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선배, 성동일”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9 12:00
  • 호수 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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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목 로맨틱코미디 《두 번 할까요?》로 돌아온 권상우

대한민국 연예계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자배우 계보가 있다.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를 거쳐 최근으로 치면 송중기, 박보검, 정해인으로 이어지는 ‘계보’ 말이다. 권상우는 그 ‘계보’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 있는 스타다. 결혼 후 활동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의외로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사람들이 아는 것 이상으로 영화를 사랑합니다. 하하.” 이 솔직함에 무장해제가 된 인터뷰였다.

ⓒ kth 제공
ⓒ kth 제공

이번 영화에서도 느낀 거지만, 코믹 연기를 참 잘한다(그는 최근 영화 《두 번 할까요?》를 들고 컴백했다. 결혼과 이혼에 관한 로맨스 코미디물이다).

“내 연기에 큰 변화가 없다고 난 생각하는데, 대중들은 영화 《탐정》 시리즈 이후 내 연기를 더 편하게 봐 주시는 것 같다. 배우로서 참 고마운 일이다(그는 영화 《탐정: 리턴즈》(2018), 《탐정: 더 비기닝)(2015)에 출연한 바 있다).” 

영화 속에 과거에 출연했던 《말죽거리 잔혹사》의 패러디 장면이 있다.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자긍심이 있는 작품이라서 더욱 그랬다. 흥행에 성공하면 이 장면이 더 빛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소비’가 되지 않을까 부담감이 들었다. 현장에서 모니터를 가져다두고 보면서 똑같이 촬영했다.”

이종혁과는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처음 재회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종혁이형은 그 작품이 첫 상업영화 출연이었다. 당시에 굉장히 믿음직스럽고 돋보이는 형이었다. 또래다 보니 우르르 몰려다니며 대본 연습도 하고, 쌍절곤 연습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다. 그래서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과는 지금 만나도 어제 봤던 사람처럼 편하다. 우리끼리는 나름의 동질감이 있다.”

상대 배우인 이정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첫 촬영하던 날 정현씨가 엄청 긴장을 했다. 근데 그게 기분 좋게 와 닿았다. 그만큼 작품을 진중하게 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사실 정현씨는 데뷔도 나보다 빠르고 가수로서 정점을 찍은 엔터테이너다. 그래서 그 마음가짐이 풋풋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정현씨에게 무장해제가 됐다.”

《탐정》 시리즈에 함께 출연했던 성동일과 이번에도 나란히 출연했다.

“내 제안에 선배가 흔쾌히 응해 주셨다. 덕분에 매 신이 살아났다. 선배 덕분에 현장에서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배우이기도 하다. 선배의 행보를 똑같이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좋은 점을 벤치마킹하고 싶다. 선배는 자신을 내려놓고 연기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 준다. 나도 선배의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다. 편한 배우가 되고 싶다. 얼마 전에 내가 영화 홍보를 하느라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선배가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라디오를 들었다고 한다. ‘돈 버느라 수고 많다’고 문자메시지가 왔다. 선배는 작품을 많이 해서 친한 배우가 많은데 나와는 《탐정》으로 맺어진 단단한 그 무언가가 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10년 동안 함께해 온 매니저와 상의한다. 그다음엔 회사 식구들에게 딱 한 가지만 물어본다. “재미있어?” 하고. 장르를 불문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다음에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도전할 가치가 있는지도 생각한다. 그런 다음엔 결정을 빨리 한다. 혹시나 뺏길까봐. 하하.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장르는 휴먼코미디나 잘 짜인 액션이다. 내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을 하고 싶다.”

회사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데뷔 후 앞만 보고 치열하게 달려왔다. 어떤 순간에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살고 있더라. 그런 과정에서 오해도 생기고, 나쁜 사람이 돼 있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친구와 회사를 만들었다.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마음은 편해졌다. 직접 하나하나 체크하다 보니 그때는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됐다. 40대 중반이 되고 나니 젊은 스태프와 호흡하는 자체가 행복하다. 옆을 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현장의 기다림도 재미있고, 지방 촬영도 즐겁다. 요즘의 나는 그렇다.”

20년째 몸짱이다. 다이어트 루틴이 있을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운동만 해?’ ‘다른 취미는 없어?’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매일 오전 1시간의 운동시간은 내게 정말 소중한 일과다. 나 역시 운동을 하러 가기까지 수만 가지 생각을 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 1시간 동안 생각이 정리되고, 내 생활을 단속하는 부분이 있다. 조만간 개봉할 다른 영화에선 액션이 많다. 액션을 오래 하려면 자기 관리가 필수다. 관리는 결국 내 꿈을 위해서 하는 거다.“

극 중 집안일을 잘한다. 실제는 어떤가.

“스스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시키면 잘한다. 나도 깔끔한 편인데 아내가 더 깔끔한 성격이다. 한 수 위라 내가 못마땅한 부분이 많을 거다(웃음).”

연예계 대표적인 잉꼬부부다.

“요즘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오니 아내가 나를 괴롭힌다. 자기를 그렇게 좋아했냐고 하하. 내심 기분이 좋은 것 같더라.”

연이어 영화가 개봉한다. 특별히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가 있나.

“지난 1년간 세 편의 영화를 찍었다. 포털사이트로 내 프로필을 보면 나름대로 결혼 이후에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흥행 성적이 좋았던 작품도 있었다. 한데 해외 활동과 병행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영화와 단절된 느낌이 들었다. 영화가 좋아서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을 했고, 그래서 영화로 데뷔를 했다. 이런 말 하기가 그렇지만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영화를 더 좋아한다. 하하. 그래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탐정》 시리즈를 하기 전까지 슬럼프가 있었다면 《탐정》으로 잘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국 대중들에게 영화로 기억되고 싶다. 친숙한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아이패드로 아이디어를 꽤 많이 메모해 뒀다. 아이디어가 많은데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더라.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얘기하기도 하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해 준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즐겁다. 그게 관객들에게 통했을 땐 얼마나 큰 희열감이 있겠는가. 배우로서 영화에 출연만 해도 벅찬데 말이다. 이런 나를 보고 아내가 한마디 한다. ‘제발, 일 좀 벌이지 마.’ 우리 아내가 현실적이다. 하하.”

포털사이트에 권상우라는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세차장’ ‘소라게’ ‘몸’이 나온다.

“최근에 세차장을 오픈했다. 성수동 쪽에 폐공장이었던 자리를 매입했는데, 건물을 올렸다. 2층에 제작사와 엔터 사무실을 만들어놓고 1층에 뭘 할지 고민하다가 세차장을 만들었다. 애초에는 주차장을 할까 했다. 요즘엔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지 않나. 예전에 명동에 카페를 오픈한 적이 있는데, 나는 내 공간에 사람들이 오가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세차장 역시 그런 단순한 의미에서 시작했다. 차가 왔다 갔다 하고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걸 보면 신난다. 뭐랄까. 극장에 관객이 꽉 찬 느낌이랄까. 손해를 보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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