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투자, 펀드 그리고 스캔들
  • 김경원 세종대 경영대학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9 18: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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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자’의 사전적 정의는 “더 많은 수익을 얻을 기대를 가지고 돈이나 자산을 투입하는 것”이다. ‘투자(投資)’의 한자도 ‘재물을 던져놓는 것’이라는 뜻으로 원금보다 더 큰 수익에 대한 기대를 전제로 한다. 기원전 18세기경에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관련 법규가 있을 정도로 투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투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인베스트(invest)’의 어원은 라틴어 ‘인베스티오(investio)’이다. ‘옷을 입히다’라는 뜻인데 14세기 말에 이 단어는 그 의미가 ‘관복을 입히다’에서 ‘관직에 임명하다’ ‘권한을 위임하다’라는 뜻으로 확장되었고 17세기 초부터 오늘날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이 단어의 원래 뜻에서 유추되어 ‘돈’에게 또 다른 ‘돈’을 벌어오도록 위임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이다.

#2: 현대 재무이론은 ‘불필요한’ 위험을 줄여주고 수익률은 최대화하는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주창하지만 일반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 규모로는 분산투자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의 자금을 모아 큰 펀드를 만들어 소위 ‘집합투자’를 하면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현대 자본시장은 ‘펀드(fund)’가 주역이다. 이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푼두스(fundus)’이다. ‘바닥, 기초’라는 뜻이다. 영어에도 같은 뜻으로 들어왔다가 17세기 말부터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아놓은 돈이나 부(富)’라는 현재와 같은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즉 ‘밑천 또는 바닥 돈’인 것이다. 참으로 적절하게도 이 말의 우리말 번역도 ‘기금(基金)’ 즉 기초가 되는 바닥 돈이다.

#3: 흔히 추문이라 번역되는 ‘스캔들(scandal)’이란 영어 단어를 웹스터 사전에서 찾아보면 “기존의 도덕 개념이나 그 적절성을 침해하여 그와 연관된 이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나 상황” “도덕이나 그 적절성을 위반하여 초래된 평판, 명성의 실추”라고 나온다.

요즘 ‘펀드’가 ‘스캔들’의 핵심이 되는 양상이다. 은행권에서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는 펀드 상품에 수많은 고령 투자자가 투자했고, 그와 관련된 손실액만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설명도 제대로 해 주지 않거나 무조건 안전하고 고수익이라는 말로 고객을 유인한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가 5건 중 1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투자자 성향을 임의로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좋지 않은 뉴스는 또 있다. 얼마 전 수많은 논란 속에 장관에 임명된 인사에 대한 의혹이 자녀의 학교 문제에서 이 가족이 관련된 펀드로 급격히 옮겨가 불붙는 모습이다. 심지어 한 진보 성향 단체에서 이 인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두 경우 모두 관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평판이나 명성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투자와 펀드의 정의와 어원과 연관되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신뢰’의 문제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 특히 소중한 은퇴자금을 ‘바닥 돈’으로 가진 고령 투자자들이, (은행이나 투자운용사에) 돈을 벌어 달라고 ‘믿고’ 위임한 그 신뢰가 무너진(또는 무너질 수 있는) 경우다. 후자의 경우 그 인사가 청와대 보직을 맡았을 때, 국민은 그를 수석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관직에 임명하고 권한을 위임한’ 바로서, 설마 직위를 이용하여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도 있었을 터인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부디 두 경우 다 궁극적으로는 의혹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명명백백 밝혀지거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당사자가 고객이나 국민에게 그에 대해 응당한 책임을 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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