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정당 지지율, 오히려 총선엔 독이 될 수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1 14: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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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대통령 지지율·투표율·구도가 총선 승부 갈라…민주당이 웃을 수 없는 이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러저런 예측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관련 예측을 종합해 보면 정당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상당히 안정적인 탓이다. 꾸준히 30~40%대 지지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전망하는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은 밝아 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9월3~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내일이 국회의원 선거일이라면 어느 정당에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민주당이 38%로 가장 높았고, 한국당은 26%였다. 정의당이 12%였고, 바른미래당 6%, 민주평화당 1%, 우리공화당 1% 순이었다.

이 조사 결과대로 내년 총선이 전개된다면 민주당 승리가 예상된다. 정의당을 범진보진영으로 묶어 분석하면 50%로 보수정당의 투표예측률을 다 합한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더 높다(그림1). 대통령의 국정수행 관련해 연일 악재가 생기고 있지만, 선거는 단 1표라도 더 많이 가져가는 게임이므로 후보들의 기초체력인 정당 지지율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사실상 끝난 승부일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8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가 8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대통령 지지율, 작년 지방선거 때의 ‘절반’

결코 그렇지 않다. 선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은 과반 정당을 확신했었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견고하고 전통적인 지지층인 50대 이상 유권자들 투표율이 높았다.

김무성 대표는 막장 공천 파동이 있기 전까지 ‘오픈프라이머리(상향식 공천)’ 이슈로 언론의 주목을 이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가라앉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야당의 불협화음이 확대되는 추세였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으로 한 지붕에 둥지를 틀었던 당시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서로 하나가 되지 못했다. 선거가 있던 해 1월부터 야당은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중심으로 나누어졌다. 누가 보더라도 새누리당이 훨씬 더 유리한 국면으로 보이는 판세였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고,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의 약진이었다. 이렇듯 선거는 당장 보이는 지지율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지금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 마음을 놓았다가는 큰코다칠 일이다. 왜냐하면 선거는 단순 지지율이 아니라 대통령 지지율, 투표율, 구도 등 삼박자가 어우러지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안심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선거에서 강력한 후광 효과로 작동한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박근혜 의원이 보인 선거 영향력은 막강했다.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유력 대선주자로서 후보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 없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인 파괴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후보들의 개인적인 경쟁력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 당선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이 지난해와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의 보증수표였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즈음인 2018년 6월14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 가까이가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방선거의 고공행진 추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장 최근 실시된 조사(2019년 9월17~19일, 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40%). 지역별로 분석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방선거 때와 비교할 때 거의 반 토막이 났다. 

호남 지역은 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핵심 지지층 성격이 뚜렷했다(그림2). 그렇지만 다수의 선거구가 걸려 있는 수도권 및 선거 당락에 막중한 영향을 미치는 부동층과 무당층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더 이상 당선을 좌우하는 변수가 되지 못하는 추세다. 여당이 당장의 지지율에 안심하면 안 되는 치명적인 이유다.

2030세대 투표율과 조국 이슈도 악재 될 듯

민주당이 지지율 착시 현상으로 큰코다칠 수 있는 두 번째 변수는 투표율이다. 발표되는 여론조사는 실제 선거에서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를 반영하지 않는 결과값이다. 성별·연령별·지역별 유권자의 수에 투표율이 반영되어야만 정확한 결과 예측이 가능해진다. 투표율이 응답자 특성별로 어떻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는 왕도는 없다. 설사 설문지에서 투표 의향을 묻더라도 ‘투표는 꼭 하겠다’는 바람직한 답변 일색이라 실제 투표율은 반영되기 어렵다.

직전 지방선거(2018년)와 대통령선거(2017년)에서 민주당은 연거푸 승리했다. 전통적인 지지층인 2030세대의 투표율과 새로운 지지층으로 부상한 40대의 적극적인 투표에 힘입은 바 크다. 젊은 세대의 높은 투표율은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변수였다. 지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2030세대와 40대 투표율은 50대 또는 60대 이상 투표율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그림3). 그러나 지지층의 높은 투표율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대통령과 여당의 각종 공약, 정책이 20대를 중심으로 외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 피로감과 혐오감이 투표 적극성을 떨어트리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여당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세 번째 변수는 구도다. 선거는 흔히 구도 싸움이라고 한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민주당)은 약진했다. ‘무상급식’ 이슈가 선거판을 휩쓸며 야당 후보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만든 덕택이었다. 여당이었던 한나라당(한국당의 전신)은 같은 해 있었던 천안함 폭침 이슈가 선거의 구도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내년 선거는 ‘지난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과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 성격이 공존했다. 그렇지만 조국 장관 이슈가 급부상하며 내년 선거의 중요한 구도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9월17~19일까지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찬반 의견’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과 부정 평가’를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두 질문에 대한 의견이 거의 일치된 결과로 나타났다. ‘조국 장관 임명 부적절’에 대한 의견이 54%,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응답이 53%로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심지어 중도층에서 응답한 ‘조국 장관 임명 부적절’과 ‘문 대통령 부정평가’층은 54%로 숫자까지 완전 똑같았다.

대통령 지지율, 세대별 투표율, 선거 구도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한다면 어떤 정당도 장담하지 못하는 선거가 내년 선거다. 눈에 보이는 평화가, 평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때 냉정한 준비가 가능하듯이 좋게만 보이는 정당 지지율이 예측을 가리는 착시현상이 아닌지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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