게 됐지만 완벽한 해결이 아니란 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커틀러 부소장은 한·미 FTA를 탄생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아사히신문은 “현 단계에서 사실상 (미국이) 관세 삭감을 단념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협정은 오는 10월 일본 임시 국회에서 승인 절차를 거쳐 연내 발효될 전망이다. 발효 4개월 뒤 양국은 포괄적 협정을 위해 다시 논의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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