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취업·수주청탁에 인사청탁까지…의혹 휩싸인 EBS 사장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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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차 EBS 간부 “김명중 사장 부정청탁 들어줬다…민낯 이실직고할 것” 폭로

김명중 EBS 사장이 각종 부정청탁 의혹에 휩싸였다. EBS 간부가 김 사장으로부터 취업청탁과 사업 수주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줬다는 것이다. 

EBS 간부 A씨는 4월8일 고등학교 동문 40여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김 사장에 대한 비난을 욕설과 함께 쏟아냈다. 본인이 김 사장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취지다. 간부 A씨는 김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로, 1991년 EBS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에는 EBS 디지털통합사옥추진단장을 지냈다. 현재는 EBS 시청자 견학을 담당하고 있다. 

김명중 EBS 사장 ⓒ EBS
김명중 EBS 사장 ⓒ EBS

“야바위꾼…제자들 취업 요구해서 다 들어줬잖냐”

시사저널은 10월11일 A씨의 카카오톡 대화 캡처사진을 입수했다. A씨는 “니(김 사장)가 간절히 부탁해서 내가 호남대 가서 강사 페이 40만원 받고 나름대로 너에게 희생했다” “너가 제자들 취업시켜 달라고 해서 내가 다 들어줬잖느냐?” 등의 주장을 했다. 중간중간 원색적인 욕설도 섞여 있었다. 

EBS 간부 A씨가 4월8일 고등학교 동문 4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김명중 EBS 사장의 부정청탁에 대해 폭로한 글 ⓒ 제보자 제공
EBS 간부 A씨가 4월8일 고등학교 동문 40여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김명중 EBS 사장의 부정청탁에 대해 폭로한 글 ⓒ 제보자 제공

A씨는 김 사장이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1부터 2016년까지 같은 과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시사저널에 “김 사장은 교수로 있을 때 A씨에게 ‘제자를 EBS에 취업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후 EBS 사장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3월 김 사장을 임명했다. 즉 A씨와 제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사장은 EBS 부임 전에 A씨에게 취업청탁을 했다는 얘기다. 

또 A씨는 카카오톡에 “내가 EBS 사옥추진 단장일 때 자네(김 사장)가 용역업체를 데리고 와서 부탁해서…그래도 내가 들어줬지?”라며 “용역업체 사장이 단란주점 데리고 갔을 때 내가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큰소리 치고 곧장 나와버렸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제보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교수 시절 M건축 부회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처장을 데리고 A씨를 만났다고 한다. 이들은 저녁식사 후 단란주점에 갔다. 제보자는 “이후 2012년 EBS 신사옥 설계주관사가 M건축으로 선정됐다”고 했다.

A씨는 “내가 카톡에 서술한 내용 중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팩트체크하자”고 했다. 이어 “과천시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 가서 너 빨리 내려오라고 시위하러 간다”며 “마이크 잡고 너의 민낯을 이실직고할 거다”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4월28일 A씨가 카카오톡에서 김명중 EBS 사장에 대해 폭로한 내용 ⓒ 제보자 제공
4월28일 A씨가 카카오톡에서 김명중 EBS 사장에 대해 폭로한 내용 ⓒ 제보자 제공

A씨가 이렇게 울분을 토한 배경은 뭘까. 제보자는 “김 사장이 A씨에게 승진을 약속했는데 잘 안 됐다”고 귀띔했다. A씨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띄우기 3일 전인 4월5일, EBS는 신임 부사장을 발표했다. 이때 부사장직에 탈락한 A씨가 불만을 품고 김 사장에 대해 폭로했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A씨는 올 12월 EBS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사실무근…명예훼손 고소 준비 중”

시사저널은 10월11일 양측 입장을 듣고자 김 사장과 A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 연결은 되지 않았다. 이후 A씨에게 ‘김 사장에 관한 의혹 제기에 대해 입장을 묻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 A씨는 “제가 억지 부린거에요”란 메시지 한 줄만 보내왔다. 기자는 질문을 정리해 문자로 보냈지만 더 이상 답은 없었다.  

이날 밤에는 EBS 홍보부 관계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는 “A씨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김 사장은 A씨에게 취업청탁을 한 적이 없다. 또 2009년에 A씨를 만난 자리에서 M건축 부회장을 소개한 적은 있으나, 식사 후 단란주점이 아닌 맥줏집으로 갔다고 한다. 홍보부 관계자는 “당시 EBS 신사옥 설계와 관련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A씨가 김 사장을 비난한 배경에 대해선 시점이 엇갈린다. 홍보부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쓰기 전날인 4월7일 김 사장에게 “EBS 미디어(자회사) 대표자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김 사장은 “자회사 대표는 정식 공모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며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A씨가 김 사장을 음해했다는 주장이다. 단 ‘A씨가 부사장직을 원한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홍보부 관계자는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EBS 미디어 대표직은 7월10일 황인수 전 EBS 제작위원이 맡게 됐다. 

한편 EBS는 부사장으로 박치형 전 EBS 평생교육본부장을 임명했다. 박 부사장은 김 사장의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후배로, 임명 과정을 놓고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박 부사장이 2013년 반민특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시킨 책임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부사장 임명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적폐 인사”라며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지난 9월에도 광복회·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박 부사장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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