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만만찮은 ‘함안’에서 가을 낭만 만끽을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9.30 13: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을이 쏟아지는 입곡지·악양루·승마공원…지금이 여행 적기

경남 함안은 한 해 500만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도시로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함안의 웅장한 고분군은 고대 가야 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고대와 현대 문화가 뒤섞인 이 작은 도시는 우리나라의 축제, 예술, 관광 등 여러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뽐낸다.

함안 입곡지 거대한 숲과 호수 속으로 들어가면 가을 서정을 챙길 수 있다. 붉은 낙엽비라도 내릴 듯한 둘레길에서 관광객들이 단풍을 즐기고 있다. (사진 왼쪽) 단풍이 짙고 아름다운 입곡지에 '아라힐링카페'가 떠다닌다. ©함안군 제공
함안 입곡지 거대한 숲과 호수 속으로 들어가면 가을 서정을 챙길 수 있다. 붉은 낙엽비라도 내릴 듯한 둘레길에서 관광객들이 단풍을 즐기고 있다. (사진 왼쪽) 단풍이 짙고 아름다운 입곡지에 '아라힐링카페'가 떠다닌다. ©함안군 제공

압도적 가을색, 입곡지로 떠나는 단풍 여행

함안에 들어서면 열이면 열 모두가 자연의 서정을 따라 입곡지부터 찾아 간다. 협곡을 가로막아 만든 인공저수지인 입곡지는 속세의 시름을 잊어버릴 정도로 녹음이 짙고 아름답다. '아라힐링카페'란 보트를 타고 물살을 가르노라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미 넘치는 풍경에 절로 흐뭇해진다.

거대한 숲, 호수에 단풍이 들면 '악' 소리가 절로난다. 4㎞ 둘레길은 입곡지 전체를 조망하고, 그 단풍 속으로 들어가 가을 서정까지 챙길 수 있다. 둘레길 위 아래가 온통 총천역색 단풍 바다다. 산등성이와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나무가 발그레 물드는데, 바람이라도 불면 입곡지 전체에 우수수 붉은 낙엽비가 내린다. 입곡지 단풍을 맛본 이는 이곳을 최고의 가을로 손꼽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입곡지에 머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입곡산림욕장' 입구에 들어서면 상큼한 바람이 스친다. 바로 숲이 있는 물 흐르는 계곡 아래 형성된 산책로 때문이다. 울창한 편백나무 숲 속을 거닐 수 있는 태고의 숲길이다. 이 길은 약 800m로 길진 않지만, 숲과 함께 물도 접할 수 있어 색다르다.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높은 산소음이온은 덤이다. 그래서 일까. 높은 산 정상 등산은 부담스럽고, 올레 길은 다소 지루한 이들에게 이 길의 만족도는 높다. 만나는 이들의 표정도 한결같이 밝다. 고즈넉한 숲길을 오롯이 자신만의 것으로 즐길 수 있어서라고 한다.

근래에 입곡지가 유명해진 것은 출렁다리 때문이다. 출렁다리는 길이 96m로 저수지를 가로지른다. 입곡지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는 조망은 그 어느 것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계곡을 따라 바람이 불면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또 이른 아침 피어오른 물안개와 출렁다리가 연출하는 풍경은 매력적이다.

'핑크뮬리'가 넘실거리는 '악양생태공원'은 이미 가을이 한창이다. '핑크뮬리'가 빚어낸 몽환적 장관을 한 관광객이 즐기고 있다. (사진 왼쪽) 남강변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속 악양루, 그곳에서 '처녀 뱃사공'의 안타까운 사연을 만난다 ©함안군 제공
'핑크뮬리'가 넘실거리는 '악양생태공원'은 이미 가을이 한창이다. '핑크뮬리'가 빚어낸 몽환적 장관을 한 관광객이 즐기고 있다. (사진 왼쪽) 남강변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속 악양루, 그곳에서 '처녀 뱃사공'의 안타까운 사연을 만난다 ©함안군 제공

남강에 물든 보랏 빛깔 그리고 '처녀 뱃사공'의 악양루

'악양생태공원'은 이미 가을이 한창이다. 보랏빛 군무(群舞)가 넘실거리면서다. '핑크뮬리'가  함안 대산면 남강변 언덕을 가득 채웠다. 바람이 불면 흔들흔들 몸을 흔든다. 햇살 따라 더욱 보랏빛으로 빛난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핑크뮬리'가 빚어낸 몽환적 장관에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이곳에서는 남강변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속에서 여행의 절정을 마주한다. 제방을 따라 만들어진 길은 꽃과 강, 드넓은 들판을 함께 만난다. 해질 무렵엔 환상적인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들판을 배경으로 낮게 깔리는 석양 말이다. 석양은 시시각각 농도를 달리하며 강렬함을 선물한다. '핑크뮬리'를 보며 편하게 걸을 수 있고 석양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 색다르다.

