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文정부, 검찰개혁 시기 이미 놓쳤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16: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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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조국과 민주당, 진퇴유곡에 빠졌다”

숱한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은 명확하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동안 성공하지 못한 검찰 개혁을 이번에는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의미다. 이미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조 장관 본인에 대한 확실한 혐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노무현 정부의 검찰 개혁 의지와 이어져 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처지에서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소감이 가장 남다를 법한 인물은 천정배 정치대안연대 소속 의원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집권 3년 차 때 검찰 개혁의 임무를 부여받고 전격적으로 법무장관이 됐다. 판사와 검사 출신이 아닌 정권 실세였던 그의 임명을 바라보는 당시 검찰의 거부감 또한 분명했다. 실제 천 의원은 법무장관 시절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검찰과 강하게 부딪쳤고,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사표를 내기도 했다. 또한 천 의원은 변호사 시절 조국 장관의 사노맹 사건 구속 때 그의 변호인을 한 인연도 있다. 여러 면에서 조 장관과 천 의원은 오버랩된다. 

시사저널은 천정배 의원을 9월26일 국회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천 의원은 현재 민주당과 조 장관을 두고 “진퇴유곡의 상황에 빠져 있다”고 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빠져 있다는 전망이었다. 조 장관과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앞으로도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정권의 명운을 걸고 시작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며 사실상 검찰 개혁 과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봤다.

ⓒ 시사저널 최준필
ⓒ 시사저널 최준필

검찰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검찰이 공정하면서 유능하게 거듭나도록 만드는 것이다. 능력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공정의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다. 검찰이 누려온 권력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제어하고, 견제하고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검찰의 직거래를 끊어야 한다고 말해 왔다. 지금도 검찰 수사 상황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달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조국 장관 관련 사건 수사는 예외겠지만 말이다. 우선 이런 부분부터 끊어내야 한다. 청와대가 먼저 나서서 직거래를 끊어야겠지만,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

검찰의 권한이 너무나 막강하지 않나.

“검찰 자체의 권력 오남용은 막아야 한다. 결국 분산과 견제, 균형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 현재 한국 검찰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고, 기소편의주의에 따라 기소를 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수사권과 소추권 분리가 필요하다. 우선 수사권을 뺏고 완전한 소추기관의 역할만 하도록 해야 한다. 전문 소추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조국 법무장관은 특수부 축소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부를 축소한다면 수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법무부 장관이 할 수 있는 것은 시행령을 고치거나 지시, 명령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입법보다는 부차적인 일들이다. 결국 입법이 가장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지지율이 80%를 웃돌던 시절에도 검찰 개혁을 제대로 못했다. 사실상 (개혁을) 안 했다. 그때에도 하지 못한 검찰 개혁을 이제 와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 개혁은 대통령 당선 직후인 당선인 때부터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정권의 명운을 걸 정도의 의지를 보여야 가능하다. 그 이유는 검찰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려는 사람이 스스로 약점이 없어야만 가능한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검찰의 권한이 이렇게 강력한 상황에서는 저항도 굉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촛불혁명이라는 굉장히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탄생했다. 정부 설립 이후로 이렇게 강력한 지지를 받은 정권은 없었을 것이다. 강력한 기세가 있었지만 개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제대로 개혁하려면 결국 국회를 통해야 하는데, 야당과의 정치적 협상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촛불혁명의 에너지를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인 정치력으로 행사했더라면 검찰 개혁을 비롯한 여러 개혁과제를 달성했을 텐데 시기를 놓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을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낙점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 장관이 과거 구속돼 재판받을 당시에 내가 변호인이었다. 개인적으로 조 장관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더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 조국 사태, 내 상상을 넘어섰다”

검찰의 수사가 점점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를 조여가는 형국이다. 만약 정 교수가 구속되거나 한다면 조 장관의 거취에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마디만 하자면, 현 정권이 상당한 진퇴유곡의 상황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답이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조 장관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상황이 나쁘다는 의미인가.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많이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옳고 그름에 대한 평가를 떠나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잘 빠져나가기를 개인적으로 바라지만,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를 지경이다. 정치인생이 오래됐지만, 내 상상을 넘어섰다.”

민주당과 청와대에 이 정국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잘 모르겠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검찰 수사의 적절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검찰총장 입장에서 어땠을지 생각해 봤다. 일각에서는 청문회 이후에 수사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윤 총장 입장에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면, 차라리 장관 임명 이후보다는 후보자 시절에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검찰의 권한이 막강한 것은 맞지만, 검찰의 수사 절차가 법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 입법을 통해 검찰 개혁을 이루면 될 일이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의 저항 때문에 개혁이 막힌다고 한다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윤 총장의 고뇌에 대해 이해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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