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조코위가 라이벌을 장관에 기용한 이유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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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차례 대선서 격돌한 프라보워 총재를 국방부 장관에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9일 오후(현지시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현지 쇼핑몰을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1월9일 오후(현지시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현지 쇼핑몰을 '깜짝 방문'했다. ⓒ청와대 제공

조코 위도도(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을 각료로 쓰기로 결정해 화제다.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언론은 올해 치러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경쟁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가 국방부 장관에 기용됐다고 10월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총재는 32년 간 독재정치를 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로 2014년 대선에서는 46.9%, 올 4월 대선에선 44.5%의 득표율을 기록해 두 번 연속 패배의 쓴맛을 봤다.

대선 직후 프라보워 후보 지지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나서면서 인도네시아 정국은 혼돈의 연속이었다. 프라보워 후보 지지자 1000여명은 조코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5월21일부터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자카르타 등 도심에서 시위를 이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다.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조코위 대통령은 프라보워 후보에게 입각을 권유하는 러브콜을 보냈으며 7월13일에는 공개적으로 만나 협력을 요청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프라보워 후보는 지지자들의 극렬한 반대를 의식해서인지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가에서는 프라보워가 2024년 차기 대선을 노리고 조코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입각 후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규합,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설 거라는 설명이다.

 

공유 서비스 고젝 창업자를 교육문화 장관에 기용

조코위 대통령은 10월23일 프라보워 후보를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는 자리에서 “내가 그의 역할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다.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프라보워 후보가 민주화 인사들의 납치, 실종에 연류된 의혹이 있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017년 11월9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인니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한 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2017년 11월9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고 ‘한-인니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한 공동비전성명’을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조각 명단에서 프라보워 후보 이외에 눈에 띄는 인물은 인도네시아 최대 공유 서비스 고젝(Go-Jek) 창업자로 이번에 교육문화부 장관에 기용된 나딤 마카림이다. 미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나온 나딤 마카림은 2010년 공유 오토바이 서비스인 고젝을 세워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 기업으로 키웠다.

이밖에도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선거기획을 진두지휘한 에릭 토히르 마하카 미디어그룹 회장을 국영기업부 장관에 기용했다. 마하카 장관은 이탈리아 세리에 프로축구단 인터밀란의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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