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10m 앞에 태양광 시설이"…피해 보상 막막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19.10.2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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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위반 사항 없어…시공사에 보완 요청"
정부 "태양광 시설 주민 보상 체계 검토중"

충청남도 부여군의 한 마을에는 태양광 발전시설로 인한 피해를 지역 주민들이 호소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업 추진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지역 수용성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되레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충남 부여군 양화면의 한 마을에는 최근 태양광 발전시설이 가동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조망권'과 '더위, '눈부심' 등이다. 산에 나무를 깎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지역 조망을 해치고 또 태양광 시설로 인해 반사되는 빛으로 더울 뿐더러 눈부심 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주민은 태양광 시설 공사가 시작된 이후, 키우던 강아지가 죽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인 A씨는 "처음 마을에 공사가 시작될 때 지역 주민들은 요양병원이 들어서는 줄 알았다"면서 "어느 날 태양광 장비들이 마을로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십여 일만에 태양광 시설이 갖춰졌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우, 집 현관에서 태양광 시설까지의 거리가 단 10~20m에 불과해 가장 큰 불편을 호소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더이상 집에 머무를 수가 없어, 친척집으로 이동해 거주중이다.

 

“행정 위반 사항 없어…시공사에 보완 요청"

상황은 이렇지만, 해당 지자체는 법적인 부분에서 잘못된 부분이 없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태양광 시설 허가를 내줬던 당시(2018년3월)에는 5호 미만 가구에 대한 이격거리 관련 규정이 없었다"면서 "이후 작년 10월쯤에나 5호 미만 가구에 대한 규정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지자체 조례가 미비한 이유로 시설 허가를 내준 셈이다. 현행으로는 5호 미만 가구라도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해야 한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허가 당시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폭넓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지자체나 시공사 등으로 부터 태양광 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전해듣지 못했고, 이와 관련한 설명회도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이장이 태양광 설치에 찬성했다고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이에 대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공사가 진행중일 당시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다는 안내판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군은 A씨가 피해를 호소하고 또 지역주민 24가구 중 19가구가 함께 태양광시설 준공 반대를 요청하자, '주택과 인접한 보강토 용벽의 일부를 후면으로 후퇴해 설치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시설로 인한 통풍 및 조망권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다만 눈부심과 가축 피해 등에 대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3월 마련한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충남 부여군 양화면의 한 마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 모습.ⓒ지역주민
충남 부여군 양화면에 거주하는 A씨 주택 바로 앞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 모습.ⓒ지역주민

주민 의견 빠진 가이드라인, 논란 불가피

정부가 마련한 '태양광 발전시설 입지 가이드라인'은 주로 태양광 시설 설치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지역주민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내용에 대한 반박 내용을 주로 담고 있고, 아울러 이격거리 기준에 어긋나더라도 설치할 수 있는 지침 등이 담겨 있어서다.

가이드라인은 '기초 지자체들이 개발행위허가 지침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에 과도한 이격거리 규제를 하고 있어 보급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명시했다. 이어 이격거리 기준에 어긋나더라도 '해당 주민들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반면에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단 한 문장도 담겨 있지 않았다. 

타 지역의 한 군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지역주민이 반대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주민 반대가 있어도 해당 규정 미비를 근거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태양광 시설 설치를 위해 지역주민들에게 실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주주로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라는 등의 내용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태양광 시설 주민 보상 체계 검토중"

정부는 지자체의 이러한 지침 해석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지역 실정을 잘아는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결정하는 체계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지침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가이드라인은 법적으로 강제성을 띠지 않지만, 최근 정부가 태양광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러한 지침은 되레 지자체로서는 책임회피 근거가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지자체는 태양광 시설 같은 민감한 사업을 진행할 시 주민 설명회 등을 열어 최대한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견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 보다 명확한 정부의 지침이나 보상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는 점을 고려해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지역주민들을 위한 보상 체계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주민과 사업자 등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자체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격거리 등을 고려해 차등 지원할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최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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