'악양생태공원'에서 남강변 데크로드를 따라 5분 여 걸으면 '악양루'가 나온다. '악양루' 바로 아래에는 남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너머에는 넓은 들판이 있다. '악양루'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남강을 바라보며 노래 한 대목을 뽑는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 큰 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 삿대를 저어라"

그리고 이 여성은 '악양루' 바로 아래 남강이 가요 '처녀 뱃사공'의 발원지임을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풀어낸다. '악양루' 기둥에 몸을 맡긴 지 겨우 10분. 그렇지만 상상의 나래는 먼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오누이의 안타까운 심정을 읽어낸다. "이 가사에 얽힌 사연은 6.25전쟁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더. 뱃사공을 하던 오빠가 군대 간 후 두 처녀가 나룻배를 저으며 연로한 부모를 모셨다는 사연입니다. 안타깝게도 오빠는 6.25전쟁 중 전사했고예. 악양나루를 건너던 유랑극단이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냈으니 그게 바로 '처녀 뱃사공' 이지예"

1600여 년 전에도, 또 지금도 함안의 주인은 '가야'다. 가야의 자취 중에서 가장 빼어난 '말이산 고분군'은 함안군청 뒤편에 있다 ©함안군 제공
1600여 년 전에도, 또 지금도 함안의 주인은 '가야'다. 가야의 자취 중에서 가장 빼어난 '말이산 고분군'은 함안군청 뒤편에 있다 ©함안군 제공

다시 주목 받는 왕·귀족 무덤 '말이산 고분군'

1600여 년 전에도, 또 지금도 함안의 주인은 '가야'다. 가야의 자취 중에서 가장 빼어난 '말이산 고분군'은 함안군청 뒤편에 있다. '머리산'이라는 말을 음차해 한자로 '말이산(末伊山)'이라 썼다. 말 그대로 '우두머리 산'이라는 뜻으로, '말이산 고분군'은 아라가야의 왕과 귀족들의 무덤군이다. 고분군에 오르면 가야읍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말이산 고분군'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중기 함안을 기록한 대표적인 지리지인 《함주지(咸州志)》(1587)에 실려 있다.〈우곡리 동서쪽 언덕에 고총(古塚)이 있다. 높이와 크기가 언덕만 한 것이 40여 기인데, 세상에 전하기를 옛 나라의 왕릉이라 한다.(牛谷東西丘古塚, 高大如丘陵者四十餘, 諺傳古國王陵云)〉

주능선 길이 1.9km인 말이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13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중 최대 규모의 고분이다. 100년 전인 1918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굴됐지만, 조사 내용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2017년 조사에선 125개의 성혈(星穴·알구멍)이 발굴됐다. 무덤 주인의 시신이 안치된 공간 위쪽 천장에 새겨진 별자리다. 공개된 성혈은 우리 전통 별자리의 남두육성(南斗六星)과 기수(箕宿)·미수(尾宿)·심수(心宿) 등이다. 현대 별자리로는 궁수자리와 전갈자리에 해당되며, 봄과 여름철 별자리 모습이다.
 
올해 5월 45호분에선 1600년 전 쯤에 만든 집·배·등잔 모양 토기와 동물 모양 뿔잔 토기, 말갑옷, 투구 등이 완벽한 형태로 출토됐다. 특히 집 모양 토기(높이 19㎝)는 맞배지붕을 올린 고상(高床·마루를 높게 올린 형태) 가옥을 본떠 만들었고, 대들보·도리·서까래 등 우리 전통 건축의 주요 부재들이 정확히 표현됐다. 술 주전자로 추정된다. 2021년 '말이산 고분군' 초입의 함안박물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10여 분 거리인 '함안군 승마공원'은 함안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경주마 휴양조련시설로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유소년들이 원형 마장에서 승마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고(사진 왼쪽), 승마 매니아들이 넓은 자연림인 외승로에서 말을 타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함안군 제공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10여 분 거리인 '함안군 승마공원'은 함안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경주마 휴양조련시설로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유소년들이 원형 마장에서 승마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고(사진 왼쪽), 승마 매니아들이 넓은 자연림인 외승로에서 말을 타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함안군 제공

말 타러 오세요…함안으로 가는 馬여행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10여 분 차를 몰면 승마공원이 나온다. 가야읍 봉수로 일원에 있는 '함안군 승마공원'은 함안의 상징이자 세계적인 경주마 휴양조련시설로 매년 10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는 명소다. 연못, 산책로,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넓은 자연림, 어린이 놀이터, 승마장과 그것을 둘러싼 승마 도로가 44만9460㎡ 면적의 공원 내에 있다.

승마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사람과 관상마 먹이 주는 사람들, 클래식 마차를 타고 공원을 투어하는 사람 등 오롯이 말과 함께 시간을 즐기는 이들로 가득하다. 국제 경기장 규모인 승마 경기장에선 마장·마술을 뽐내는 이들도 제법 눈에 뛴다. 원형 마장과 타원형마장 등에서 수준별로 다양한 승마를 즐길 수 있으며 매년 하반기엔 전국 승마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공원 둘레에는 넓은 자연림이 자리잡고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즐길 것들이 가득하다. 숲속 체험코스인 10.5㎞ 길이의 외승로는 유명하다. 가을이면 승마공원 둘레 숲이 오색 단풍으로 물든다. 이 그림 같은 풍경의 외승로에서 말을 타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