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미래지향적이었으면”
  • 안성모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1 16: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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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덕목

혼돈의 시대다. 혹자는 난세(亂世)라 부른다. 갈피를 못 잡고, 갈 길을 못 정한 채 방황하는, 우왕좌왕하는 시대다. 시사저널은 2019년 올해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특별기획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각계 원로(元老) 30인의 ‘대한민국, 길을 묻다’ 인터뷰 기사를 연재한다. 연재 순서는 인터뷰한 시점에 맞춰 정해졌다. ①조정래 작가 ②송월주 스님 ③조순 전 부총리 ④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⑤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 ⑥김원기 전 국회의장 ⑦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⑧박찬종 변호사 ⑨윤후정 초대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⑩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⑪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 ⑫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⑬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⑭이종찬 전 국회의원 ⑮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⑯박관용 전 국회의장 ⑰송기인 신부 ⑱차일석 전 서울시 부시장 ⑲임권택 감독 ⑳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21. 이문열 작가 22. 송두율 전 독일 뮌스터대 교수 23.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 24.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25.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26. 손숙 예술의전당 이사장 27. 한승헌 변호사 28. 예춘호 전 민추협 부의장 29.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2020년을 3개월여 앞둔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는 뭘까.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통일’을 꼽았다. 강 교수는 “중요한 게 크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민주주의 문제이고 하나는 통일 문제”라고 밝힌 후 “물론 민주주의 문제도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그런대로 풀려나가는 반면 제일 막혀 있는 게 통일 문제인데 아직 풀어야 할 게 많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강 교수는 “좀 미래지향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미래지향적인 이런 덕목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현실 문제에 너무 얽매이니까 각박해지기만 한다”며 “공자님 말씀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미래지향적이어야 희망이 보이고 장래가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 교수는 “우리 젊을 때에 비하면 생활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며 “경제적으로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인간은 미래지향적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욕심을 부리자면 한이 없는데 어느 정도 자제를 해야 한다”며 “자제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8년 10월7일 통일문제금요강좌에 나온 강만길 교수 ⓒ 연합뉴스
1988년 10월7일 통일문제금요강좌에 나온 강만길 교수 ⓒ 연합뉴스

“늙을수록 욕심 덜어야 편해져”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방법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방법은 뭘까. 70대 후반부터 10년째 바다가 인접한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해 온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욕심을 갖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늙을수록 욕심이 많아진다는 말이 있는데 이거야말로 금물”이라며 “늙을수록 욕심을 덜어야 생활도 편하고 마음도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도 마찬가지다. 강 교수는 “자식들에게 너무 기대를 걸고 또 너무 부담을 주는 건 좋지 않다”며 “아이들도 자기 세계가 있는데 왜 부모가 자식을 자기 마음대로 만들려고 그러느냐”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내일모레면 90(세)인데 무슨 계획이 있겠어요. 그냥 세상이 잘돼 가기만 바라는 거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말 강 교수의 ‘역사학’을 집대성한 18권짜리 《강만길 저작집》(창비)이 출간됐다. 강 교수는 “마무리했으니까 이제 글도 더 쓸 생각이 별로 없다”며 “욕심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려고 그런다”고 밝혔다.

 

“통일 되는 것 보고 죽었으면…”

인생 되돌아보면 ‘6·25전쟁’ 가장 기억에 남아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뭘까.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쳐온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6·25전쟁’에 대한 기억을 꼽았다. 강 교수가 중학교 5학년(현재 고등학교 2학년) 때 전쟁이 터졌다. 처절하고 처참한 전쟁이었다. 강 교수는 “특히 동족 간 전쟁이라는 건 천하의 비극”이라며 “하루에 젊은 사람들이 몇만 명씩 죽어갔다”고 회상했다.

인생에서 아쉬움은 없었을까. 강 교수는 “그런 건 없다”고 답한 후 “통일이 되는 것 보고 죽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은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그는 “통일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순차적으로 돼 간다”며 “그러니까 더 진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강 교수는 “그렇긴 하지만 할 건 해야 되니까”라고 말한 후 그렇게 나선 이유와 관련해 “역사 선생이라는 게 하나의 배경일 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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