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템 있어야 유통인싸”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9.10.16 08:00
  • 호수 156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UFO캔디·색종이과자 등 SNS에서 인기
유통업계도 고객 마음 잡기 위해 도입 경쟁

“당신도 핵인싸가 되고 싶다면 인싸템을 장착하라.”

최근 ‘2030’ 세대에 인싸템 바람이 불고 있다. 핵인싸는 인기가 많은 사람을 지칭하는 ‘인사이더(Insider)’에 강조를 뜻하는 ‘핵’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인싸템은 그 ‘인싸’이더들이 쓰는 물건(Item)을 의미한다. 최근 인싸템은 단순 신조어 수준을 넘어 새로운 소비문화를 주도하고 유행까지 선도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행에 민감한 유통업계가 이 인싸템 마케팅에 골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싸템 마케팅은 현재 식음료·뷰티·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최근 SNS상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명 ‘UFO캔디’를 출시했다. UFO캔디는 유튜브에서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소리) 영상으로 유명한 캔디 제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인싸템’으로 통해 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24 매장과 UFO캔디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마트24 매장과 UFO캔디 ⓒ 시사저널 고성준

식음료·뷰티·패션 등 다양한 분야로 퍼져

온라인상에서는 ‘식감이 마치 스티로폼 같다’ ‘우주캔디는 먹다 보면 어느새 중독돼 있다’ 등의 호평이 잇따르며 UFO캔디의 구입처를 묻는 등 네티즌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돌았다. 이 같은 UFO캔디의 화제성을 확인하고 이마트24가 발 빠르게 도입해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이마트24는 앞서 ‘인싸템’ 식품을 도입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낸 바 있다. 9월26일부터 판매한 거봉젤리가 출시 직후 단숨에 젤리 카테고리 5위에 올랐다. 색종이과자도 SNS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 상품으로, 현재 이마트24에서 판매 중이다. 해외 먹방 영상에서 인기를 누렸던 색종이과자는 수입과자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색종이과자는 종이처럼 얇은 모양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젊은 소비층 사이에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SNS상에서 이슈가 되는 재미있고 독특한 상품을 보고 호기심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핫한 ‘인싸템’을 누구보다 빨리 도입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손을 잡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뛰어난 아이디어나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춘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아예 ‘공모전’을 열어 경쟁력 있는 상품군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바이어 심사, 전문가 품평회 등을 통해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당장 내년 1월부터 테스트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제조사는 공모 접수 후 두 달여 만에 실제 소비자 반응을 챙겨볼 수 있는 기회”라며 “고객들에겐 핫한 ‘인싸템’을 누구보다 빠르게 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전을 통해 최종 선발된 상품은 홈플러스의 전국 140개 대형마트, 340여 개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 260여 개 편의점(365플러스), 온라인몰(홈플러스 온라인) 등에 입점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밑창의 크기가 과도하게 크고 투박한 ‘못생긴 신발’이라는 의미의 ‘어글리슈즈’의 인기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손잡고 슈즈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슈즈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매김한 어글리슈즈의 경우 ‘디스커버리’에서 업계 최초로 출시했는데 8만 족 넘게 판매됐으며, 전년 대비 슈즈 매출이 2.5배가량 늘었다.

인싸템 마케팅은 아동복 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된다. 이랜드리테일은 올 하반기 아이들의 신나는 야외활동을 도와줄 남아용 ‘슈퍼트랙팬츠’와 여아용 ‘쫀쫀하쥬 츄리닝’을 출시했다. 슈퍼트랙팬츠의 경우 3년간 139만 장이 판매된 대표적 아동복 인싸템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슈퍼트랙팬츠’를 영재발굴단 축구영재로 이슈가 된 원태훈군을 모델로 내세우며 ‘주니어 인싸 팬츠’로 홍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SNS 문화가 확산되며 단순한 신조어를 넘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싸’ 열풍을 겨냥한 마케팅이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인싸템으로 등장한 색종이과자와 유튜브 ⓒ 시사저널 임준선

인싸템 맞아? 너도나도 ‘인싸’ 외치는 시대

인싸템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인싸’ 열풍이 SNS를 타고 초·중·고등학생까지 확산되면서 불필요한 물건까지 소비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심리가 발동해 캐릭터 가방, 캐릭터 시계 등을 일단 사고 보는 행태도 관찰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는 “인기에 민감한 아이들 사이에서 인싸템이 잘못된 소비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우리 아이만 없으면 친구들에게 소외될까봐 안 사주기도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SNS상에서 ‘인싸템’으로 인정받은 상품이 매장에서 품절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군인들이 위장할 때 입는 ‘길리슈트’가 유명 게임에 등장하고, 많은 유튜버들이 이를 입고 방송에 등장하자 한때 대란이 일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통사들이 신상품에 ‘인싸템’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마구잡이식 홍보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식음료업계에서는 인싸템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상품을 최초 출하부터 현재까지 누적 판매수량으로 포장해 마치 큰 인기가 있는 음료처럼 홍보하며 ‘인싸템’이라고 명명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인싸템’이 될 만한 제품인지와 관계없이 오로지 마케팅을 위해 인싸템으로 칭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청소년들의 올바른 소비문화를 위해서라도 마구잡이식 홍보를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