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가 했다는 ‘화성 8차’, 30여 년 만에 재심 열릴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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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심’ 박준영 변호사 “8차 사건 맡게 됐다”…관건은 추가 증거 확보 여부 될 듯

모방범죄로 결론났던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이 다시 심판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시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52)씨가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에 영화 ‘재심’의 모델 박준영 변호사가 화답하면서 재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월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월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10월9일 페이스북에 “채널A 뉴스를 통해 윤씨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면서 “저는 채널A 기자를 통해 이 사건(8차 사건)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 욕심을 내려놓고 사건에 딱 맞는 변호사님을 모시고 변호인단을 꾸릴 생각”이라고 했다. 

채널A는 이날 윤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윤씨는 고문과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고 보도했다. 윤씨는 이 매체에 “(경찰이) 목이 타서 물 한 병 달라니까 물도 못 주겠다고 했다”면서 “알아서 자백해라. 자백하면 다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윤씨는 전날 충북 청주에서 기자들에게 “가족들과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소송법 420조상 재심이 가능하려면 △원(原)판결의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유죄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등 7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윤씨의 원판결은 1990년 5월 대법원이 확정 선고한 무기징역형이다. 이후 그는 20여년을 복역하다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재심 조건에 의해 관건은 윤씨의 징역형을 뒤집을 새로운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8차 사건과 관련된 증거가 현재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것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경찰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확정판결 20년 뒤인 2011년부터 증거물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박준영 변호사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인 이춘재의 자백이 새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춘재는 최근 경찰에게 “내가 8차 사건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윤씨의 주장처럼 고문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면 재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이춘재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서면서 추가 증거가 나올 가능성도 거론된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중학생 A양(당시 13세)이 숨진 채 발견된 일이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A양 집 근처에 사는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해 법원에 넘겼다.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이후 “경찰 고문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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