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본기업에 하청’ 소문에 인니 교민사회 술렁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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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공장 시공사에 일본 건설사 하청 낙점 소문…현대차 “확정된 사실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월2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 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월25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만나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 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내 교두보로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공장이 건립초기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상당수 시공업무를 일본 건설사가 맡기로 했다는 소문이 현지에서 돌면서다.

인도네시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만간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브카시시(市) 델타마스 공단 D블럭에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이다.

델타마스 공단에는 현재 일본 완성차 브랜드 스즈키와 미쓰비시,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합작 브랜드 울링(Wuling)의 생산시설이 입주해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현대차는 당초 11월을 검토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조기 착공을 희망함에 따라,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차가 공장을 지을 곳은 인도네시아 부동산 기업 시나르 마스(Sinar Mas)와 일본종합상사 소지츠(双日)가 공동 소유한 땅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2017년 이 땅을 사들여 ‘델타마스 시’(Kota Deltamas) 개발 사업을 함께 진행해왔다. 참고로 1892년에 설립된 소지츠는 일본의 7대 종합상사 중 하나다. 2017년에 낸 보도자료에서 소지츠는 “부지 면적만 1600헥타르(484만평)로 일본자본이 인도네시아에 투입된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 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 유력 후보지로 일본 종합상사 땅 검토해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현지에서 큰 화제였다. 자연스레 한인 기업들의 기대감도 컸다. 특히 건설업종에 근무하는 한인 기업들은 현대차가 철골·전기·설비·건축 등의 분야에서 한국계 기업들에게 일감을 많이줄 것으로 기대했다. 현지에서 전기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과거 포스코가 인도네시아 국영기업 크라카타우와 합작법인을 세워 제철소를 세울 때도 음으로 양으로 한국계 현지 기업들에게 많은 일감을 줬기에 현대차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델타마스 공단 인근에 사무실을 발빠르게 내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당수 공사를 일본 다케나카(竹中)건설이 맡기로 했다는 소문이 현지에 돌면서 교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현지에서 20년 간 건설업종에 종사한 한 건설사 임원은 “일본 건설사들이 '델타마트 공단 개발은 현대차가 우리(일본 기업)와 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다닌다”면서 “이와 관련해 현대차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교민신문인 《한인포스트》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한 한인 기업인의 이메일 제보를 통해 “현대차가 델타마스의 소지츠 공단을 선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케나카와 현대차가 전담팀을 마련해 업무를 진행해 놓고선 교민들에겐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좀 도와 달라’며 현지 정보 취득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현대자동차가 2017년 12월12일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AG그룹과 인도네시아 상용차 전문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가 2017년 12월12일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AG그룹과 인도네시아 상용차 전문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현대차와 소지츠가 함께 사업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지츠는 2006년 태국에 ‘현대자동차(Hyundai Motor (Thailand) Co., Ltd.)’라는 법인을 만들어 이듬해부터 CKD(Complete Knock Down‧반제품 조립) 생산, 부품 수출 및 자동차 판매를 맡아왔다. 소지츠는 현대차 태국법인의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09년 남미 푸에르토리코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에서도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소지츠의 베네수엘라 현지법인은 현재 현대차 현지 조립, 운영 및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소지츠는 아르헨티나 현대차 판매법인의 지분도 갖고 있다.

 

현대차 "건설과 관련해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

논란이 일자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공장 건설과 관련해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다”면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시행사를 맡고 일본계 기업이 시공사로 정해졌다는 것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7년 인도네시아 부동산 재벌기업 아르타 그라하(AG)그룹과 합작법인을 세우고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 진출을 조심스럽게 검토해왔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현대‧기아차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이곳에서 절대강자는 수십년간 터주대감 역할을 해온 일본 자동차 메이커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을 타깃으로 삼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본다.

이밖에도 현지에서는 현대차가 브카시 델타마스 외에 중부자바 지역 내 치캄펙(Cikampek)도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이 지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 인도네시아 진출을 검토하던 기아차가 생산시설 후보지로 유력하게 검토한 곳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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