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200만, 3억8000… 집회 후, 숫자에 사로잡힌 정치권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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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서초동 집회 후 정치권은 숫자 전쟁 중
문희상 의장 "숫자놀음에 빠져 정치실종사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한 정반대 성격의 집회가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벌어진 후, 정치권은 숫자 싸움에 온통 열을 올리고 있다. 9월28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열린 '조국 수호, 검찰개혁 촉구' 2차 집회에 이어, 지난 3일 광화문에서 진행된 조국 반대 집회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양 진영은 '어느 집회에 더 많은 인파가 모였나'로 소모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숫자놀음에 빠진 정치권이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8일 서초동 집회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약200만명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조국 장관 역시 예상보다 놀랐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이 참석자 숫자를 부풀렸다"며 기껏해야 5만명선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 내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은 '집회 참가인원의 올바른 추계를 위한 전문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집회 당일 서울시 지하철공사에서 나온 승하차 인원 자료를 제시하며 민주당의 주장이 거짓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10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보수진영의 ‘文대통령 하야, 조국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0월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보수진영의 ‘文대통령 하야, 조국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野 숫자 공격에 與 "동원 집회" 

3일 보수진영의 조국반대 광화문 집회가 열린 후 한국당은 이러한 세 대결을 더욱 본격화했다. 집회 참가자들로 광화문 일대가 가득 차자, 이에 고무된 한국당 의원들은 곧장 지난 서초동 집회와 비교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집회 무대에 오른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초동 좁은 골목에 200만명이 모였다면 광화문엔 2000만명이 모였다"고 외쳤고,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해방 이후 최대 인파가 몰린 집회"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민경욱 의원은 "민주당식 계산법으로 하면 광화문엔 3억8000명이 모인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한국당과 이날 집회를 주도한 단체들은 이날 집회 참가 인원을 최소 3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추산인원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한국당이 동원 명령을 내린 집회'로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인 서초동 집회와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당 지도부는 "태풍피해 대책 마련이라 하라"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등 광화문 집회 참가자 수보다 집회 내용에 대한 비판에 더욱 몰두하고 있다. 

9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조국 수호'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앞으로도 공식 추산 인원 발표 안할 것"

이러한 양당의 신경전은 4일 서울 서초동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장에까지 이어졌다. 홍문표 한국당 의원은 “어제(3일) 집회애 오신 분들 다수가 서초동 집회가 200만명이었으면 광화문은 1000만명이었다고 이야기한다”며 “왜 이렇게 많이 나왔느냐면 국가가 망가지는 걸 그냥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서초동 집회에서는 단 한 건도 폭력이 없었는데 광화문 시위에서는 일부 경찰 폭행 등 폭력사고가 발생했다”며 “광화문 집회는 정치적 의사 표시를 위한 일상적 평화집회 수준을 넘어섰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에서 일부 단체가 내란을 선동했다며 국정감사 중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과거엔 집회 참가 인원으로 논란이 될 때마다 경찰이 공식 발표한 집회 추산 인원이 그나마 가장 공신력 있는 기준이 돼왔다. 그러나 국정농단 촛불 집회를 비롯해 매번 경찰의 추산 인원 발표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경찰은 2017년 1월부터 공식 추산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재 정치권의 다툼에 대해서도 역시 "앞으로도 집회 인원을 외부에 일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는 5일 토요일, 서초동 앞에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 예정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조국 반대 광화문 집회에 자극을 받아 지난주보다 더 많은 약3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한 집회 인원도 지난주 8천명에서 1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편 같은 날 우리공화당 등 보수진영에서도 인근에서 조 장관 반대 맞불 집회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경찰은 혹시나 있을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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