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못잖은 인기, 노벨평화상 후보 오른 툰베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1 17: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세계 언론 인터뷰 쇄도…11일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언급 돼

“Greta is receiving a lot of emails at the moment, and unfortunately cannot reply to them all.”(그레타는 현재 많은 이메일을 받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모두 답장을 할 수 없다.)

10월8일 기자가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인물로 떠오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16)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내자, 이 같은 답변이 왔다. 메일 위에는 ‘자동응답’(Automated response)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툰베리는 회신 메시지를 통해 “대신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다른 환상적인 젊은 환경 운동가들을 연결시켜줄 수 있다”고 전했다. 답변을 받은 같은 시간, 툰베리는 미국 노스 다코타주 스탠딩 록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열린 청소년 패널에서 연설을 한 뒤 인디언 주민으로부터 포옹을 받고 있었다.

9월27일 캐나다 기후변화 집회서 연설하는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
9월27일 캐나다 기후변화 집회서 연설하는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파업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환경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 9월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성세대의 ‘방만한 기후대응’을 질타한 이후 툰베리의 주가가 더 치솟는 모양새다. 세계 각국의 언론과 팬들로부터 연락이 쇄도하면서, 툰베리는 방탄소년단(BTS)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16세라는 어린 나이, 기성세대를 향한 ‘기후 경고’가 전 세계 청소년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되면서, 올해 노벨평화상 유력 후보로 툰베리가 거론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현지시간으로 1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6시)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미국 CNN과 타임 등에 따르면 노벨 평화상 위원회는 올해 단체 78개의 단체와 223명의 개인을 후보에 올렸다. 노벨 재단은 공식 후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주요 외신들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툰베리를 1순위로 꼽고 있다. 툰베리가 이 상을 받으면 역대 최연소 수상자가 된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기후변화 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하며 스웨덴 의회에서 학교를 나가지 않는 '결석 시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툰베리가 기후 파업에 나선 뒤, 현재까지 세계 약 400만명의 사람들이 툰베리의 시위에 힘을 보탰다. 툰베리는 기부변화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으며, 고기나 유제품도 먹지 않는다. 새 물건을 사지 않는 ‘shop stop’ 캠페인을 만들기도 했다.

툰베리는 이후 어른들을 향한 ‘디스’(폄하)로도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툰베리는 "사람들은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 모든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며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다. 여러분이 책임을 회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격정어린 연설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툰베리에 대한 지지가 스웨덴을 넘어 전 세계, 10대를 넘어 기성세대까지 번져가면서 올해 강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툰베리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만약 툰베리가 올해 평화상을 수상한다면 2014년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최연소 수상 기록을 깨게 된다. 말랄라 유사프자이는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로, 위험한 상황 속에서 모든 어린이의 교육권을 위하여 투쟁한 공로로 201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17세로, 툰베리보다는 한 살이 많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툰베리의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은 지난 2월 이미 마감됐기에, 이후의 툰베리가 행보가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실패한다면, 다음 노벨평화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툰베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툰베리의 기후 파업이 점차 '신드롬'을 일으키며 번져가고 있어, 향후 각국의 기후 관련 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작년 12월부터 스톡홀름에서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파업을 벌이고 있는 스웨덴 소녀 이사벨 악셀슨(18)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레타 툰베리가 청소년들의 ‘억압된 분노와 슬픔’을 푸는 도화선 역할을 해냈다”며 “이제 10대들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툰베리는) 분명 대단한 친구이자 운동가”라고 전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